민주통합당의 대권 3국지가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손학규 상임고문의 대권도전 선언(6월 14일)을 스타트로 문재인 상임고문(6월 17일)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여기에 김두관 경남도지사도 출마를 본격화할 태세다. 민주통합당 ‘빅3’의 지지율 추이에 담긴 대선 주자로서의 ‘난제’를 들여다보았다.
#김두관 당심 약진했지만 ‘호남민심’은 안철수에게
민주통합당 세 주자들이 갖고 있는 취약점 중 하나는 집토끼마저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통적 텃밭인 호남 표심마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쏠려 있는 상황. 리얼미터의 지역별 대선주자 지지율(6월 4~8일 조사)을 살펴보면 안철수 원장(광주·전남 31.5%, 전북 38.7%)이 야권 주자 중 가장 높았고, 문재인 고문은 각각 10.4%·9.4%, 손학규 고문은 11.5%·5.7%, 김두관 지사는 4.4%·5.3%를 기록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세 주자 모두 민주통합당 전통 지지 기반인 호남의 대표성을 띠기엔 모자람이 있다. 당대표와 원내대표 경선에서 주도적 목소리를 내지 못한 점도 당내 조직 기반이 약해서였다. 일단 후보가 되려면 당내 지지를 먼저 얻어야 할 것 아닌가. 당내에서는 아직도 어느 후보가 대선주자로 경쟁력이 있을지 의문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호남에서 지지를 얻지 못하는 점은 단지 호남 표심뿐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야권 성향 지지층에게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문재인 고문이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고문에게 전화를 걸어 만남을 요청한 것 역시 당의 지지기반인 호남과 옛 민주계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점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최근 당심에서는 작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14일 프레시안·원지코리아컨설팅이 민주통합당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문재인 상임고문이 1위(26.9%)였고, 이어 김두관 지사(24.3%), 손학규 고문(23.1%) 순이었다. 이는 지난 4일 국가비전연구소가 민주통합당 대의원들을 상대로 실시했던 호감도 조사 결과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당시 문재인(24.4%), 손학규(22.8%), 김두관(20.7%) 순이었던 데 반해 이번 조사에서는 김 지사가 손 고문을 앞지른 것. 오차 범위 내의 수치지만 김두관 지사의 부상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에 반해 최근 대권도전을 선언한 손 고문의 경우 시간이 좀 필요한 것이란 의견이 있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총선 이후 손학규를 중심으로 하는 정치적 이벤트가 전혀 없었다. 여론조사에서의 지지도라는 것은 인지도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총선에 출마도 하지 않았고 원내대표, 당대표 선거에서 부각되지 못한 점이 일반 국민들에게 잊혀 가는 정치인의 모양새로 비춰졌다. 강력한 마니아층도 없는 손 고문은 대선출마 선언을 기점으로 밑바닥부터 전략을 새로 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여론조사기관 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지난 4·11 총선 이후 문재인 고문의 지지율은 10%대 초반 내외에서 머물렀다. 지난 1월 9일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출연효과’ 덕에 10%대 중반대로 급상승했었으나, 총선 이후 문 고문의 지지율은 재반등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여전히 10% 초반에 머물러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문 고문이 PK 지역에서 ‘지배적 영향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평가다. 한국갤럽에서 6월 4~8일 실시한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대선주자별 지지율을 살펴보면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48%로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고, 안철수 원장·문재인 고문이 13%, 김두관 지사(3%), 손학규 고문(2%) 순이었다. 같은 시기 실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박 전 위원장의 부산·울산·경남 지지율은 49.3%, 이어 안철수 원장(19.5%), 문재인 고문(10.5%), 김두관 지사(2.8%), 손학규 고문(1.9%) 순이었다.
손학규 고문(경기 시흥)을 제외한 야권주자 세 명 모두 영남이 고향이다(문재인:경남 거제, 김두관:경남 남해, 안철수:부산). 그럼에도 대구가 고향인 박 전 위원장에 비해서도 출신 지역에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셈.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문재인·안철수·김두관 세 야권후보가 지역 표심을 나눠 가지고 있는 데다 박근혜 전 위원장의 영남권 지지율이 워낙 압도적이다. 현재의 박 전 위원장의 부산·울산·경남 지지율은 2002년 1월 당시 한나라당 후보였던 이회창 전 총재가 얻은 20% 중후반 대 지지율의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향후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다고 해도 이 주자 중 박 전 위원장과 대등한 영남 표심을 누가 가져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전 위원장의 ‘반의 반’ 정도의 지지율밖에 기록하지 못하고 있는 문재인 상임고문과 잠재력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는 있으나 전국 지지율이 5%도 되지 않는 김두관 지사에겐 지지율 상승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두 주자의 공통분모가 크다는 점이 대선주자로서 전략을 짜기가 쉽지 않은 배경이 되고 있다는 것.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문재인 고문과 김두관 지사는 친노라는 정치적 배경과 PK 지역기반이 동일하다는 점이 서로의 표를 나눠 갖고 있다. 상대방의 지지율을 떨어뜨리지 못할 경우 자신의 지지율을 높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온건한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앞으로 대선 후보 경선이 실시되면 본인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각을 세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권 양자대결 시기 오면 ‘40대 표심’이 변수
차기 대선에서 야권은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원장과의 후보 단일화가 어떤 방식으로는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 양자대결 시기에서는 ‘40대 표심’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40대는 상대적으로 보수 표심이 많은 50대 이상과 진보 표심이 많은 20~30대와 달리 부동표가 많은 중도층으로 분류되고 있기도 하지만, 현재 고만고만한 지지율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야권주자들에게 40대 표심이 아직 ‘본심’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40대는 어떤 후보로 결정했더라도 다른 후보에 대한 뚜렷한 근거나 투표 기준이 성립되면 지지를 바꿀 수 있는 다소 유동적인 표심을 보이고 있다. 복잡한 기준에 의해 지지성향을 드러내는 투표층이기 때문이다. 결국 야권의 후보 단일화 시기가 되었을 때 이 40대가 가장 큰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현재 민주통합당 3인 주자 중에서는 문재인 고문이 40대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4~8일 리얼미터의 연령별 지지 조사에서 문재인 고문은 12.0%, 김두관 지사 3.7%, 손학규 고문 3.6%였다. 안철수 원장은 24.6%로 40대에서도 야권 주자 중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
‘따도남(따뜻한 도시 남자)’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에서는 최근 흥미로운 분석을 했다. 김두관 경남지사의 PK 지역에서의 확장성에 대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와 비교한 분석 자료를 내놓은 것.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2002년 1월 시점의 자료를 보면 당시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당내에서도 김두관 지사와 비슷한 3위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었으나 PK지역에서는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28.4%)에 이은 2위(11.2%)를 기록했다. 반면 김 지사는 PK 지역에서 2~3%의 지지율밖에 얻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지사의 현 상황은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와 비교해 PK지역에서의 영향력이 매우 낮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배 본부장은 “김 지사는 지사직을 한시바삐 사퇴하고 PK지역 의존성을 탈피하고 수도권을 겨냥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또한 간섭과 중첩적 사고가 강한 20~30대보다는 40대에 초점을 맞추고 여성을 중심으로 한 캠페인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체중을 좀 줄이고 청바지 등 파격적인 패션을 통해 기존의 넉넉한 이미지에 스마트함을 더할 수 있는 이미지를 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