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호’ 조우형 초기 대출 알선 투자 유치 큰 역할…언론인 출신 ‘7호’ 배성준, 남욱-김만배 연결해준 장본인
#조우형, 단순 브로커 아니었다?
김만배·남욱·정영학 등 대장동 비리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된 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의 실소유주라는 점이다. 김만배 씨는 천화동인 1호, 남욱 변호사는 4호, 정영학 회계사는 5호 대표다. 2·3호는 각각 김만배 씨의 배우자와 누나가 명의상 대표로 돼 있다. 이들의 로비 여부가 수사 핵심으로 부상한 현실이 보여주듯 '천화동인 대표'는 정·관계 로비의 '주역' 내지 '공신'을 상징하는 자리로 해석된다.
그동안 검찰은 천화동인 1~5호를 주요 수사 대상으로 삼고 줄기를 캐왔다. 1~7호가 전체 가져간 배당금 약 3464억 원 가운데, 이들이 받은 돈이 3058억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김 씨가 보유한 1~3호는 약 1410억 원, 남 변호사의 4호는 1004억 원, 정 회계사의 5호는 644억 원씩 챙겼다. 대장동 사업자들 사이에서는 이 액수를 '로비 기여도'로 바라본다.
나머지 6호와 7호는 각각 282억 원, 120억 원을 받았다. 역시 수백억 단위다. 하지만 1~5호와 비교하면 액수가 크게 적은 탓인지 관심 대상에서 계속 밀려 있었다. 다른 대장동 일당이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 동안 6·7호는 검찰 참고인 조사가 전부였다. 화천대유 및 천화동인의 수익 자체가 범죄 결과물로 의심되는 상황에서, 이들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어떻게 의혹을 발본색원할 수 있겠냐는 비판이 꾸준하다.
하지만 최근부터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돼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4월 6일 천화동인 6호 대표인 조현성 변호사와 조우형 씨의 주거지 및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해충돌방지법 위반과 배임 혐의 등을 적용했다고 알려졌다. 뒤늦게 이들을 대장동 일당들과 공범으로 판단한 것이다.
대장동 민간개발이 추진된 2009년 전후로 사업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조우형'이란 이름에 특히 주목한다. 당시부터 대장동 일당들과 사실상 '원팀'으로 움직였다는 증언이 많다.
실제 조 씨는 대장동 개발 초기부터 큰 역할을 수행했다. 2009년 당시 시행사인 '씨세븐'에 토지매입 등 사업비 명목의 대출을 알선해준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박연호 전 부산저축은행 회장의 매제인데, 이 은행에서 1805억 원을 끌어다 줬다. 단, 불법 알선 행위가 적발돼 2015년부터 2년 6개월 복역했다.
주목할 부분은 이때 끌어온 대출금이 단순 사업비에 그치지 않았을 가능성이다. 2013~2014년 경기지방경찰청이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씨세븐의 한 관계자는 "대출금에 로비 자금도 포함됐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부산저축은행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나'라고 묻자, 해당 관계자는 "조우형을 통해 김OO 이사(부산저축은행 임원)가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대장동 옛 사업자들은 조 씨가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씨보다도 로비에 적극적이었던 때가 많았다고 기억한다. 예컨대 조 씨가 2014~2017년 SK 계열사인 킨앤파트너스로부터 약 500억 원의 대장동 투자를 유치한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사업의 기초자금을 끌어온 만큼 핵심 역할을 한 셈이지만, 공이 김 씨에게 돌아갔다고 한다.
당시 상황을 지켜본 관계자는 "조우형이 최초 투자를 이끌었지만 이듬해인 2015년 부산저축은행 대출 불법 알선으로 실형을 선고 받으면서 킨앤파트너스 측이 '사법 리스크' 등을 우려해 투자를 이어가는 데에 조금 망설였었다"며 "김만배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중에 프레젠테이션을 대신 해주는 등 설득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조 씨는 천화동인 6호의 진짜 주인으로 의심받고 있다.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의 2020년 4월 기록에는 김만배 씨가 "우형이 이름은 없어. 현성이 이름으로 가자"고 말한 내용이 나오기도 한다.
조 씨의 한 지인은 "명의상 대표인 조현성 변호사는 조우형보다 나이도 어린 데다, 천화동인 6호에 합류했을 당시 '법무법인 강남'에 갓 입사한 신임 법조인에 불과했다"며 "조우형이 6호 실소유주라는 시각이야 이미 상당수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제는 실체적 입증이 관건 아니겠나"고 바라봤다.
#'누구는 생사 다투는데…' 여유로운 7호 배성준
검찰의 다음 타깃은 배성준 씨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가 설립한 천화동인 7호의 부산 기장군 소재 부동산은 2022년 11월 30일 이미 가압류 조치됐다. 천화동인 7호가 2019년 9월 총 74억 5000만 원에 매입한 토지와 건물이다. 가압류 추징보전액은 121억 3060만 원. 천화동인 7호가 받은 배당금이 약 120억 원이므로, 법원이 배당금 전액을 범죄수익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배 씨는 YTN과 머니투데이 등에서 법조를 주로 담당한 언론인 출신이다. 천화동인 4호, 5호 소유주인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에게 김만배 씨를 소개해준 장본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다른 대장동 일당과 비교하면 구체적인 행보가 아직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일각에선 '엠에스비티'의 화천대유 투자에 일부 기여했다고도 추측한다. 엠에스비티 대표 이 아무개 씨의 아내가 '부동산 전문가'로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며 배 씨와 친분을 맺었다고 알려져서다. 엠에스비티는 영화배우 박중훈 씨가 최대주주(지분 100%)인 부동산 임대업체 일상실업에서 54억 원을 빌려준 곳이다.
대장동 사정을 잘 아는 또 다른 관계자는 "배성준 씨는 애초 언론계 인사도 필요하다는 판단에 씨세븐 등이 끌어들인 인물"이라며 "이후 성남시 대상 로비를 위해 시 관계자들도 여러 번 만났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김만배, 남욱, 정영학 등은 구속돼 생사를 다투는 상황인데, 같이 100억 원 넘게 받은 배성준은 최근까지도 부산 건물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이라며 "이미 형을 살고 온 옛 대장동 사업자들 눈에는 가장 의아한 장면"이라고 털어 놓았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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