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일 의원총회에 참석한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동료 의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07년 6월 무렵. 대선을 6개월여 앞둔 그 시점 대선 후보의 지지율을 되돌아보자. 2007년 6월 12~13일 실시한 CBS·리얼미터 조사에서 이명박 38.2%, 박근혜 30.4%, 손학규 6.2% 순이었다. 조사기관별로 차이는 있으나 그 시점의 대선주자 지지율 순위는 이명박―박근혜―손학규 순이었다.
그렇다면 역시 대선을 6개월 앞두고 있는 2012년 6월 현재는? 꼬박 5년이 지난 시점인 6월 11~15일 실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순위는 박근혜-안철수-문재인 순이다. 2007년 대선 당시 야권주자였던 이명박, 박근혜 두 후보가 1, 2위를 나란히 차지하고 있었지만, 2012년 대선 정국에서는 야권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21.1%)·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11.6%)이 2, 3위로 밀려나 있고 여권 주자인 박근혜 전 위원장(42.8%)이 독주 체제를 이어가고 있는 양상이다. 박 전 위원장이 2위와도 더블스코어 이상 여유있게 앞서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당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았었다는 점과 이명박 현 정부 역시 여러 실정으로 좋은 여론을 얻지 못하고 있는 ‘배경’ 또한 비슷하다. 그럼에도 여권 주자인 박근혜 전 위원장이 높은 지지율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야권 주자들에겐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야권의 대권주자 상황을 보다 심각하게 보고 있는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박근혜 전 위원장에 관한 핵 폭탄급 비리 의혹이 터지지 않는 한 야권이 정권을 되가져가긴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지지율 충성도가 높고 독주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의 지지율은 종종 ‘콘크리트 지지율’에 비교되기도 한다. 최근 한 조사 결과는 박 전 위원장에 대한 지지자들의 충성도가 얼마나 높은지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지난 5월 10~11일 여론조사기관 ‘케이엠조사연구소’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박근혜 전 위원장 지지자 중 ‘어떤 정치상황에도 끝까지 지지하겠다’고 대답한 고정 지지층은 49.4%에 이르렀고, 안철수 원장 지지자들은 23.4%, 문재인 원장 지지자들은 10.4%만 고정 지지를 답했다. 박 전 위원장 지지자들의 고정적 표심이 월등히 앞서는 것을 알 수 있다.
박근혜 전 위원장의 지지율을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보면, 그 견고함을 떠받치고 있는 근간을 엿볼 수가 있다. 우선 박 전 위원장은 영남권, 특히 대구·경북(TK)이라는 확고한 ‘텃밭 민심’을 확보한 데다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 보트로 작용해온 충청권과 더 나아가 여론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 민심의 향배를 예측하기 어려운 것으로 꼽히는 강원권까지 지지율의 저변을 구축하고 있다.
주 단위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발표하고 있는 리얼미터의 지난 3년여간 통계를 살펴보면, 박 전 위원장은 ‘강원·충청·영남의 동부벨트’에서 꾸준히 높은 지지율을 유지해 왔다. 가장 확고한 텃밭인 대구·경북(TK) 지역은 지난 3년간 60%를 넘나드는 독보적 지지를 얻었고 박 전 위원장의 지지율이 다소 떨어졌던 시점에도 TK 지역에선 다른 곳에 비해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30% 가까이 앞서는 지지를 얻어왔다.
대전·충청 역시 이 지역에서 그나마 강세를 보였던 자유선진당의 당세가 급격히 약화된 상황이어서 차기 대선에서 박 전 대표에게 보다 유리한 ‘아군 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지역에서 박 전 위원장은 종종 영남권 지지율과 맞먹을 정도의 지지를 받아왔다. 최근 시점인 6월 11~15일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충청권 지지율은 47.3%로 대구·경북(63.1%)에 이어 부산·울산·경남(47.3%)과 같은 지지율을 기록한 바 있다. 강원지역 또한 서울과 인천·경기 등 수도권 지역보다 박 전 위원장에게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높을 때는 서울 및 수도권 지역 지지율보다 10% 가까이 벌어지기도 했을 정도.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박 전 위원장 지지율의 떠받치고 있는 기본 지지 지역은 영남권이지만, 이 지역만으로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갈 수는 없다. 충청·강원권의 지지와 민주통합당 텃밭인 호남지역에서도 일정부분 표를 얻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지난 대선에서도 ‘유력주자’였던 박 전 위원장에 대한 장기간의 집중적 견제가 지지율을 보다 견고하게 만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윤희웅 실장은 이에 대해 “지난 대선 당시 네거티브 공격 등을 통해 혹독한 검증을 받았던 점이 이번 대선에서는 오히려 긍정적 작용을 낳고 있다. 충분히 검증받은 주자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다른 주자들에 비해 ‘단순 호감도’로 지지를 보내는 이들보다 수차례 선택을 걸러서 지지를 보내는 지지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면 집중적인 검증을 받게 될 안철수 원장과 ‘대조’되는 박 전 위원장의 강점이기도 하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과의 ‘차별화’ 전략이 성공적이었다는 점도 박 전 위원장 지지율의 힘이 되고 있다. 앞서의 ‘케이엠조사연구소’ 조사에서 박 전 위원장의 대선 승리를 ‘정권교체’로 본다는 응답자가 41.6%로, ‘정권연장’으로 본다는 응답자(44.5%)에 크게 뒤지지 않는 수치로 나타난 바 있다.
하지만 대선까지 6개월 가까운 시간이 남아있고 야권 후보 단일화 등 변수가 남아있기 때문에 현재의 지지율이 그대로 이어지리란 보장은 없다. 또한 박근혜라는, 큰 변수가 없는 한 ‘확정적’인 여권 주자와는 달리 야권 후보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일부 ‘무당파’가 ‘잠시’ 박 전 대표를 지지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
▲ 지난 1일 국회의장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전 위원장이 투표를 하고 있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역대 선거에서 중요 변수가 된 표심은 주로 30~40대였다. 이념적으로 중도층이 다른 세대에 비해 많다는 점과 적극 투표층 중 부동층의 상당 부분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다소 보수적인 경향이 짙은 고 연령대는 쉽게 표심을 움직이지 않지만 다양한 사회 현안에 관심이 많고 가장 현실적인 사고방식을 표심에 나타내는 층이 바로 30~40대”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역대 중요한 투표층인 30~40대보다 이번 대선에서는 2030의 표심이 선거를 좌우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19일 공개한 ‘제19대 총선 투표율 분석 결과’에 나타난 표심을 살펴보면 19대 총선 투표율은 모든 연령층에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 투표율은 지난 18대 총선에 비해 상승률이 월등하게 높아진 점이 눈에 띈다. 20대 전반은 32.9%(18대 총선)→45.4%(19대 총선)로 12.5%P 올랐고, 20대 후반은 24.2%(18대 총선)→37.9%(19대 총선)로 13.7%P 올랐다. 20대 후반의 투표율은 전 연령대 중 가장 낮았지만, 상승률은 가장 높았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대목. 30대 역시 전반(30~34세)의 투표율 상승폭이 10.8%P, 후반(35~39세) 투표율 상승폭이 9.7%P로 40대(4.7%), 50대(2.1%), 60대 이상(3.1%)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20대 연령층의 경우 성별·연령별·지역별 투표율이 가장 높았던 서울의 경우 새누리당이 지난 18대 총선(40개 의석)보다 의석수가 급감(16개)했다는 점은 젊은 층의 표심이 적지 않은 변수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였다. 또한 이번 대선에서도 20~30대 표심의 향배가 중요 변수로 부상하게 될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역대 대선에서는 20~30대 투표율이 고 연령층에 비해 낮았으며 지난 17대 대선 역시 마찬가지였다. 20대 전반(51.1%), 20대 후반(42.9%), 30대 전반(51.3%), 30대 후반(58.5%)으로 50대(76.6%), 60세 이상(76.3%)에 비해 현저히 낮았었다. 당시 전체 평균 투표율은 역대 최저인 63%였다.
대선 투표율이 총선 투표율에 비해 약 10% 정도 높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총선보다 대선에서 20~30대 표심이 더 큰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리서리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고 연령층의 투표율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데다 쉽게 표심을 바꾸지 않는 반면, 20~30대는 선거 때마다 투표율 변화폭이 높은 데다 고정되지 않은 표심이 많다. 또한 진보적 성향이 강한 젊은 층의 투표율이 높아진다면 야권에게 보다 유리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7일 한 언론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30명의 정치전문가들은 12월 대선 투표율을 평균 68.1%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는 19대 총선 투표율(54.3%)보다 13.8%P 높은 수치였다.
또한 역대 대선 투표율은 최하였던 지난 17대 대선(62.9%)을 제외하고는 13대 89.2%, 14대 81.9%, 15대 80.7%, 16대 70.8%로 모두 70%를 넘어선 바 있다. 이번 대선 투표율이 17대 이전의 대선 수준까지만 올라가더라도 20~30세대의 표심이 대권향방에 큰 변수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2030세대가 혁명적 수준의 투표율을 보여준다면 박근혜 전 위원장의 콘크리트 지지율도 허물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