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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가 끝나고서 KBO는 “이사회에서 10구단 창단을 충분한 준비 없이 진행하면 현재 53개에 불과한 고교야구팀으론 선수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프로야구의 질적 가치가 급격히 하락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당분간 9구단 체제로 리그를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10구단 창단이 전격 유보되며 야구계는 시쳇말로 ‘멘붕(멘탈 붕괴)’ 상태다. 가장 허탈해하는 쪽은 1년 넘게 10구단 유치 작업을 펼친 전북도와 경기도 수원이다.
전북도는 지난해 3월 KBO로부터 10구단 유치 권유를 받고, 고심 끝에 유치작업에 나섰다. ‘신생구단 연고지는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도시여야 한다’는 KBO 규정을 지키려고 전북은 전주·군산·익산·완주 4개 시·군을 모아 연합 연고지를 구축했다.
전북은 2015년까지 전주에 2만 5000석 규모의 새 야구장을 포함해 최첨단 스포츠·문화복합시설을 준공하고, 군산구장을 1만 5000석으로 증설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전북은 이를 위해 이미 새 구장 부지의 57%를 확보한 상태다. 특히나 전북은 새 구장 건설이 시작하면, 기존 전주구장을 허물고 그 자리에 대형 컨벤션 센터와 대형 호텔을 지어 전주의 도시 이미지를 확 바꿀 계획이었다. 그러나 10구단 창단이 유보되면서 전북의 계획은 전부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놓였다.
경기도 수원도 마찬가지다. KBO로부터 전북에 이어 두 번째로 10구단 유치를 제안받은 경기도는 수원을 내세워 지난해 6월부터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수원은 수백억 원의 예산을 들여 기존 수원구장을 2만 5000석 규모로 증·개축하고, 10구단 유치가 확정될 시 야구장 장기임대는 물론이려니와 구장명칭 사용권도 구단에 내주겠다고 약속했다. 무엇보다 수원시는 10구단이 유치되면 야구팬이 편안하게 수원구장에 올 수 있도록 지하철을 구장 앞까지 당기는 방안을 적극 검토했다. 수원시는 이미 시의회로부터 270억 원의 구장 리모델링 자금을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수원 역시 10구단 유보로 모든 도시 계획을 원점에서 검토해야 할 판이다.
전북과 수원의 설득으로 10구단 창단을 고려했던 육가공업체 H 사와 통신업체 K 사도 난감하기만 하다. 애초 H 사는 전북의 거듭된 설득에도 창단 의사를 밝히지 않다가 지역 발전 차원에서 10구단 창단안을 수용했다. K 사 역시 경기도 김문수 지사의 구애를 받아들여 10구단 창단을 고려했다. 그러나 두 회사는 기존 구단들의 반대로 10구단 창단이 물 건너가며 “야구단 창단 계획을 접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 특히나 K 사는 한때 기존 프로야구단을 인수해 재창단하려다 이를 전면 백지화한 경험이 있어 두 번째 창단 무산이 뼈아프기만 하다. K 사 관계자는 “예나 지금이나 한국 야구계는 밥그릇 싸움에만 몰두한다”며 “그룹에서 프로야구의 이미지가 좋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아마추어 야구선수들도 10구단 창단이 유보됐다는 소식을 들고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아마추어 선수들과 학부모들은 프로구단 증가로 취업문이 넓어지리라 기대했다. 한 해 7% 남짓한 아마추어 선수들만 프로의 좁은 문을 뚫기에 9, 10구단 창단은 가뭄 끝의 단비였다. 그러나 10구단 창단 유보로 아마추어 선수들의 취업문은 여전히 바늘 구멍이 되고 말았다.
10구단 창단을 적극 지지했던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는 참담한 심정이다. 선수협 박충식 사무총장은 “몇몇 구단 반대로 10구단 창단이 무산돼 크게 실망했다”며 “7월에 열릴 올스타전과 내년 초 개회 예정인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모든 선수가 불참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10구단 창단 유보로 야구계 안팎이 멘붕 상태지만, 줄곧 창단을 반대했던 구단들은 승리를 자축하는 분위기다. 모 구단 관계자는 “임시 이사회 이후 사장님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면서도 “이번 일로 우리 구단을 비롯한 몇몇 구단이 ‘야구계의 적’으로 비칠까 두렵다”고 근심어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