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순국 사진전문기자 |
지난 양키스전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스타팅 멤버에서 제외됐었는데, 그 사실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면서요? 감독님은 열심히 달려왔으니 하루 쉬라고 빼주신 건데, 외부에서 보기엔 좌완 투수한테 약한 저를 일부러 뺀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어느 선수나 시즌 중에 한두 번은 휴가를 받기 마련이에요. 올 시즌 좌완 투수에게 약한 모습을 보인 건 사실이지만, 감독님 입장에선 우완 투수가 나올 때 절 빼시기도 어려웠을 겁니다.
오늘 경기 중에 우리 팀의 로니 치즌홀이 손목 골절을 당해 4~6주 결장이 예상됩니다. 볼티모어의 왼손 구원투수인 트로이 패튼의 공에 오른손을 맞아 불가피하게 수술대에 오를 것 같은데요, 이렇게 왼손 투수를 상대하는 타자 입장에선 부상 노출이 심한 탓에 타석에 설 때마다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저도 시즌 초반 왼손 투수에게 빈볼을 맞으면서 약간 위축되고 긴장한 면이 있었어요. 지금은 왼손 투수에 대한 부담감을 완전히 떨쳤다고 생각합니다. 어제 볼티모어의 좌완 천웨인을 상대로 홈런도 터트렸잖아요^^.
요즘은 큰 기복 없이 타석에서 자신감 있는 스윙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나름 기분 좋은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설령 삼진을 두세 개 먹는다고 해도 그날로 흘려보내려 노력합니다. 어차피 주워 담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것도 야구라는 생각에 제 마음 속에 쌓아두지 않고 내보냅니다.
어제 볼티모어와의 1차전을 앞두고 매니 악타 감독님이 선수단 미팅을 실시했어요. 그 전까지 양키스전을 포함해서 5연패의 늪에 빠진 탓에 감독님 입장에선 뭔가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신 듯합니다. 장기 레이스를 펼치다보면 연승할 때도 있고, 연패할 때도 있지만 연패에 빠졌을 때는 어떻게 해야 빨리 벗어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선수들도 이 부분에 대해선 절대 공감하고 있었고, 그 미팅 탓이었는지는 몰라도 볼티모어 1차전을 승리로 장식할 수 있었습니다.
아주 서서히 홈런포가 터지기 시작해서인지는 몰라도 이곳 기자들도 20-20클럽에 대해 가능성을 물어보곤 합니다. 글쎄요, 전 솔직히 그런 숫자에는 얽매이고 싶지 않아요. 그냥 한 게임, 한 타석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보여드리다보면 홈런도 나오고 안타도 터지지 않을까 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가 보려 합니다.
올 시즌, 워낙 힘들게 시작했고, 매 게임마다 내 자신과 대화를 나누며 싸우고 달래고 원망하고 미워하고 고마워하면서 겨우 제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홈런 개수, 타율, 도루 숫자에 대해선 전혀 의식하고 싶지 않아요.
‘시~원한’ 맥주가 그리워지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