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거티브 워워~ 박근혜 전 위원장은 2007년 대선후보 경선 패배의 쓰라린 경험을 바탕으로 네거티브 공세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일요신문 DB |
박근혜 전 위원장은 역대 최강 대권주자다. 최고의 지략가들로 포진된 전략 참모진, 오래전부터 가동된 정책개발팀, 2007년 경선 패배 몇 달 뒤부터 가동된 조직관리팀, 여기에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시련을 겪으며 단련된 박 전 위원장의 철의 리더십까지, 그는 더욱 진화해 박근혜2.0의 시대를 열고 있다. 하지만 단 하나 친박계가 우려하는 게 있다. 바로 네거티브 대응 문제다.
▲ 김재원 의원과 김회선 의원. |
사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2007년 경선 때 친이계의 네거티브 공세에 손을 놓고 있다가 크게 당한 쓰라린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야말로 야무지게 대응해야 한다는 게 친박계 참모들의 공통된 정서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은 유독 네거티브 공세에 약한 면을 보여 왔다. 사실이 아닌 공세에 대해 화만 낼 뿐 영리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일부의 지적이 그것. 이번 대선도 박 전 위원장의 네거티브 대응력이 승패의 분수령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친박계는 지난 2007년의 쓰라린 패배를 되짚어보면서 뒤늦게 네거티브 대응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경선 캠프가 출범하기 훨씬 전인 지난해 8월께 ‘박근혜 네거티브 대응팀’ 실재 논란이 불거진 것도 친박계의 네거티브 문제의식이 과다하게 표출된 상징적인 사건이다. 권영세 당시 사무총장이 팀장을 맡고 중수부 출신 이훈규 변호사 등이 주축이 된 팀의 실재 여부가 정치적 논란을 일으켰다가 ‘권 전 의원이 친박 내 주도권을 잡기 위해 오버했다’는 얘기가 터져 나오면서 이 팀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 뒤 국정원2차장 출신 김회선 의원팀과 2007년 경선 때 네거티브 공세에 대응한 경험이 있는 김재원 의원 등이 직·간접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밖에 의원급과 실무진으로 구성된 또다른 네거티브 대응팀은 여의도 캠프 밖에서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는 최태민 목사 사위 정 아무개 씨와 관련이 깊은 인사들의 강남팀도 포함돼 있다는 게 정설로 통한다. 김재원 의원은 이들의 실재 여부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그 필요성은 이미 친박계의 깊은 공감대를 얻고 있다.
그리고 ‘박근혜 네거티브 대응팀’의 기본 전략은 선제적 차단작전인 것으로 전해진다. 각종 의혹제기에 뒷북으로 대응하기보다 사태 초반부터 강경한 법적, 정무적 대응을 한다는 것이다. 최근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박근혜 전 위원장과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가 수차례 만났다”라고 공세를 펴자 즉각 명예훼손혐의로 고발한 것도 네거티브 대응팀이 내놓은 선제적 대응책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또한 잠복해있는 박 전 위원장 관련 의혹도 미리 그 불씨를 없애겠다는 전략도 세워두고 있다. 친박계의 한 핵심 전략 관계자는 “정수장학회, 영남대, 최태민 목사 관련 등을 핵심이슈로 정하고 각 사안마다 매뉴얼을 마련해 두고 있고, 최대한 차단작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 첫 번째 작품이 바로 정수장학회 문제다. 영남대 문제는 박 전 위원장이 지난 1988년 완전히 절연했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자체 판단이다. 하지만 정수장학회의 경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의전·공보비서관 출신인 최필립 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완전히 손을 떼게 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합동 토론회 모습. 박 전 위원장은 당시 친이계의 네거티브 전략에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다. 일요신문 DB |
네거티브 대응팀은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를 설립한 고 김지태 씨 유족과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양측이 명예회복을 하는 선에서 원만하게 ‘합의’가 이뤄지고 최필립 이사장도 사퇴하는 등의 조치가 취해지면 정수장학회 문제도 대선정국에서 상당부분 희석될 것이라는 게 대응팀의 예상 시나리오다.
친박계가 이렇게 네거티브 대응에 적극적인 또 다른 이유는 새누리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과도 관련이 있다. 지난 2007년 경선 때 이명박-박근혜 후보 모두 BBK-과거사 등을 놓고 치열한 네거티브 공방을 벌였다. 그 결과 이명박 후보가 대선에 진출했을 때 야권의 BBK 의혹제기에 국민들이 피로감을 보이며 충격파가 줄어든 측면이 있다.
친박계의 한 재선 의원은 이에 대해 “당내 경선에서 유신 문제나 박 전 위원장 과거 개인사 문제가 지난 경선 때처럼 먼저 불거진다면 대선 때 그 충격을 줄여주는 일종의 완충재 역할을 할 텐데 경선이 사실상 의미가 없게 됨에 따라 대선에서 네거티브 영향력이 최대로 발휘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박 전 위원장 앞에 놓인 지뢰들을 미리 제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네거티브 대응팀의 ‘대응’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디오피니언’의 안부근 소장은 이에 대해 “박 전 위원장과 네거티브 대응팀 사이의 상황인식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박 전 위원장은 각종 의혹이 심각하지 않다고 본다. 참모들로서는 박 전 위원장의 주장에만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대응전략을 수립하기가 상당히 애매하다. 자칫 박 전 위원장으로부터 ‘아무 것도 아닌 일을 왜 그렇게 심각하게 대하는가’라는 질책을 받을 수도 있다. 더구나 참모들도 감히 박 전 위원장에게 사실관계 확인 질문을 하는 것을 꺼릴 것이다. 이렇게 양측이 소통이 안 되고 박 전 위원장의 일방적 주장에만 의존할 경우 아무리 네거티브 대응팀에 전문가들이 많다고 해도 그 역할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네거티브 대응 문제는 대응팀의 전략이나 수준에 달린 게 아니라 박 전 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07년 경선 때 캠프에서 활약한 친박계 한 소장파 인사는 이에 대해 “박 전 위원장은 완벽주의자다. 도덕적으로도 자신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고 우리가 볼 때도 거대한 부를 축적했거나 하는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지난 경선 때도 친이계가 생트집 수준의 네거티브 공격을 펼 때 처음에는 아예 대응 자체를 하지 않았다. 자신이 볼 때는 말도 안 되는 마타도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무 대응으로 간 것이 결과적으로 큰 패착이었다. 사실이 아닌 것도 해명을 하지 않으니 오히려 더 큰 소문에 휩싸이는 악순환이 돼 버린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박 전 대표는 자신의 사적인 생활과 관련된 소문에 대해 굉장히 밝히길 꺼린다. 부모가 모두 흉탄에 쓰러진 아픈 가족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참모들도 더 자세히 물어볼 수가 없다. 그래서 당시 참모들이 고생이 많았다. 기자들이 계속 질문을 해도 마땅히 해줄 말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답답해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네거티브 대응 전략은 점점 언터처블(손을 댈 수 없는)이 돼 갔다. 당시 참 갑갑했다”라고 말했다.
이는 네거티브 공세를 이어간 친이계의 입장에서도 확인된다. 당시 친이계는 공식적인 네거티브 팀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정두언 의원 등 일부 핵심측근들이 경선 공방의 가장 민감한 사안들을 다루었다. 여기에는 박근혜 후보를 공격하기 위한 과거사 관련 이슈도 포함돼 있었다.
‘재수생’ 박근혜 전 위원장은 모든 영역에서 고른 점수를 받았지만 유독 네거티브 시험에는 약했다. 이번 재도전에서는 자신의 취약과목에 대해 충분한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신을 둘러싼 ‘어두운 개인사’ 부분만은 여전히 드러내길 꺼린다는 점에서 이번 대선에도 집중 표적이 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