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속 중인 주수도 제이유 회장이 대통령 취임 특사를 노리고 전방위 로비를 계획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연합뉴스 |
불법다단계 판매영업으로 2조 원대 사기 행각을 벌이고 회사 돈 284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12년 형을 확정 받은 주 회장은 햇수로 7년째 수감 중이다. 주 회장은 구속 후에도 증여세반환소송 등 일부 재판에서 승소하고 일부 혐의에 대해서 무죄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으로 종종 언론에 등장했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중국 사업 ‘옥중경영’으로 재기를 노리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그런데 임기 말에 접어든 최근, 정치권 주변 호사가들과 정보원들 사이에서 또다시 주 회장이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 주 회장의 특사와 관련된 루머가 부쩍 자주 흘러나오고 있었다. 루머는 주 회장이 변호인 중 한 명인 A 변호사에게 대리경영을 시키고 내년 2월 예정인 대통령 취임 특사를 목적으로 중국 내 자금을 끌어들여 정치권에 전방위 로비를 지시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주 회장 특사와 관련된 얘기를 들었다는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로비 의혹은 특사를 전후해 어느 정권에서나 끊이지 않았다. 현 정권에서는 특사를 기대할 수 없는 만큼 주 회장 측에서 내년 대통령취임 특사에 기대를 거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고 귀띔했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특사대상 선정과 관련된 의혹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재벌 총수나 정치인, 주요사건으로 물의를 빚었던 인물의 특사 소식이 나오면 로비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최근 주 회장이 측근인 A 변호사를 시켜 사면을 위해 정치권과 물밑 조율을 시도하고 있다는 등 제법 구체적인 얘기가 나오고 있는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설명이다.
특사 로비 의혹이 나오는 이유는 대상을 선정하는 데 있어 견제 장치가 없어 은밀한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면법은 ‘특별사면은 대통령이 행한다’라고만 규정하고 있어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일반사면과 달리 법무부장관의 상신과 국무회의 심의만 거치면 된다. 그간 특사 선정 과정에 입김을 불어넣을 소지가 있는 권부(청와대 법무부 등)가 심심찮게 로비의 타깃이 되어왔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실제로 특사 소식이 암암리에 들려올 때마다 ‘범털’(유명 정치인이나 기업인, 고위 공무원 출신 재소자를 가리키는 은어)들의 로비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일례로 노무현 정부 때는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 강유식 LG 부회장,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 박찬법 금호 부회장, 김연배 한화 부회장, 박용성 두산회장, 박용만 두산 부회장, 김석원 전 쌍용회장, 임창욱 대상 명예회장 등 재벌기업인과 정대철 전 열린우리당 고문,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등 정치계 거물들의 사면이 대거 이뤄져 정권과의 물밑 조율을 통한 로비 의혹이 제기됐었다. 특히 2006년 8월 특사 때에는 안희정 신계륜 씨 등이 포함돼 측근 챙기기 질타와 공정성 논란이 쏟아지기도 했다.
주 회장 역시 수년 전 이미 특사 로비와 관련해 언론에 오르내리며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당시 언론들은 제이유 그룹의 정·관·재계 문어발식 로비 의혹을 앞다퉈 보도했다. 이 와중에 2007년 특사 청탁 명목으로 2억여 원을 수수한 혐의로 전 국회의원 보좌관 윤 아무개 씨가 실형을 선고받고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기소된 사건들은 그룹 차원의 로비 의혹에 더욱 불을 지피기도 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주 회장의 사면설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는 것을 넘어 조기 사면 필요성에 대한 얘기도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는 주 회장이 ‘옥중경영’으로 중국 사업에 주력,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주 회장은 2004년 12월 중국 굴지의 첨단 의약품 제조그룹인 천사력그룹과 한화 138억 원을 공동 투자하여 중국 내 직소 판매회사(중국 네트워크사업)인 금사력가우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2006년 10월 중국 직소사업 신청 기업 중 10번째, 한국기업으로는 최초로 중국 상무부로부터 직소사업 영업허가를 받아냈다. 금사력가우는 천사력과 주 회장이 각각 51%와 4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중국 내 직판시장에서 지난해 약 4000억 원이라는 막대한 매출액을 올리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문제는 천사력그룹이 구속 상황인 주 회장에게 금사력가우 주식 49%에 대한 포기를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 회장은 국익 차원은 물론 출소 후 재기를 위해서라도 회사지분을 지켜야 한다며 버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피해자 단체 대표단과의 합의사항 이행을 위해서도 금사력가우 지분은 포기할 수 없어 보인다. 제이유는 2010년 12월 피해자 단체 대표단과 1600억 원 정도의 금액을 보상하기로 합의했는데 제이유가 갖고 있는 금사력가우 지분 49%를 담보로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 회장은 측근 및 옥중서신을 통해 “향후 5년 정도 되면 회사 지분 가치는 실로 엄청날 것이다. 금사력가우를 통해 제이유 피해자들에게 합리적인 보상이 가능하며 외화 획득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피력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주 회장의 구속을 답답하게 여기는 것은 금사력가우에 대한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 이들이다. 금사력가우가 중국에서 약진을 거듭하고 있긴 하지만, 주 회장이 수감돼 있는 상황에서 사업의 상당 부분이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국내 토종 직판업체가 까다로운 규정을 뚫고 중국 시장에서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음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중국시장은 엄청난 잠재력이 있지 않나. 국익창출 측면에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심스레 언급했다.
제이유 사태의 한 피해자는 “피해자 보상합의가 하루라도 빨리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주 회장의 재기가 시급하다고 본다”라는 의견을 내놨다.
그렇다면 전문가의 의견은 어떨까. 몇 년 전 금사력가우를 직접 견학한 직접판매연구소 한정현 소장은 “주 회장의 조기 석방은 피해자 구제측면과 국익창출, 국민정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국 사법부가 판단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
“그 지분은 딴 데 못써 피해자 보상 담보용”
주수도 회장 측 변호인 김종한 변호사는 특사 로비 루머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김 변호사는 “금사력가우 지분 49%는 제이유 피해자들에게 보상용으로 지분 전체를 ‘담보 제공’해 주고, 법률적, 도의적 보상까지 모두 완료되기 이전에는 누구도 손을 댈 수 없는 지분이다. 따라서 ‘중국 내 자금을 들여와 유력 후보자 캠프에 특사를 위한 로비 자금을 살포할 것’이라는 루머는 허무맹랑한 음해다”라고 밝혔다. 특히 로비 핵심 인물로 거론된 A 변호사에 대해서도 “그는 주 회장의 재심을 위한 형사재판 준비와 형사사건의 변호인으로 선임되어 주 회장을 돕고 있을 뿐 경영대리인도 아니다. 또 정치권에 전방위 로비를 할 수 있는 여건에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주 회장에게 떨어진 12년 형의 부당함에 대해 알리고 재심이든 특사든 정당하게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못 박았다.
주 회장을 둘러싼 일련의 루머와 관련 김 변호사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나타냈다.
“주 회장 사건은 정치권에 로비를 해서 특사를 받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주 회장은 제이유의 정관계로비, 비자금조성 등의 내용이 담긴 국정원 허위문건으로 엄청난 피해를 본 사람이다. 또 사실 관계에 대한 확인도 없이 막무가내식 ‘주수도 죽이기’에 나선 언론으로 인해 주 회장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이는 주 회장이 구속된 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미 제이유를 떠난 사람들이 불법을 저지를때마다 화살을 주 회장에게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 아직까지도 세상에 밝혀지지 않은 제이유 사태의 진실을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 [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