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투자증권 본사. 승승장구하던 우리투자증권이 내부적으로 연이은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일요신문 DB |
하지만 <일요신문> 취재 결과 겉으로는 승승장구하고 있는 우리투자증권이 내부적으로는 연달아 터진 크고 작은 사건 사고로 인해 남모를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그 내용을 알아본다.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얼마 전 우리투자증권에서는 기가 막힌 횡령 사건이 터졌다. 경영관리부 A 과장이 회사 돈 수천만 원을 착복한 것이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A 과장은 개인카드를 사용한 후 취소처리를 하고, 취소된 영수증을 사용해 현금화시키는 수법으로 3000만~4000만 원 상당의 금액을 가로챈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사고가 난 부서가 기업의 자금을 총괄하는 경영관리부라는 사실때문이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사실 이런 사건은 금액의 크고 작음이 문제가 아니다. 경영관리부에서 사건이 터졌다는 것만으로도 회사로서는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경영관리부가 기업의 자금 부분을 총괄하는 데다가 오너일가의 자금과도 직결된 파트라는 점 때문이다. 이런 류의 사건이 단순히 개인의 착복 행위로만 보이지 않는 이유도 경영관리부의 업무특수성 때문이다”라고 귀띔했다. 어쩌면 단순 개인 비리로 비춰질 수 있는 이 사건을 두고 업계 주변에서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여의도의 한 증권사 관계자는 “수년 동안 야금야금 돈을 빼낸 것이 뒤늦게 밝혀진 것을 보면 경영관리파트의 자금관리가 얼마나 허술하게 이뤄졌는지 짐작할 수 있지 않나.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 많을 수 있다. 금액의 규모만 차이가 날 뿐 마음만 먹는다면 비슷한 방법으로 경영진의 쌈짓돈을 마련하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취재 결과 이 사건은 얼마 전 노조통신에까지 올라와 공론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상한 것은 A 과장이 아직까지 별다른 징계를 받지 않았으며 여전히 경영관리부 소속으로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A 과장은 현재 출산휴가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 황성호 사장. |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에서는 최근 황당한 금융사고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6월 하순경 고객에게 판매한 금융상품에서 고객한테는 월지급식 상품이라 설명하고 판매했으나 신고서 착오 등의 실수로 월지급이 안 되는 스텝다운형 상품이 판매된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잘못 판매된 상품은 액수로 따지면 300억 원 상당이고 300여명의 고객이 해당된다고 들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아차린 우리투자증권은 고객들에게 일일이 연락을 취해 다른 상품으로 이동시키는 등 적잖은 곤욕을 치러야 했다. 하지만 여전히 고객의 10%는 연락이 안 되는 등의 이유로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황당한 사고라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여의도의 한 증권사 간부는 “업무상 착오로 인해 생긴 사고를 빨리 알아차린 덕에 고객들이 피해를 입는 일은 막았다고 한다. 하지만 고객에게 피해가 없었다 해도 사고는 사고다. 한두 명도 아니고 무려 300명을 상대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다. 대형 금융사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 우리투자금융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우리투자금융 관계자는 “담당자의 단순 업무 실수일 뿐 금융사고라고 할 수 없다. 고객에게 설명한 상품을 제대로 판매했으나 증권신고서에 ELS발행 내용을 잘못 올려 작은 차질이 빚어진 것 뿐이다. 인지한 즉시 HTS(홈트레이딩시스템)에 공지를 올렸고 혹시나 해서 해당 고객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설명을 드리고 바로잡았다. 고객들이 조금 번거롭긴 했을지 몰라도 전혀 피해는 없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 와중에 최근 우리투자증권 황성호 사장의 아들 B 씨가 회사 FICC(외환과 금리, 원자재 등과 관련된 현물과 파생상품을 운용하는 부서)팀에서 인턴으로 근무 중이라는 얘기도 구설에 올랐다. 경력을 쌓기 위해 부친이 사장으로 있는 회사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투자증권 측은 이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정기공채 인턴으로 들어왔다면 분명 문제가 되지만 B 씨는 인턴이 아니라 단기 아르바이트생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사측에 따르면 미국에서 파이낸싱을 전공한 B 씨는 현재 졸업반이다. 이 관계자는 “B 씨는 사업부 소속 FICC팀에서 데이터베이스 수정 등 단순 업무를 하고 있다. 단순 업무긴 하지만 채권과 환율 등을 취급하는 부서라 전문지식이 있어야 된다. 적절한 사람을 구하던 와중에 마침 한국에 들어와 있던 B 씨가 아르바이트생으로 채용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사측은 “B 씨는 오전 9시부터 5시까지 근무하는 조건으로 월 100만 원 정도를 받고 있을 뿐이다. 더구나 B 씨는 미국에서 취업이 예정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