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이강인 ‘도약’ 이재성·황인범 ‘꾸준’ 오현규·박지수 ‘안착’ 손흥민·황희찬 ‘주춤’
#김민재-이강인,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김민재는 유럽 전체에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킨 한 시즌을 보냈다. 터키 생활 이후 유럽 2년 차, 빅리그로 불리는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에 입단한 그는 적응 기간 없이 곧바로 맹활약을 이어갔다.
결과는 소속팀의 리그 우승, 리그 최강 수비수 등극이었다. 그는 지난 6일 목에는 우승 메달, 손에는 '세리에A 최우수 수비수' 트로피와 함께 귀국했다. 단숨에 이적시장에서 가장 각광받는 수비수로 떠올랐다. 시즌 종료 이후 귀국 이전 이미 나폴리 동료들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유스시절부터 성장한 발렌시아를 떠나 마요르카에 둥지를 튼 이강인은 지난 시즌 들쭉날쭉한 활약을 보였다. 이번 시즌부터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시즌 초반부터 공격포인트를 쌓아올리며 핵심 자원으로 중용됐다. 지난 시즌 4개였던 공격포인트도 비약적으로 증가(12개)했다. 지난 시즌 강등권 싸움을 벌였던 팀 순위도 9위로 뛰어올랐다.
이강인은 시즌 중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맹활약해 능력을 입증했다.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던 대표팀에서 보인 반전이었다. 불과 1년 사이 나폴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 등 이적 가능성이 언급되는 팀의 수준이 달라졌다.
#또 한발 나아간 선수들
김민재 이강인 외에도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은 각자 자리에서 빛을 냈다. 월드컵에서 대표팀 미드필더 조합을 이룬 이재성과 황인범은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였다.
지속적으로 상승 곡선을 그려온 이재성은 이번 시즌에도 알토란 같은 활약을 보였다. 부상에 신음한 지난 시즌과 달리 리그 전 경기 출장을 달성했고 7골 4도움으로 많은 공격포인트도 생산해냈다.
황인범도 대전, 밴쿠버, 카잔에서 그랬듯 새롭게 둥지를 튼 올림피아코스(그리스)에서 팀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이적 직후부터 꾸준히 선발로 나서며 팀에서 가장 사랑받는 선수 중 한 명이 됐다. 구단 자체에서 시상하는 '올해의 선수상'도 받았다.
6월 A매치를 앞두고 발표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대표팀 명단에는 새로운 유럽파 미드필더가 이름을 올렸다. 울산 현대 입단 직후 독일 하부리그에서 도전을 시작해 오스트리아를 거쳐 이번 시즌부터 벨기에 KAA 헨트에서 뛴 홍현석이었다. 지난 시즌 오스트리아 1부리그에서 능력을 증명한 그는 이번 시즌 유럽 무대에서 가장 많은 출전 시간을 소화한 한국인 선수였다. 헨트의 유로파 컨퍼런스리그 8강 진출에 기여하며 모든 대회를 통틀어 58경기(이적 이전 오스트리아에서 4경기 포함)에 나섰다. 소화한 출전 시간만 4473분이다. 그 사이 9골과 11도움을 기록하며 포인트도 챙겼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유니폼을 갈아입으며 유럽서 첫 선을 보인 오현규와 박지수도 각각 팀에 안착했다. 오현규는 이적 이후 소속팀 셀틱이 치른 모든 대회, 모든 경기에 출전하는 적응력을 보였다. 리그 16경기에서 6골을 기록했고 셀틱의 리그, FA컵, 리그컵 3관왕에 기여했다.
군복무 이후 부상으로 월드컵에 나서지 못한 아픔을 겪은 박지수는 지난 1월 포르투갈 포르티모넨세 유니폼을 입었다. 당초 백업 수비수로 영입됐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주전 자리를 차지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월 중순 첫 출전 이후 시즌 종료까지 단 한 경기도 빠짐없이 선발 센터백 자리를 지켰다.
#아쉬움 남긴 프리미어리그 스타들
이전까지 가장 각광받던 스타였던 프리미어리그의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은 아쉬움이 남는 시즌을 보냈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리그 23골을 기록, 한국인을 넘어 아시아인 최초 빅리그 득점왕에 올랐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 만큼 이번 시즌은 아쉬운 결과를 남겼다. 예기치 못한 안면부 골절 부상을 입었다. 부상과 월드컵 휴식기가 겹쳐 결장 기간은 길지 않았으나 페이스를 되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적지 않은 포인트를 올렸으나 지난 시즌 기록을 고려하면 만족할 수 없었다.
팀의 부진도 겹쳤다. 손흥민 개인의 득점왕 수상과 함께 팀도 챔피언스리그 진출이라는 결과를 냈던 지난 시즌과 달리 토트넘은 부진한 경기력을 지속하며 감독이 경질됐다. 최종 8위를 기록,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해 다음 시즌 그 어떤 유럽대항전에도 나설 수 없게 됐다. 손흥민으로선 리그 10골을 채우며 7년 연속 두 자릿수 골 기록을 달성했다는 것이 위안거리다.
황희찬은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시즌 초반 부진으로 주전 자리에서 밀려났다. 시즌을 앞두고 공격 자원이 팀에 대거 영입됐다는 점도 황희찬에겐 악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경기장을 밟았다. 시즌을 치르며 컨디션이 올라올 기미를 보이기도 했으나 반복된 부상에 울었다. 월드컵을 앞두고도 부상을 입어 많은 시간을 소화하지 못했다.
결장과 복귀를 반복했던 황희찬의 리그 기록은 27경기(1125분) 3골 1도움이었다. 임대 이후 완전 이적으로 프리미어리그에 안착했던 지난 시즌(30경기(1812분) 5골 1도움)에 비하면 저조한 결과였다.
이상윤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유럽파 선수들의 활약상에 대해 "전반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특히 홍현석 활약이 흥미롭다. 영리하게 공을 차는 선수다. A대표팀에도 발탁이 됐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기대가 된다"며 "손흥민은 물론이고 황희찬도 유럽 무대 경력이 짧지 않다.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다. 그동안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여줬다. 다시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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