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은 텐프로 가격은 쩜오’ 강남 유흥가는 지금 A급 접대여성과 밴드 쟁탈전
텐프로라 불리는 유흥업소에는 크게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업소 이름이 세 글자이고, 접대여성이 한 룸에 고정적으로 있지 않고 여러 룸을 순회한다. 특정 접대여성이 마음에 들면 한 룸에서 한 손님 옆에만 있을 수도 있는데 보통 ‘묶는다’는 표현을 쓴다. 성매매를 의미하는 ‘2차’는 없다.
요즘 이런 형태의 텐프로 시스템을 고스란히 도입해 새롭게 문을 여는 유흥업소들이 급증하고 있다. 반면 2차가 가능한 룸살롱 등 기존 유흥업소들은 여전히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과 전혀 다른 분위기다. 서울 강남의 한 룸살롱 업주는 “접대 여성을 초이스하고 알게 모르게 2차도 가능한 정통 룸살롱은 경기를 심하게 탄다”면서 “요즘 같은 불황에는 서민들이 가장 타격을 받고 서민들이 자주 찾는 룸살롱도 어려운 것으로 불황의 타격을 적게 받는 부유층이나 비즈니스 차원에서 고급 접대가 이뤄지는 텐프로 등 고급 유흥업소는 이런 시기에도 잘 돌아간다”고 설명한다.
텐프로라 불리는 업소가 거의 사라져 가는 상황에서 최근 다시 텐프로 시스템의 유흥업소가 급증하는 것 역시 경기 불황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유흥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흐름에는 또 다른 특징이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 이런 트렌디한 텐프로를 운영하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과거 텐프로 등에서 마담으로 활동하던 이들이라는 점이다.
접대를 위해 자주 유흥업소를 찾는 한 40대 사업가는 “예전에 연락이 끊겼던 마담들한테 최근 전화가 자주 온다. 업계를 떠난 줄 알았던 이들인데 최근 자신이 가게를 새로 열었다고 한 번 놀러 오라는 전화다”면서 “요즘 유흥업계 분위기가 마치 연이은 레전드의 귀환으로 느껴질 정도다. 예전에 아주 친했던 마담도 그렇게 연락은 해서 가봤더니 텐프로 시스템인데 가격은 쩜오 수준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강남 유흥업계 관계자들은 텐프로 시스템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이들은 A급 접대여성을 다수 확보하고 있는 이들이라고 얘기한다. 대개의 경우 마담들이다. 텐프로는 2차가 불가능하고 술자리에서 신체 접촉도 거의 없는 대신 상당한 외모와 대화 수준이 보장된 접대여성을 확보해야 경쟁력이 생긴다. 결국 업주가 그런 접대여성을 많이 데리고 있는 마담을 자신의 업소로 데려오느냐가 영업에 결정적인 영향을 마친다. 그런데 최근 잘나가던 마담들이 직접 업소를 내는 사례가 늘고 있는 추세다.
강남의 한 유흥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거치며 망해서 업계를 떠난 업주들이 정말 많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면서 그 자리를 치고 들어온 신생 업주들도 많은데 생각보다 영업이 잘 안 돼 다시 떠난 경우가 많다”면서 “그렇게 빈 가게들이 비교적 싸게 나오면서 잘나가던 마담들이 투자자를 등에 업고 직접 가게를 내는 경우가 최근 많아지고 있다. 텐프로나 하이쩜오, 쩜오 등에서 잔뼈가 굵은 마담들은 단골손님 가운데 자신에게 투자를 해줄 만한 이들이 있는 데다 확실한 A급 접대여성도 다수 데리고 있어서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가 룸살롱 등 다른 유흥업소들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과거에는 텐프로에서 일하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2차는 안 나가는 룸살롱으로, 나중에는 2차도 가능한 룸살롱으로 자리를 옮기는 접대여성들이 많다고 알려졌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흐름이 바뀌었다. 텐프로 업소가 급격히 줄어들었다가 다시 늘어나면서 접대여성 구하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것. 그러다 보니 반대로 정통 룸살롱 등 유흥업소에서 잘나가는 에이스급 접대여성을 스카우트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불황에 시름하는 정통 룸살롱들은 신생 텐프로 업소에 에이스급 접대여성을 뺏기면서 영업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또 다른 진풍경은 바로 밴드 쟁탈전이다. 텐프로 업소에는 룸에 노래방 기계가 없고 따로 밴드를 부른다. 밴드는 대부분 유흥업소 소속이 아니고 개별적으로 움직이는데 대부분 한 업소와 일정 기간 계약을 맺고 일한다. 텐프로 업소가 늘어나면서 강남 유흥업계에서 실력이 좋다고 알려진 밴드 쟁탈전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당연히 손님 쟁탈전도 치열하다. 텐프로는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존재하는 이유는 그만큼 고정 고객층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나가던 마담 출신들이 오픈한 업소일지라도 단골손님이 모두 새 업소의 단골이 될 순 없다. 게다가 앞서 소개한 40대 사업가처럼 텐프로 출입이 잦았던 이들은 여러 명의 마담들과 인연이 있기 마련이다.
앞서의 강남 유흥업계 관계자는 “돈 많은 VIP 손님 확보가 절실하다”라며 “당장 업주가 된 마담 입장에선 접대여성들의 스폰서가 돼 줄 손님 확보가 더 중요하다. 텐프로 접대여성은 2차가 없는 대신 스폰서를 찾으려 애쓴다. 그런 좋은 손님이 확보돼야 A급 접대여성을 다른 가게에 안 빼앗긴다. 텐프로는 접대여성 물관리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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