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축은행에서 거액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상득 전 의원이 지난 7월 10일 중앙지법으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들어오다 저축은행 피해자에게 넥타이를 잡히고 있다.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2007년 9월 경 3억 원을 받아 이미 구속된 이 전 의원이 추가로 금품을 받은 정황이 드러나면서 검찰이 ‘대선자금 판도라의 상자’를 열 수 있을지에 정관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MB 캠프에서 자금 창구 역할을 맡았던 이 전 의원이 대선을 전후로 수십억 대의 돈을 모금했다는 진술이 나와 적잖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캠프에 몸담았던 한 정치권 인사는 7월 16일 <일요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이 전 의원 측이 (신한은행이 은밀히 돈을 전했다는 장소로 알려진) 남산 순환도로에서 적어도 20차례 이상 금융권‧대기업 관계자들과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때마다 2억~3억 원을 받았다고 한다. 총액은 수십억 원에 달할 것이다. 이 돈이 대선캠프 운영비 등으로 쓰였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털어놨다.
대선 당시 정치권과 재계 주변에서는 “이 전 의원 측이 남산순환도로를 접선 장소로 택하고 여기서 대선자금을 받고 있다. 비상등이 세 번 깜빡이면 차 트렁크를 열고 거액이 담긴 가방을 넣고 오면 된다”는 소문이 나돈 바 있는데, 이것이 사실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전 의원에게 돈이 쏠렸던 시기는 MB가 당선자 시절이던 2008년 1월~2월 사이라고 한다. 관례로 알려져 있는 소위 ‘당선 축하금’ 명목이다. 이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외곽 단체 선진국민연대 출신 A 씨가 핵심 고리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2007년 10월 박영준 전 차관이 주도해 만든 선진국민연대는 ‘1인당 3명 씩, 500만 표 승리’라는 소위 ‘135 운동’을 전개하며 460만 명의 회원을 모아 대선 승리에 큰 공을 세웠다.
이 대통령 역시 대선 직후 당선 축하연에서 “(선진국민연대) 덕분에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됐다”며 고마움을 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선진국민연대는 일부 인사들의 이권 개입 등으로 물의를 일으켰고, 정권 초반 금융권과 공기업 인사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A 씨가 기업 및 금융권과 이 전 의원 측의 돈 거래 ‘주선자’ 역할을 했다면 어떤 ‘대가성’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신한은행발 대선자금 파문의 ‘공’은 이제 검찰로 넘어갔다. 일단 검찰은 “명백한 증거가 나오기 전엔 재수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도 새로운 진술이 나온 이상 신한은행 측과 이 전 의원 사이에 이뤄졌던 석연치 않은 거래를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대검 중수부 관계자는 “대선자금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 전 의원이 받은 돈을 어디에 썼는지 용처를 확인하고 있는 것은 맞다. 이게 대선에 쓰였다면 그게 대선자금 수사가 될 수는 있다”면서 “이 전 의원이 임석 회장과 신한은행 외에도 돈을 받았다는 정황이 나오면 수사를 확대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