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국공신’ 차이충신·우융밍 요직 배치…장융 3년 만에 회장직 물러나지만 그룹 내 역할 여전히 중요
6월 19일 저녁 주식시장, 인터넷 등에선 알리바바와 관련한 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장융 알비바바홀딩스 이사회 의장 겸 CEO(최고경영자)가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란 내용이었다. 장융이 마윈의 뒤를 이어 알리바바 제국의 권력을 잡은 지 불과 3년여밖에 되지 않은 터라 반신반의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2007년 알리바바에 입사한 장융은 세계 최대 온라인쇼핑 행사인 ‘광군제’를 기획한 인물이다. 알리바바 측은 쏟아지는 문의에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음날인 6월 20일 화제의 주인공 장융이 서신을 발표했다. 그는 “16년 동안 함께 일했고, 2015년 그룹 CEO와 2019년 그룹 이사회 의장을 맡은 이래 모두가 저를 신뢰하고 지지하며 격려하고 포용했기 때문에 제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이 자리에 지금까지 전념할 수 있게 해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취지였다.
장융 뒤를 이은 인물은 차이충신과 우융밍이다. 알리바바 측은 그룹 이사회 의장에 차이충신을, CEO로는 우융밍을 각각 임명했다고 밝혔다. 둘은 창업주 마윈이 가장 신뢰하는 인물로 꼽힌다. 마윈의 최측근들이 그룹의 요직에 오른 셈이다.
장융은 자회사인 알리바바 인텔리전트 회장을 맡아 알리바바가 고안한 모바일 운영체제 ‘알리윈’ 개발에 힘쓸 예정이다. 장융은 51세로, 우융밍(48)과는 불과 세 살 차이다. 차이충신은 60세로 장융보다 아홉 살 더 많다. 최근 재계에서 불고 있는 세대교체 바람은 아니라는 의미다. 대부분의 언론은 마윈의 오른팔이자 파트너들이 그룹을 장악한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마윈이 5월 말 그룹의 비전을 제시한 이후 이뤄진 인사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당국의 ‘군기 잡기’가 끝났고, 이제는 다시 마윈의 세상이 온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알리바바 측은 “양대 ‘나한’의 임명은 알리바바가 전자상거래 업계의 새로운 경쟁 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불교용어인 ‘나한’은 최고 경지에 오른 성인을 뜻한다. 마윈은 평소 차이충신과 우융밍 등 창업을 함께했던 이들을 ‘나한’이라고 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이사회 의장 차이충신은 자타가 공인하는 ‘마윈의 파트너’다. 변호사로 일하던 차이충신은 1999년 마윈과 함께 알리바바를 창업했다. 2014년 알리바바의 뉴욕증시(NYSE) 상장을 이끌었다. 그는 2019년 미국 NBA 구단 네츠를 인수, 구단주로 오르기도 했다. 차이충신에 대해 한 외신은 “마윈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어 퇴임하는 장융 때보다 (마윈이) 훨씬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투자 분야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융밍의 존재감은 차이충신에 비해 그리 뚜렷하진 않다. 우융밍에 대해 알려진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알리바바의 한 직원은 우융밍에 대해 “그가 부자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를 실제로 본 적은 없다. 우융밍은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라고 했다. 중국에선 우융밍을 ‘은둔의 프로그래머’ ‘자유로운 영혼의 개발자’ 등으로 부른다.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한 우융밍이 마윈과 인연을 맺은 것은 ‘옐로페이지’라는 회사 덕분이다. 이곳은 마윈이 알리바바에 앞서 1997년경 세운 회사다. 당시 옐로페이지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모집하고 있었다. 우융밍이 지원을 해서 합격을 했고, 그 후 우융밍은 기술총감독으로서 알리바바 창업에 참여했다.
우융밍은 2003년 알리페이 출시를 주도하며 오늘날 알리바바의 초석을 닦았다. 2005년 알리페이 최고기술책임자, 2007년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했다. 그 후 우융밍은 알리바바의 온라인 광고 거래 플랫폼, 광고 및 모바일 업무, 헬스 및 바이오 업무 등에 관여했다. 우융밍이 외부에 알려진 것은 2014년 9월부터 2019년 9월까지 마윈의 특별 보좌관으로 재직하면서다. 이때부터 우융밍은 마윈의 최측근으로 통했다.
우융밍은 과거 한 언론 인터뷰에서 “알리바바가 더 나은 시장 경쟁력을 구현하려면 결국 메모리, 칩 등 기초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앞으로 회사가 자체적으로 더 기초기술을 개발해야 세계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고 안정성이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융밍은 알리바바의 4번째 CEO다. 마윈, 루자오시, 장융이 전임자들이다. 우융밍은 입장문을 통해 “장융의 뒤를 이어 알리바바의 최고경영자가 될 수 있게 돼 영광”이라면서 “그동안 알리바바는 항상 자기 진화와 돌파구를 통해 혁신을 이루었고, 매번 변화가 새로운 성장을 낳았다”고 했다.
다시 돌아온 마윈이 개국공신이자 자신의 ‘비밀명기’를 그룹 전면에 배치한 것은 현재 알리바바가 처한 환경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차이충신의 강점은 전략적 투자에 능숙하다는 것이다. 그는 1999년 회사 설립 후 2013년까지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맡았다. 2014년 뉴욕증시 상장으로 그 실력을 입증해냈다.
알리바바는 현재 투자와 관련해 위기를 맞고 있다. 그룹의 핵심인 전자상거래 사업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한계점이 분명한 상태다. 알리바바의 시장가치는 과거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전성기 때에 비하면 70% 줄었다는 보고서도 있다. 그만큼 알리바바에 대한 투자도 줄어들었다.
알리바바 측은 “차이충신의 거시적 투자 환경에 대한 통찰력은 알리바바의 국제화를 진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융밍의 인선은 알리바바의 본질인 ‘기술’과 ‘혁신’ 때문이다. 우융밍은 알리바바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인 ‘타오바오’ 육성에도 기여했다.
이번에 물러나긴 했지만 ‘마윈의 후계자’ 장융의 역할은 여전히 그룹 내에서 주목받을 것이란 분석도 많다. ‘알리윈’은 성장률 측면에서 위협을 받고 있다. 2018년 전년 대비 84% 매출을 올렸지만, 2022년엔 4%로 급락했다. 지난 5월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장융은 “알리윈의 2차 창업이 시작됐다. 클라우드는 전략적으로 너무 중요하다. 국제 및 국내를 막론하고 디지털 지능화는 급속한 폭발의 시기에 있으며 시대의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광군제의 아버지’ 장융은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고, 무선네트워크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알리바바에 기념비적인 공을 세운 인물이다. 또한 항상 근면하고 친화적이어서 직원들의 신뢰도 두텁다. 이번에 장융이 회장직을 내놓은 것 역시 일선 후퇴가 아닌, 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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