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시중 전 위원장이 지난 4월 25일 파이시티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서초동 대검찰청사에 출석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그러나 정치권과 검찰에선 최 전 위원장이 의도적으로 대선자금 뇌관을 건드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최 전 위원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다. 그러나 최 전 위원장 진술대로 대가성이 없는 대선 경선을 위한 정치자금이라면 알선수재보다 형이 가벼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처벌받게 된다. 더군다나 정자법 공소시효는 5년이기 때문에 최 전 위원장은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을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최 전 위원장이 이 대통령에게 보내는 ‘협박성’ 메시지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두 차례나 대선자금 얘기를 꺼냈다가 번복한 배경에는 ‘자신을 보호해주지 않으면 대선자금 실체를 공개하겠다’는 최 전 위원장의 의중이 담겨 있을 것이란 얘기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불쾌해 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혼자 살려고 이 대통령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 정무 관계자는 “이상득 전 의원이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신한은행 측 등으로부터 3억 원의 돈을 받아 대선자금 수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을 최 전 위원장이 이용한 것 같다. 그래도 정권과 운명을 같이 해야 하는 창업공신인데 조금은 섭섭한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여권 일각에선 최 전 위원장이 대선자금 혹은 ‘당선 축하금’ 중 일부를 대선과 무관하게 ‘사적’으로 썼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앞서의 청와대 관계자는 “이 전 의원의 경우 가져온 돈 대부분을 캠프 운영에 썼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최 전 위원장은 그 용처가 불분명하다. 여론조사 등에 썼겠지만 대선자금을 핑계로 모금을 해 다른 곳에 활용했을 것이란 얘기들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대선이 끝난 후 최 전 위원장이 자신과 관련 있는 채무를 변제하는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부분이 눈에 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최 전 위원장이 거주하고 있는 경기도 분당 삼성아파트의 근저당권과 가압류 등이 대선 직후인 2008년 3월에 풀린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아파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2001년 카드 빚 200만 원가량에 대해 서울지방법원이 가압류를 신청했고, 그보다 앞선 2000년엔 한국델리카(2005년 해산) 명의로 3억 5000만 원의 근저당권이 잡혀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둘 다 2008년 3월에 해지됐다. 최 전 위원장이 조성한 대선자금 중 일부가 채무 변제에 흘러들어갔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델리카의 경영진이 최 전 위원장 아들 부부였다는 것이다. 최 전 위원장 아들이 대표이사, 며느리가 감사를 맡았던 사실상 개인 회사였다. 민주통합당의 한 중진 의원은 “시기를 고려하면 최 전 위원장이 대선 때 쓰고 남은 돈 일부를 아들 부부 빚 청산에 사용했다는 의혹을 충분히 가질 만하다”면서 “검찰도 한 번 확인해 볼 사안”이라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