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학규와 김두관 후보는 오는 8월 23일부터 있을 본경선을 앞두고 치열한 2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일요신문 DB, 사진제공=김두관 |
손후보 :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기업이 공정한 경제 질서 속에서 공존하자는 것이다. 이 회장도 경제민주화가 자칫 시장경제 질서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하셨는데, 핵심은 바로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하는 데 그 뜻이 있다. 더 이상 중소기업, 납품업체에 희생만 강요해서는 안 된다. 사회 정의에 입각한 공정한 분배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것이 국민적 요구인 경제민주화다. 또 이게 저녁이 있는 삶을 실현하기 위한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경총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여소야대가 돼 현재 정착되어 가는 노조 질서를 재개편하겠다고 하고 개별 기업에 관해 소위원회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이는 기업을 위축하게 하는 것이다.
손 후보 : 현재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지 않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시민단체 등 모든 사회 세력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타협 협의체’를 통해 대타협을 추진할 것이고, 내가 앞장서겠다.
#2. 지난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 한 호프집. 김두관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0대 젊은이들과 맥주잔을 기울였다. 김 후보는 등록금을 마련할 길이 없어 대학(국민대)에 합격하고도 진학하지 못한 채 농사를 지어야 했던 자신의 과거사를 들려주며 교육비 및 청년 일자리 관련 정책 구상을 밝혔다.
김 후보는 “8000억 원의 정부 예산을 책정해 지방 국ㆍ공립대 반값등록금을 우선 추진하고 추가 예산을 확보해 이를 전국 사립대로까지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 대학, 학부모,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대학등록금 심의위원회’를 정부에 설치하고, 특별법 개정을 통해 취업 전까지 학자금 대출이자를 국가가 지급하도록 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청년 일자리 대책과 관련해 김 후보는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을 개정해 300인 이상 대기업, 공공기관의 청년 의무고용을 실시하고 ‘실업부조’ 제도를 도입해 청년 미취업자를 비롯해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에게 실업수당을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이 선물한 앙증맞은 토끼 머리띠까지 하고 자신의 아픈 경험까지 털어놓는 김 후보의 모습에 참석자들은 적극적인 의견 개진으로 화답했다.
이 두 장면은 지난 20∼21일 후보등록을 시작으로 막이 오른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대역전 드라마’를 꿈꾸는 2인자들의 경선 전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16∼17일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 업체 리서치뷰에 의뢰,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휴대전화 대상 임의전화걸기(RDD)·자동응답전화(ARS) 조사 방식 /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적합도를 물은 결과 문재인 후보가 39.6%, 김두관 후보가 12.8%, 손학규 후보가 12.0%의 지지를 얻었다. 이 상태로 본 경선에 들어갈 경우 손·김 후보는 문 후보에게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패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특히 현재의 지지도가 ‘1강(문재인) - 2중(손학규, 김두관) - 다약’의 구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손·김 후보는 어떻게든 빠른 시간 내에 ‘2위’ 자리를 차지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으로 내몰린 것이다.
굳건한 2위 자리를 차지한다면 사표방지 심리와 밴드왜건 효과(유행에 따라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현상을 뜻하는 경제용어) 등에 힘입어 1위 자리를 넘볼 수도 있다. 더욱이 본 경선에서 50% 이상 득표자가 없을 경우 1·2위 후보만으로 ‘결승전’을 치르는 결선투표제가 도입돼 본 경선에서 2위에 그치더라도 결선투표에서 이변을 연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현재의 지지도 추이로는 결선투표까지 갈 것도 없이 문 후보의 당선을 팔짱끼고 구경할 수밖에 없다. 경선전 초반에 2위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손·김 후보의 총력전이 불가피한 것이다.
지지율 2위를 차지하기 위한 손 후보의 전략은 ‘준비된 지도자’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주는 데 맞춰져 있다. 국회의원과 경기도지사, 보건복지부 장관, 야당 대표 등 화려한 스펙을 갖춘 손 후보로서는 경험과 경륜이야말로 최대의 무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손 후보는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번 대선은 철저히 콘텐츠 경쟁으로 치러져야 한다” “누가 국가를 운영할 준비가 돼 있는지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참여정부 청와대 근무 경험 외에는 국정운영 참여 경험이 없는 문재인 후보, 지방자치단체에서만 일했던 김두관 후보와의 ‘콘텐츠 대결’에서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자신감을 반영한다.
실제로 지난 11∼20일 열흘간 손 후보의 공식 일정을 보면 정책 관련 일정이 유난히 많았다. 11일 성폭력과 가정폭력, 학교폭력 대책을 담은 ‘맘편한 세상 정책 간담회’를 연 데 이어 12일에는 서울 영등포구 폐쇄회로(CC)TV 통합관제센터를 방문했다. 13일에는 공동육아협동조합 간담회를 가졌고, 15일에는 광주은행노조와 간담회를 가졌다. 17일에는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한 교육정책 발표회를 열고 서울시 직장맘 지원센터 개소식에도 참석했다. 18일에는 혁신학교 간담회에, 19일에는 민주당 여성정치캠프 주최 여성정책 토론회에 참석했다.
12일 서강대, 20일 강원 춘천시 몸짓극장에서 열었던 4·5차 ‘토크 배틀’ 역시 콘텐츠로 승부하겠다는 손 후보의 전략을 보여주는 일정이다. 일정한 형식이나 사전 조율 없이 실시간 쏟아지는 질문들에 즉문즉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토크 배틀’은 손 후보의 숨겨진 ‘내공’을 드러내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행사다. ‘토크 배틀’은 아니었지만 민주당 내 김근태계 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주최로 열린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서도 손 후보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민평련 관계자는 “회원들 사이에서 ‘토론회 성적만 보면 손학규가 1등’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고 전했다.
손학규 후보가 자신의 강점을 적극 홍보하는 쪽으로 전략을 세웠다면 김두관 후보는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는 쪽에 집중하고 있다. 이장에서 출발, 군수와 도지사를 거치며 성장해 온 김 후보의 최대 약점은 낮은 인지도다. 참여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냈지만 조기에 낙마하는 바람에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하는 데에는 한계가 분명했다. 인지도가 낮다는 것은 많은 국민들에게 대선후보감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후보가 다른 후보들의 2배가 넘는 공식 일정을 소화해 가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얼굴을 들이미는 것은 이 같은 고민에서 출발한 것이다.
지난 11∼20일 김 후보의 일정에는 외부 단체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한 게 많다. 12일 방송통신위원회 감사청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것이나 14일 의료주권소비자모임·환자단체연합 캠프 참가, 독도 플래시몹 촬영 참가 등이 이에 해당한다. 18일에는 ‘도올 선생님과 함께 하는 고전의 향연 특강’에 참석했고 19일에는 몽양 여운형 선생 서거 65주기 추모제, 한반도평화포럼 정책간담회, 민주당 여성정치캠프에 참석했다.
대규모 세 과시 역시 자신의 존재감을 널리 알리기 위한 김 후보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는 지난 6월 12일 자신의 근거지격인 경남 창원에서 저서 <아래에서부터> 출판기념회를 연 데 이어 지난 21일에는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서울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공식 출마선언 전인 경남 출판기념회 참석자가 1000명을 넘었고, 서울 출판기념회에도 5000명 이상이 몰렸다. 지난 8일 전남 해남군 땅끝마을에서 가진 출마 기자회견에도 60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손·김 후보가 경선전 초반에 문재인 후보를 어느 정도까지라도 따라잡을 수 있을지, 둘 중 누가 ‘문재인 대항마’로 떠오를지는 당 안팎에서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손·김 후보가 벌이는 2위 싸움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오는 8월 23일부터 제주를 시작으로 본경선이 시작되는 만큼 기껏해야 한 달 정도의 시간만 남았을 뿐이다. 런던올림픽에 모든 관심이 쏠리는 하한기를 돌파하고 누가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지 궁금하다.
박공헌 언론인
‘책 출간 환영 ^^’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손 후보는 경선캠프 공식 입장으로 “환영한다. 정권교체에 기여할 것이라 생각한다”는 짧은 반응을 내놨다. 김 후보는 “출간을 축하드린다. 사회 현안과 미래에 대한 시각과 해결 방향에서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더라. 정권교체에 큰 힘이 되길 바란다”는 반응을 내놨다. 겉으로는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책 출간 하루가 지나서야 나온 짧은 입장이었다. 이들이 내놓은 반응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다.
안 원장의 조기 등판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데에는 당내에서도 이견이 거의 없다. 한 대선후보 경선캠프 관계자는 “손·김 후보가 최근 언론에 그렇게 많이 노출됐는데도 지지율 면에서 크게 치고 올라가지 못한 것은 장외주자인 안철수 원장 때문이었다”며 “안 원장의 존재가 민주당 대선주자 경쟁의 유동성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안 원장이 본격 대권 행보에 나서게 된 만큼 야권 대선후보 경쟁 구도는 ‘안철수 대 문재인’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론의 조명을 받음으로써 ‘대역전 드라마’를 쓰겠다던 손·김 후보의 꿈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위기에 처한 셈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