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순국 사진전문기자 |
어렸을 때부터 전 할머니 손에서 자랐습니다. 부모님이 모두 일을 하러 다니셨기 때문에 할머니가 저와 동생을 키우셨던 거죠. 할머니랑 손잡고 시장에 가서 순대와 오뎅을 사먹었던 기억도 나고 할머니가 해주셨던 깻잎무침과 장조림, 김치 맛은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는 할머니의 손맛입니다.
3년 전부터 노환으로 병원에 입원 중이셨는데, 제가 미국에 있다가 시즌 마치고 한국에 들어가면 할머니가 제가 올 날 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계신다는 얘기를 어머니를 통해 전해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에는 새로 태어난 딸 소희를 안고 가서 처음으로 할머니한테 인사를 시켰습니다. 무빈이 건우, 그리고 소희까지 세 손주들을 품에 안으시고 한없이 행복해 하셨던 모습이 잊히지 않네요.
할머니는 제가 뛰고 있는 미국 메이저리그를 현지에서 직접 관전하시길 소원하셨습니다. 그래서 3년 전 할머니를 미국으로 모시려고 준비를 하다가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시는 바람에 할머니의 소원은 이뤄지지 못했어요. 할머니의 부음을 듣고 제일 먼저 생각난 게 할머니를 미국으로 모시고 오지 못한 데 대한 자책감이었습니다. 제가 뛰고 있는 이곳을 한 번 보시고 돌아가셨더라면 할머니도 저도 마음의 한으로 남아 있지 않았을 테니까요.
7월 말이면 트레이드 마감 시간인데, 선수들 사이에서는 우리 팀에 절실히 필요한 선수 두 명 정도만 영입됐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주고받습니다. 어떤 선수들이냐고요? 클리블랜드 팀 사정을 아시는 분들이라면 쉽게 답이 나올 겁니다. 마운드를 확실히 지켜줄 선발투수 한 명과 파워 있는 오른손 타자가 필요한 데 설령 그런 선수가 트레이드 시장에 나왔다고 해도 공짜로 데려올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선수들 입장에선 아쉬움만 곱씹을 뿐입니다.
가끔씩 저랑 함께 뛰었던 클리프 리, 빅터 마르티네즈 등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그들과 지금 함께 야구를 했더라면 별다른 걱정 없이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선수인 저보다는 감독님이 더 그들을 그리워하지 않으실까요?
그리고 어떤 기자가 저한테 트레이드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겠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런데 아마 지금처럼 순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는 거의 가망이 없는 시나리오가 아닐까 싶네요. 혹시 모르죠. 1위인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10게임 차로 벌어지고 2주 연속 패배를 거듭한다면 비즈니스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는 팀에서 제 거취를 고민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요즘 3할 타율을 넘어서기 위해 계속 그 밑의 언저리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렇게 계속 도전하고 두들기다 보면 그 숫자에 다가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 멀지 않는, 손을 뻗으면 닿을 만한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다음 주 일기에 3할 타율에 올라선 소감에 대해 쓸 수 있을까요? 심히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