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7월 25일 평양 능라인민유원지 준공식에 참석, 팔짱을 끼고 걷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전 세계 이목은 본격적으로 닻을 올린 김정은 체제의 향후 행보에 쏠리고 있다. 선친의 정통성을 이어받았지만 앞선 정권과는 확연히 다른 변화의 조짐도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의 테마는 ‘개혁개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원수 등극으로 명실상부 최고지도자에 오른 김정은이 본격적으로 ‘개혁개방 시프트’를 가동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변화의 조짐은 김정일 사망 직후부터 감지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일이 사망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형섭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은 ‘김정은이 해외의 경제개혁 사례를 연구하고 있다’고 해외 언론을 통해 밝힌 바 있다. 또 지난 2월에는 김정은이 핵심 간부 회의에서 ‘지금은 총알보다 식량이 더 중요하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어느 때보다 강한 개혁 개방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위원은 북한의 개혁 개방과 관련, 구체적인 증거를 들기도 했다. 그는 “김정은이 국정에 관여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신년공동사설만 살펴봐도 경제정책 기조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9년 ‘선군’이라는 단어는 33번 언급됐는데 2010년에는 15번으로 절반 이상 줄었고 작년에는 14번 언급됐다. 반면 경제성장과 관련한 ‘경공업’이라는 단어는 2009년 1번 언급된 것에 반해 작년에는 무려 21번 언급됐다. 또한 김정일 사망을 전후해 외국인 투자관련 법령이 대거 정비됐다. 이는 외국인 투자유치정책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기자는 최근 북한 내부와 접촉하고 있는 몇몇 대북단체를 통해서도 경제개혁과 관련된 동향 정보가 입수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강혁 NK지식인연대 사무국장은 “지난 7월 5일 각급 도당에서는 ‘경제관리 체계도입’과 관련한 당국의 방침을 전달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파악하지 못했지만 상점, 식당, 무역 등에 개인투자를 할 수 있고 대신 당국에 10~20%의 세금을 낸다는 사안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 역시 “조만간 새로운 체계 도입이 이루어질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 수준의 완벽한 개인 투자 허용은 아니다. 아마도 사업장의 임대를 허용하는 선에서 이루어 질 것이다. 개인이나 집단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사업장의 임대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러한 내부 차원의 움직임 이외에도 대외적으로도 상당히 중요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북한이 지난 20여 년간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있는 대일배상청구권 협상을 최근 재개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5월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이 대일배상청구권 협상을 재개했다고 들었다. 어느 정도까지 협상이 진행됐는지 알 순 없지만 사실상 중단됐던 일본과의 협상이 재개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는 경제개혁에 필요한 자금력을 확보하기 위해 나선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베이징 조선투자사무소’가 중국 현지에 세운 문화원 웹사이트. |
이러한 상황 하에서 현재 주변국들의 관심은 추후 북한의 개혁개방이 얼마만큼 속도를 내게 될지에 쏠리고 있다. 하지만 북한 안팎에서 감지되고 있는 변화의 조짐만으로 단기간에 북한의 문이 열릴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최근 리영호 숙청, 김정은 원수 등극과 같은 체제 내 변화의 움직임은 분명 개혁 개방으로 나가는 ‘전조’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속도가 빠르진 않을 것이다. 현재는 중국 등 외부의 투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한 일시적인 제스처 수준이다. 다만 핵개발이 완성돼 핵보유국으로서 위상을 인정받으면 본격적으로 개혁 개방에 속도가 붙을 것이다. 그럴 경우 5~10년 사이 완전 개방 수준으로 갈 수도 있다”라고 내다봤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안정감’ 있는 이미지 팍팍
지난 7월 6일, 김정은과 함께 모란봉악단 시범공연에 배석한 젊은 여인이 결국 김정은의 부인으로 밝혀졌다.
지난 7월 25일,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 등 북한매체들은 당시 능라유원지 준공식 소식을 전하며 “환영곡이 울리는 가운데 김정은 원수가 부인 리설주 동지와 함께 준공식장에 나왔다”라고 보도했다. 이날 방송을 통해 처음 언급된 리설주는 7월 6일 모습을 드러낸 뒤, 김정은의 근접거리에서 수행하고 있는 장면이 자주 목격됐다.
본지는 이미 지난해 11월, 1017호 기사를 통해 김정은의 결혼설을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대북단체들과 접촉하고 있는 내부 소식통은 “김정은의 배우자는 함경북도 청진 출신으로 대학 교원인 아버지와 산부인과 의사인 어머니를 두고 있다”라고 밝혔었다. 당시 소식통은 또한 김정은이 처가에 벤츠 편을 통해 매년 선물을 전달하고 있으며 이미 북한 내부에서는 자녀까지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전했었다.
최근 국정원은 리설주가 중국에서 성악을 전공한 협주단 단원 출신으로 지난 2005년 9월 인천에서 열린 아시아육상대회에 응원단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당시 응원단 참가자들의 나이를 따져봤을 때 리설주는 올해 23세로 추정된다. 이 밖에도 지난 2003년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 청소년 공동행사에 ‘리설주’라는 소녀가 등장한 바 있는데 이 역시 동일인물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 매체가 최고 지도자의 ‘퍼스트레이디’를 두고 ‘부인’이라는 칭호로 공개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이전 김정일의 부인이었던 고영희, 성혜림, 김옥 등을 두고는 ‘부인’이라는 칭호를 사용하지 않았다.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부인을 공개한 것은 자신의 어린 나이에 대한 외부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보다 안정감 있는 행보를 과시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하고 있다.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