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울음을 터트린 조준호 기자회견
지난 7월 29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엑셀 노스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유도 남자 66kg 이하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짜릿한 승리를 거둔 조준호. 8강전에서 일본의 에비누마 마사시에게 심판 판정으로 이겼다가 국제유도연맹 심판위원장의 개입으로 다시 번복되는 황당한 상황을 겪으면서도 패자부활전을 거쳐 동메달 결정전에까지 진출한 끝에 메달을 품에 안은 ‘사연 많은 남자’가 됐다. 7월 30일 오후 5시(이하 한국시간) 런던 시내의 코리아하우스에서 진행된 조준호의 기자회견 내용을 정리해본다.
-먼저 동메달을 획득한 소감을 말해 달라.
“사실 8강전에서 판정이 번복되면서 심적 고통이 컸었다. 그러나 패자부활전과 동메달 결정전을 기다리는 동안 정훈 감독님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한국인의 투지를 보여주자고, 그 근성을 보여주자고 말씀하신 부분이 큰 힘이 됐다. 무엇보다 부상의 악조건 속에서도 동메달을 딸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기쁘게 생각한다.”
-8강전 일본의 에비누마 마사시를 상대로 심판 전원의 판정승을 거뒀다가 다시 번복된 데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처음엔 너무나 아쉬웠다. 이겼다고 생각했고, 준결승전에 진출할 수 있다는 기쁨이 컸는데 다시 뒤집어지니까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기분이 들었다. 경기 후반에 일본 선수에게 큰 포인트를 뺏긴 것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난 선수로서 최선을 다했고 판정은 심판들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기 결과에는 승복한다.”
-동메달리스트이면서도 이렇게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도 이례적이다. 다른 올림픽 동메달리스트한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다.
“날 응원해주고 격려를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이번엔 아쉽게도 3등을 했지만, 다음 브라질 월드컵에선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
-올림픽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선배 최민호와 치열한 경합 끝에 낙점을 받았다. 누구보다 자신으로 인해 런던에 오지 못한 최민호에 대한 감정이 남다를 것 같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정말 힘든 일도 많았고 우여곡절의 일들도 있었다. 그래도 최민호 선배의 몫까지 뛰겠다는 집념으로 버텼다. 민호 형 몫까지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얻고 싶었는데 금메달을 따지 못해 아쉽다. 그래도 민호 형이 잘했다고, 수고했다고 얘기해줘서 마음은 편하다.”
-2008베이징올림픽 때는 최민호의 훈련 파트너로 올림픽에 참가했었다. 이번엔 당당히 국가대표 선수 자격으로 메달을 획득했는데, 감회가 어떤가.
“베이징올림픽을 체험하면서 더 큰 꿈을 키울 수 있었다. 비록 금메달은 목에 걸지 못했지만, 어느 정도의 꿈은 이뤘다고 생각한다.”
-올림픽 직전 까지만 해도 유도대표팀의 금메달리스트 후보로는 왕기춘, 김재범 선수가 꼽혔었다. 두 선수한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 데 대해 어떤 기분이 들었나.
“그렇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부러웠다. 나도 잘해서 그런 관심을 받고 싶었다.”
-에비누마 선수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준호가 이긴 게 맞다 라고 얘기한 바 있다.
“에비누마 선수가 굉장히 겸손한 자세로 대답해준 게 아닌가 싶다. 내가 큰 포인트를 잃어 정신이 없었고 경기 내내 박빙의 승부를 펼쳤었다. 솔직히 경기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을 정도다. 그래도 에비누마 선수가 시합 때는 많이 미웠는데 그렇게 말해줬다고 하니 고맙다(웃음).”
-동메달결정전을 마치고 할머니가 돌아가신 사실을 알았다. 누가 소식을 전해준 건가.
“시합 끝나고 부모님을 만났는데 그때 얘기를 들었다. 7월 초, 일본 전지훈련갔을 때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하더라. 금메달을 따서 귀국했더라면 할머니가 많이 좋아하셨을 텐데 아쉽다.
조준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눈에선 쉼 없이 눈물이 흘러 내렸다. 그동안 참았던 감정이 한꺼번에 복받쳐 오른 모습이었다. 그의 사연에, 눈물에, 기자들 또한 가슴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그가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섰을 때 기자회견에 나온 모든 기자들이 진심으로 축하의, 응원의, 격려의 박수를 보내줬다. 조준호의 올림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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