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통해 한국 선수들의 선전을 응원하던 국내 시청자들을 멘붕(멘탈붕괴) 상태로 몰아넣은 결정적인 사건의 주인공, 아니 피해자는 펜싱 신아람 선수다. 신아람 선수의 승리로 경기가 마무리되기 1초 전 상황에서 심판진은 “셋, 둘, 하나”까지 외친 다음 “제로”가 아닌 “반” “반의 반” “반의 반의 반”만 거듭 외치고 있었다.
그런데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유도 남자 66kg급 8강 경기에서 조준호가 판정승을 거뒀지만 심판위원장이 세 명의 심판을 불러 모아 뭔가를 얘기하자 판정은 조준호의 패배로 급변했다. 유도 국제 경기에서 유례가 없는 심판들의 판정 번복이 일어난 것이다. 오죽하면 유도 국제 심판들이 이에 항의해 경기 보이콧을 상의했을 정도다.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에선 타이머 조작을 잘못해 신아람 선수가 패배하는 어처구니없는 경기 진행 미숙 사건이 벌어졌다. 외신들 역시 ‘가장 논쟁거리가 될 사건’이라고 신아람의 소식을 타전했을 정도다.
게다가 비록 경기에선 승리했지만 스위스 국가대표 모르가넬라의 비신사적인 행위에 대해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별다른 신체 접촉이 없었음에도 모르가넬라의 할리우드 액션에 속아 박주영에게 경고를 준 심판의 판정 역시 오심이시 때문이다.
거듭되는 오심에 국내 팬들은 잔뜩 화가 났다. 모르가넬라와 하이데만의 페이스북이 국내 팬들의 악플로 점령당했다. 이에 항의해 한국인 비하 글을 남긴 모르가넬라는 아예 스위스 대표팀에서 퇴출당하고 말았다.
한편 유독 한국 대표팀의 경기에 오심이 집중되는 까닭이 대한민국의 국력과 스포츠 외교력이 약하기 때문이라는 주장까지 난무하고 있다. 분명 오해의 여지는 있다. 유도 조준호 선수의 패배로 승리한 이는 유도 종주국 일본의 에비누마 선수였으며, 스위스와의 축구 예선경기에는 스위스 출신의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이 관중석에 앉아 있었다. 펜싱 신아람 선수 역시 펜싱 본고장인 유럽 선수 하이데만(독일)에게 패배를 당했다.
일부 네티즌은 이명박 대통령의 런던올림픽 개막식 불참 때문이라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번 런던 올림픽에는 역대 올림픽 최대 규모인 120여 개국 정상급 지도자들이 참석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 등이 참석했고 미국에선 미셸 오바마 대통령 부인, 미트 롬니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등이 걸던을 찾았다.
유도 조준호 선수의 경우 비디오 판독을 등에 업고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일부 심판위원장들의 야욕이 하필이면 조준호 선수 경기에서 불거졌을 뿐이라고 볼 수도 있다. 당시 8강전에서 조준호 선수는 비디오 판독을 통해 에비누마 선수의 득점을 번복시킨 바 있다.
펜싱 신아람 선수는 전형적인 경기 진행 미숙으로 비롯된 사고였다. ‘경기 종료는 경기장 화면에 나오는 시간을 보고 심판이 결정한다’는 대회 규정은 번복조차 힘겹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불운으로 보기에는 유독 한국 대표팀에만 불운이 거듭되고 있어 국내 팬들을 더욱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