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소주 사업 철수 2년 만에 내놔…“기존 강자가 자리잡은 시장 균열 일으키기 위해 면밀한 조사 필요”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의 주류 유통 자회사인 신세계L&B는 최근 특허청에 ‘킹소주24’ 상표를 출원했다. 2020년 제주소주 사업을 철수한 지 2년 만이다.
앞서 이마트는 2016년 제주소주 지분 전량을 190억 원에 인수했다. 이어 이듬해 제주소주를 리뉴얼해 신제품 ‘푸른밤’을 선보였다. 신세계그룹은 제주소주 인수 후 전국 이마트에 제주소주를 배치할 계획이었다. 당시 대형마트 선두주자로 알려진 이마트에 제주소주를 유통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또 제주소주 출시를 두고 소비자들 사이에선 ‘정용진 소주’로 알려져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성적표는 기대 이하였다. 제주소주의 영업손실액은 인수했던 해인 2016년 19억 원에서 2020년 106억 원을 기록했고 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졌다. 결국 이마트의 자회사였던 제주소주는 2021년 소주사업을 철수하고 신세계L&B에 흡수합병됐다.
소주사업에 한 차례 고배를 마신 상황에서 정 부회장이 소주사업에 재도전장을 내밀자 관심이 쏠렸다. 신세계L&B 관계자는 “특색 있는 주류에 대한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한정 상품을 선보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킹소주24는 신세계그룹 유통사인 이마트와 이마트24에만 납품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신세계L&B 관계자는 “모든 유통 채널에 입고되지는 않고 특정 채널을 통해 운영할 계획”이라면서도 “정확한 유통 채널은 현재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평소 소비자들과 자주 소통하는 정 부회장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킹소주24 마케팅을 해나가면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를 중심으로 새로운 소주 열풍이 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는 “MZ세대에게 주목받는 정 부회장만의 ‘힙함’이 잘 전달되면 기존과 다른 한국의 새로운 소주 시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주류업계를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진로, 처음처럼, 화요 등 국내 소주시장에서 기존에 마시던 소주를 찾는 소비층이 견고하게 자리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데이터 기반 리서치 기업 메타베이(Metavey)가 지난 4월 24일부터 5월 3일까지 20대~60대 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소주 선호도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선호하는 소주 1위로 참이슬(40.3%)이 꼽혔다. 진로(19.3%), 처음처럼(18.7%)은 뒤를 이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진로 소주는 1970년, 참이슬은 1998년, 롯데칠성의 처음처럼은 2006년 출시됐다. 출시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높은 것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진로, 처음처럼 등이 소주시장의 양대산맥으로 존재하고 있다”면서 “다만 최근 제로열풍으로 새로가 독주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내놓는) 이번 소주가 소주시장에 균열을 일으키기 위해선 현재 소주시장에 대해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가격 책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진로, 처음처럼 외에 원소주 등 프리미엄 소주의 등장으로 소주 종류가 다양해진 상황에서 이를 틈타 기존 소주들보다 가격을 높게 책정하면 소비자들의 반감만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소주를 접할 기회를 주되 가격을 높게 책정해 일부 소비자만 경험할 수 있게 해선 안 된다”며 “자리잡힌 시장에 새로 들어가는 입장이라면 더 많은 소비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러 기대와 우려 속 소주사업 재도전을 두고 ‘애주가’로 알려진 정 부회장이 마케팅에 주력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신세계L&B 관계자는 “(킹소주24는) 특색있는 주류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높아져 이에 대한 시장 반응을 보기 위한 상품”이라며 “대대적인 마케팅 활동이나 상품 운영은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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