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윤기 골밑의 새로운 엔진으로 떠올라…올림픽·아시안게임 앞두고 전력 업그레이드 전망
#대표팀 입지 공고히 한 허훈-하윤기
1승 1패를 거둔 일본과의 2연전에서 대표팀이 얻은 수확은 허훈(상무)과 하윤기(KT)의 팀 내 입지 재확인이었다. 허훈은 특히 대표팀이 승리(76-69)를 거둔 1차전에서 팀 내 최다 득점(22점)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가장 많은 출전시간을 소화한 인물이었다. 1999년생 하윤기는 향후에도 대표팀에서 중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선보였다. 이승현(KCC)에 이어 긴 시간 코트를 밟은 빅맨 자원이었으며 공격과 수비 다방면에서 재능을 선보였다.
허훈은 대표팀에서의 아픔이 있는 선수다. 아버지인 허재 전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던 시절인 2018년,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곧 논란이 뒤따랐다. 당시 신인이던 허훈을 놓고 '특혜 선발'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대회 결과도 성공적이지 못했다. 허훈은 많은 출전 시간을 보장받지 못했고 대표팀도 4강에서 탈락하며 허 전 감독은 불명예 퇴진을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5년이 흐른 현재, 허훈은 대표팀에서 에이스 역할을 맡는 자원으로 성장했다. 그사이 KBL 정규리그 MVP를 받으며 국내 무대를 평정했다. 상무에서 군 복무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몸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나 허훈은 여전한 기량을 과시했다.
대표팀은 가드 2명을 기용하는 전통적인 농구에서 탈피, 1가드 시스템을 주로 사용한다. 이 같은 전술에 허훈은 코트 위 1명뿐인 볼 핸들러로 맹활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이즈가 큰 대표팀의 떨어질 수 있는 기동성을 채워주는 자원으로 기용됐다.
하윤기는 이번 2연전을 통해 대표팀 골밑의 새로운 엔진으로 떠올랐다. 기존 빅맨들이 부상을 입은 사이 이번 2연전에서 주전 센터로 낙점을 받았다. 1차전 10득점 6리바운드 4블록, 2차전 14득점 2블록으로 공수에서 기대에 부응했다. 틈틈이 터지는 호쾌한 덩크는 경기 분위기를 바꿔 놓았다. 오세근(SK), 이승현, 김종규(DB) 등 장기간 대표팀을 지킨 빅맨들이 30대에 접어든 가운데 1999년생 하윤기는 반가운 존재였다.
#대표팀의 수확과 과제
추일승 감독은 프로 무대 지도자 시절부터 특유의 '포워드 농구'를 고수한다. 전통적인 가드 역할을 맡는 선수를 1명만 기용하며 4명의 장신 선수들로 코트를 채운다. 이는 그가 첫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지난해 여름부터 이어져왔다.
장신 선수가 다수 나서는 '빅 라인업'은 수비면에서 위험 요소를 줄일 수 있다. 장신화가 진행된 국제무대에서 국내 가드 자원들은 신장 경쟁력이 비교적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때론 상대 장신 선수들의 공략 지점이 되기도 한다. 2m 내외의 선수 4명이 나서는 현재의 대표팀 체제는 이 같은 약점을 상쇄할 수 있는 열쇠가 된다.
추 감독의 포워드 농구에서 송교창(상무)은 핵심 자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20-2021시즌 KBL 정규리그 MVP인 송교창은 리그 내 최고의 공수겸장 선수 중 하나로 평가 받는다. 201cm의 장신에도 남다른 순발력과 탄력을 자랑한다. 내외곽을 넘나들며 대표팀 내에서 맡는 역할이 더 많아지고 있다. 또한 지난해 깜짝 활약으로 주목을 받았던 이우석도 여전한 가치를 증명했다.
가드 자원을 비교적 적게, 포워드 자원을 다수 선발하는 현재 체제는 2022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에서 부작용을 경험한 바 있다. 조별리그에서 중국, 대만, 바레인을 상대로 전승을 거뒀으나 8강에서 뉴질랜드에 막혔다. 뉴질랜드전 패배는 가드 자원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 경기에 앞서 허웅(KCC)이 코로나19 감염, 허훈이 부상으로 빠졌다. 유일하게 남은 가드인 이대성(미카와)이 테크니컬 파울로 퇴장을 당했고 가드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최준용(KCC)마저 퇴장을 당했다. 전반까지 대등한 경기를 이어가던 대표팀은 결국 빅맨들이 볼을 운반하는 등 진풍경을 보인 끝에 패배했다.
1가드 시스템의 어려움은 이번 한일전에서도 일부 드러났다. 허훈이 핸들러로서 역할을 잘 수행했으나 과부화가 느껴지는 장면이 나타났다. 실제 1차전에서 30분 가까이 소화한 이후 이튿날 곧바로 열린 2차전에서는 컨디션 난조를 보이기도 했다. 1명의 가드와 역할을 분담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포워드의 도움이 필요했다. 이 같은 역할에 최적화된 자원인 최준용은 이번 여름 부상으로 대표팀에 선발되지 않았다.
#팀 코리아는 더 강해진다
한일전 2연전을 치른 대표팀은 짧은 휴식 이후 재소집해 훈련에 돌입한다. 기존 명단에서 오세근, 이대헌(가스공사), 양재민(센다이)이 제외됐다. 12명의 선수들로 오는 8월 12일부터 열리는 올림픽 사전 예선을 대비한다.
지난 한일전과 달리 대표팀의 전력은 업그레이드 될 전망이다. 대표팀 전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김선형(SK)과 라건아(KCC)는 그간 재활에 열중했다. 현재는 슈팅 훈련을 하는 등 실전에 나설 정도로 몸상태를 끌어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김선형은 직전시즌 KBL 정규리그 MVP를 수상한 국내 최고의 가드 중 한 명이다. 원활한 복귀가 이뤄진다면 코트 내 사령관 역할을 맡으며 허훈의 짐을 덜어줄 수 있을 전망이다.
사상 최초 특별귀화로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최초의 선수인 라건아는 대표팀과의 작별을 앞두고 있다. 지난 2018년 귀화 이후 대표팀 내 가장 비중이 큰 선수 중 하나였다. 그는 지난 아시아컵 8강 탈락 이후 오는 아시안게임을 마지막으로 대표팀 커리어를 마무리하겠다는 말을 전한 바 있다. 약 5년간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활약한 라건아는 이번 여름,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올림픽 출전과 아시안게임 메달 획득을 노린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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