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영 태권소녀 맞짱 황경선이 지난해 5월 3일 경주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준결승전에서 영국의 사라 스티븐슨에게 아쉽게 패했다. 연합뉴스 |
8월 9일(이하 한국시간)부터 시작되는 태권도에서 국민들에게 가장 큰 기대를 받는 선수는 여자 67kg 이하급에 출전하는 황경선(26·고양시청)이다. 고교생 신분으로 처음 출전했던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이후 승승장구를 이어간 황경선에게 이번 올림픽 출전이 벌써 세 번째다. 황경선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여유로운 경기 운영과 노련함으로 올림픽 2관왕에 도전한다.
황경선의 최대 적수는 올림픽 4회 연속 출전에 빛나는 사라 스티븐슨(28·영국)이다. 스티븐슨은 여자 중량급의 세계적 강호로 2011년 경주세계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황경선을 물리치고 금메달을 따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67kg 이상급에서 동메달을 딴 이후 체급을 낮춰 67kg 이하급에 출전하고 있는 스티븐슨은 상대와의 체력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바뀐 대도 전자호구 운영 방식은 강한 돌려차기 기술에 능한 황경선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스티븐슨은 자국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있어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나설 것이다.
육상 110m 허들 경기에서는 ‘황색탄환’ 류샹(29·중국)과 그의 영원한 라이벌 다이론 로블레스(26·쿠바)의 리턴매치가 이뤄진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은 류샹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기권(아킬레스건 부상)하며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그의 시대는 끝났다’는 언론 보도를 비웃기라도 하듯 절치부심한 류샹은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당당하게 우승해 화려하게 재기했다.
29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가 부담되지만 110m 허들 종목에서 트리플크라운(세계기록, 올림픽, 세계선수권)을 작성한 선수는 류샹이 유일하다. 그만큼 원숙한 노련미와 풍부한 경험으로 경기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선수다.
현 세계기록 보유자(12초87)인 로블레스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류샹이 기권하는 바람에 우승의 감동은 덜 했다. 로블레스는 런던올림픽 이후 은퇴를 선언했다. 그만큼 올림픽 2연패에 대한 욕심이 남다르다.
최근 두 선수가 대결했던 2010년 대구육상선수권대회에서 로블레스가 류샹을 제치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레이스 도중 류샹과 신체 접촉이 발각되어 실격으로 처리됐다. 로블레스가 이번 대결에서 당당하게 류샹을 누르고 명예 회복을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우생순’의 신화를 썼던 한국 여자 핸드볼은 전통의 강호 덴마크와 오랜 숙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한국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결승에서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덴마크에 패했고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도 승부던지기까지 가는 혈전 끝에 패한 바 있다. 상대 전적도 1무3패로 한국이 절대적으로 열세다. 하지만 지난 7월 30일, 예선 B조 경기에서 한국이 덴마크를 25-24, 1골 차로 눌러 그동안의 패배를 설욕했다. 본선 무대에서 덴마크를 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팀 간의 진짜 승부는 토너먼트가 시작되는 8강전부터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로 세대교체를 단행한 한국은 어린 선수들의 경기력 미숙이 최대의 약점이다. 에이스 김온아(24·인천시체육회)마저도 예선 경기에서의 부상으로 4강 이후에나 출장할 수 있어 경기 운영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그렇지만 장기인 스피드를 살리고 젊은 패기를 앞세운 체력전으로 덴마크를 승부한다면 20년 만에 우승을 거두는 쾌거를 이룰 수도 있다.
세계랭킹 4위 덴마크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부터 2004년 아테네올림픽까지 올림픽 3연패에 빛나는 전통적 강호이다. 최근 덴마크도 세대교체를 단행해 예전에 비해 전력이 약해진 것이 사실이지만 파상적인 공격력과 장신의 키를 이용한 돌파와 슈팅은 여전하다.
한국이 예선에서 그랬듯이 토너먼트에서도 덴마크를 눌러 오랫동안 이어온 악연을 끊어 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
농구는 드림팀을 구성한 미국과 조직력이 돋보이는 스페인이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미국이 스페인을 결승에서 꺾으며 금메달을 목에 걸은 바 있다.
미국프로농구(NBA) 슈퍼스타 코비 브라이언트(34)를 비롯해 르브론 제임스(28), 케빈 듀란트(24) 등 화려한 라인업의 미국을 대적하기에 상대적으로 약한 로스터를 보유한 스페인이지만 토너먼트 경기의 특성상 단판 경기에서 다윗이 골리앗을 잡는 대이변이 일어날 수도 있다.
미국의 백코트 진은 NBA 올스타팀을 그대로 가져다 놓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정확한 ‘킬패스’와 위기 상황에서 득점해 주는 해결사가 많다. 뛰어난 개인 능력을 가진 공격 자원이 많기 때문에 다양한 공력루트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에 반해 유로바스켓 2연패에 빛나는 스페인은 다년간 대표팀 멤버로 활약한 선수들이 그물망 같은 조직력을 뽐낸다. 스페인 농구 전성기를 이끌고 있는 80년생 무렵의 동갑내기들, 호세 칼데론(31), 카를로스 나바로(32), 파우 가솔(32)이 건재하고 여기에 올 시즌 NBA 오클라호마시티 돌풍의 선봉장, 세르지 이바카(23)의 합류로 더욱더 강력한 조직력을 형성했다.
7월 25일 벌어진 평가전에서 미국이 스페인을 100-78로 완파하여 금메달에 한 발짝 앞서 있다는 평가지만 천하의 미국도 골밑을 확실하게 책임져 줄 수 있는 센터 자원이 부족하다. 선수촌 입촌을 거부하고 호화 호텔에서 묵고 있는 미국이 경기 전 술 파티(?)라도 벌이는 날엔 드림팀의 금메달 꿈은 한여름 밤의 꿈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차인태 기자 cit020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