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국 축구팬들에게 한일전은 비교적 안심하고 볼 수 있는 경기였다. 비록 전력이 다소 약할지라도 정신력에서 일본을 압도해 한일전만큼은 대한민국 축구가 강점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최근 몇 년 새 이런 흐름이 많이 달라졌다. 더 이상 일본은 정신력만으로 압도할 수 있는 팀이 아닐 만큼 성장했기 때문이다.
▲ 드디어 오는 8월 11일 새벽, 숙명적 빅매치 한일전이 올림픽 동메달을 두고 접전을 펼치게 된다. 홍명보가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어떤 결과를 얻게 될지 국민적 관심이 쏠려 있다. |
이번 올림픽 축구 예선과 본선 과정에서 드러난 양팀의 강점은 탄탄한 수비력과 조직력이다. 수비라인만 놓고 보면 일본에 좀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일본은 와일드카드 두 장을 활용했는데 도쿠나가 유헤이(FC 도쿄)와 요시다 마야(VVV 벤로)로 둘 다 수비수다. 안정적인 수비에 역점을 둔 선수 선발이었는데 그만큼 일본은 짠물 축구를 했다. 예선 세 경기와 8강전까지 무실점을 기록한 일본은 4강전에서 멕시코에게 3실점을 하며 무너졌다. 다섯 경기에서 3골을 내줘 경기당 실점이 0.6골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팀의 수비력 자체가 일본이 대한민국보다 우수하다는 것은 아니다. 이번 올림픽 기간 동안 대한민국 축구의 가장 큰 장점은 압박이었다. 최전방 공격수부터 최종수비수까지 모든 선수가 전방위에서 상대팀을 압박했다. 특히 수비형 미드필더 기성용(셀틱 FC)과 박종우(부산 아이파크)의 수비력이 수비라인의 약점을 충분히 커버했다. 대한민국은 다섯 경기에서 5실점을 기록해 경기당 실점이 1골이었다.
미드필더 진은 대한민국의 우세다. 수비형 미드필더 기성용과 박종우, 공격형 미드필더 구자철(FC 아우크스부르크), 그리고 양 날개 김보경(카디프 시티 FC)과 남태희(레퀴야SC)가 활약하는 대한민국 팀의 허리 진영은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스물네 개 국가 가운데 가장 돋보인다. 다섯 명의 주전 미드필더 가운데 네 명이 해외파다.
공격진은 일본이 다소 앞선다. 우리로선 박주영(아스널)이 전성기 시절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이 다소 아쉽다. 득점력에서도 일본이 0.8골로 대한민국(0.6골)을 앞선다. 대한민국의 경우 무득점 경기가 다섯 경기 가운데 세 경기나 될 정도로 한방이 아쉬운 경기가 많았던 데 반해 일본은 온두라스와의 예선 경기에서만 무득점을 기록했을 뿐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세 골을 터뜨리고 있는 오츠 유키(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와 두 골을 기록한 나가이 켄스케(나고야) 등 일본의 두 주전 공격수가 날카로운 한방을 보여주고 있다. 각각 한 골에 머물고 있는 박주영과 지동원(선덜랜드 AFC)의 분발이 절실한 대목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선 일본이 다소 앞선다. 그렇지만 이번 올림픽에서 보여준 대한민국의 압박이 살아날 경우 충분히 극복 가능한 수준의 차이일 뿐이다. 관건은 어떻게 고갈된 체력을 극복하느냐다. 매 경기 압박 축구를 구사해 체력 소비가 많았던 데다 영국과의 승부차기 승부가 상당한 부담이 됐다. 반면 일본은 단 한 경기도 연장전에 가지 않았다.
다만 4강전에선 브라질이 후반 20분이 되기 전에 이미 세 골을 터뜨려 승부가 어느 정도 결정되면서 대한민국은 체력 관리를 할 수 있었다. 반면 한 점 차로 앞서다 멕시코에게 두 골을 내리 내준 뒤 한 골 차이로 끌려가던 일본은 동점골을 넣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결국 후반 추가 시간에 추가골까지 내준 일본은 대한민국보다는 체력 소모가 많았다.
결국 양팀의 승부는 얼마나 체력을 회복하느냐에 달려있다. 대한민국이 객관적인 전력에선 다소 밀리지만 체력만 회복된다면 압박을 통해 더 좋은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