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이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교통사고와 부상 등으로 인해 예전 같은 절정기의 기량은 아닐 것이라는 예측대로 그는 지난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등 절정기 시절의 최고 기록인 326㎏에 크게 못 미치는 기록을 올렸다.
이번 대회에서 합계와 인상에서 각각 세계 신기록을 세운 중국의 주우루루 러시아의 카시리나 같은 신예들의 등장도 문제가 됐지만 장미란의 4위 기록은 그가 과거 절정기 때 만큼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 데 있다. 이젠 나이도 어느 정도 있어 힘이 빠졌고 거듭된 잔부상으로 컨디션도 좋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어찌 보면 장미란은 더 이상 전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스포츠 스타가 아닌 이제 한물 간 왕년의 스타인 지도 모른다.
#“금메달 못따도 응원하고 싶었다”
장미란 선수의 역도 여자 +75kg급 경기는 한국 시각으로 5일 밤 11시 30분이 넘어 시작됐다. 계속되는 폭염으로 지친 시민들 입장에선 다음 날이 월요일인 만큼 체력관리를 위해 이른 취침이 절실한 시간이었다. 게다가 그 전날에 영국과의 축구 경기를 보느라 밤을 새운 이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많은 시민들이 자정을 넘어 새벽녘까지 이어진 장미란의 역도 경기를 보기 위해 브라운관 앞을 지켰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장미란을 응원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엿보인다. 한 네티즌은 “이번엔 금메달을 따기 힘들 것이란 얘길 듣고 그냥 자려 했는데 인상 경기에 나선 장미란 선수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으로라도 응원해주기 위해 끝까지 봤다”고 말한다. 또 다른 네티즌은 “장미란이 한창 경기할 때 아파트가 정전이 됐는데 더위를 피해 집밖으로 나왔다가 이웃들과 함께 휴대폰 DMB로 계속 응원했다. 우리가 원한 것은 금메달이 아닌 최선을 다하는 장미란 선수의 모습이었다”고 응원했다.
더 이상 금메달을 기대하기엔 무리인 왕년의 스타인지도 모르는 그를 응원하는 까닭에 대해 한 네티즌은 “나는 금메달을 보려고 장미란 선수를 응원하지 않았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운 여성의 혼신을 보고자 했고 오늘 경기에서 장미란 선수는 기대 그 이상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장미란의 눈물, 그 의미는 무엇
장미란 선수는 패했다. 그리고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다음은 경기 직후 장미란 선수가 취재진에게 한 말이다.
“베이징 올림픽부터 국민들의 너무 큰 사랑을 받았다. 런던에서도 많이 부족한데 응원해 주셨다. 국민들의 사랑에 보답하고 싶었다. 그래서 열심히 준비했다. 힘이 들어도 버틸 수 있는 힘이었다. 역도를 통해 장미란이라는 사람을 알렸고 많은 사랑을 받았다. 런던에서 베이징에 미치지 못하는 기록으로 그동안 저를 응원해주신 분들에게 실망감을 안겨드렸을까 염려가 된다. 국민들의 응원에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앞으로도 국민들이 한국 역도를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
많은 의미를 함축한 눈물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부진한 기록에 대한 아쉬움부터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미안함, 그리고 국민들이 실망했을지 모른다는 걱정 등등이 함축된 눈물이었을 것이다.
개인적인 아쉬움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국민들이 실망할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장미란 선수가 행여 좌절하지 않을까 국민들이 더 걱정하고 있으니. 행여 장미란 선수가 은퇴할 경우 한국 역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사랑이 식어 버릴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를 통해 국민들은 역도라는 종목이 얼마나 드라마틱하고 재밌는 스포츠인지를 알게 된 만큼 한국 역도는 분명 더욱 발전하고 성장할 동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