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까지 선수 생활을 한 뒤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과정을 밟게 시키고 싶어요. 또 외국에 나가서 공부도 하고. 서른셋까지 하고 싶은 일 다 하고 지내다 서른셋에 결혼했으면 좋겠어요. 장래 진로는 일단 교수 쪽으로 보고 있어요.”
장미란 선수의 모친 이현자 씨가 2009년 연말에 가진 한 인터뷰에서 밝힌 장미란 선수의 미래 계획이다. 장미란 선수는 올해 만 스물아홉, 한국 나이로 서른 살이다. 아무래도 당시 서른 살 발언은 2012 런던 올림픽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역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이번 2012 런던 올림픽이 장미란 선수의 은퇴 시점으로 알려져 있었다. 지난 5일(현지시각) 런던 올림픽 여자 역도 75㎏ 이상급 경기를 마친 뒤 장미란 선수는 바벨에 간접 손 키스를 하고 정면의 관중들에게 정중하게 인사했다. 은퇴를 암시하는 것 같은 행동이었다.
경기 직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동안 행복했다”는 등 은퇴를 예상케 하는 발언을 종종 했다. 다만 은퇴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나 혼자 결정할 문제는 아니고 잘 상의를 해 보겠다. 지금 말하기에는 조금 이른 것 같다”고 답했다.
장미란 선수는 휴대폰 뒷자리를 ‘2012’로 해 놓았을 만큼 이번 올림픽을 향해 최선을 다해 질주해왔다. 교통사고와 부상, 컨디션 난조 등으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지만 장미란 선수는 런던 올림픽을 향해 꿋꿋이 달려왔다.
훈련이 원활히 이뤄지면서 은퇴 계획도 서서히 변했다. 런던 올림픽이 아닌 국내에서 열리는 2014 인천 아시안 게임에서 화려하게 은퇴하는 방향으로. 이를 위해서 더더욱 런던 올림픽에서의 메달 획득이 절실했다.
이런 까닭에서인지 지난 1월에 열린 ‘장미란 선수 및 재단 후원식’에서 장미란 선수는 “난 한 번도 은퇴에 대해 이야기한 적 없는데 오히려 사람들이 내 은퇴를 앞당기는 것 같다”면서 “은퇴 시점은 내가 세운 새로운 목표와 꿈을 이룬 뒤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미란 선수는 오래 전부터 은퇴 이후에는 교수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분명히 밝혀왔다. 고려대학교 체육교육학과에서 학사 과정을, 성신여대 체육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은 장미란 선수는 올해부터 용인대학교에서 체육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새로운 꿈을 향해서도 장미란 선수는 차근히 걸어가고 있었던 셈이다.
한 가지 중요한 부분은 이제부터 장미란 선수 조용히 자신의 갈 길을 정하는 것이다. 지나친 관심이 오히려 장미란 선수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선수 은퇴 후 대학 교수가 되는 꿈을 포기해야 할 위기가 있었다. 그것도 역도계 내부의 알력다툼 때문이었다. 대학 교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장미란 선수는 지난 2005년 체육특기생으로 고려대학교에 입학했다. 대학생이 된 장미란 선수는 운동과 학업에 모두 매진하며 2년여의 대학시절을 보냈다.
그런데 2007년 6월 장미란은 고려대학교에 자퇴서를 냈다. ‘대학 선수는 일반부로 등록할 수 없다’는 대한체육회 규정 때문이었다. 2년 동안 아무 문제없이 대학 선수지만 일반부로 등록했던 장미란 선수가 갑작스럽게 자퇴한 까닭을 두고 장시 말들이 많았다. 당시 역도계에선 그해 2월 장미란이 소속팀을 원주시청에서 고양시청으로 옮기자 전 소속팀이 대학 선수의 일반부 경기 출전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그렇게 장미란은 대학 교수의 꿈을 포기할 뻔 했다.
다행히 2008년 3월 고려대학교 3학년으로 복학했다. 다행히 2008년 1월 ‘실업팀 소속 선수도 대학 진학이 가능하다’는 내용으로 선수등록규정이 개정된 것. 규정이 개정될 만큼 당시 장미란의 대학 자퇴는 역도계에서 상당히 논란거리였다. 더 이상 장미란 선수의 미래가 이런 외부의 지나친 관심과 영향력으로 인해 흔들려선 안 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