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첫 증상이 나타난 이후 마우스뿐만 아니라 물건을 잡을 때마다 떨림이 더 크게 느껴지고 며칠간 증상이 지속되자 몸에 큰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걱정되는 마음에 병원을 찾았다.
진료결과 A 씨는 특정 질병에 의한 손 떨림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와 피로 누적, 니코틴·카페인 과다 섭취 등 생리적 원인으로 인해 손 떨림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의사의 지시에 따라 금연·금주하며 카페인을 자제하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자기 전 명상 시간을 갖는 등 생활습관을 교정한 A 씨는 증상이 점차 호전되는 것을 느꼈다.
우리 몸이 의지와 상관없이 규칙적으로 흔들리는 것을 떨림이라고 한다. 그중 손에 나타나는 떨림 증상을 수전증이나 손 떨림이라고 부른다. 손 외에도 얼굴, 눈, 성대, 턱, 다리 등 신체 여러 부분에서 나타날 수 있으며 A 씨처럼 살면서 크고 작게 일시적으로 경험할 수도 있다.
수전증은 특별한 원인이 없는 경우부터 말초 신경, 중추 신경, 소뇌, 대뇌 질환까지 다양하다. 전 연령층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고령일수록 흔하게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떨림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복용 중인 약물이다. 감기약, 진통제, 기관지 확장제, 신경안정제, 간질약 등 약물 일부에서 떨림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있다. 갑상샘 기능항진증이나 저혈당 등 대사성 질환으로 인해 떨림이 발생할 수도 있어 혈액검사 등을 통한 확인이 필요하다.
뇌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을 생성하는 신경세포가 파괴돼 발생하는 파킨슨병 등 신경계 질환에도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 떨림이기 때문에 신경학적 및 영상의학 검사를 통해 질병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이 외에도 수면 부족, 마그네슘·미네랄·비타민 결핍, 스트레스 등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대동병원 신경과 서병현 과장은 “떨림의 형태는 매우 다양하며 원인에 따라 치료 방침 등이 정해지므로 초기에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령의 경우 몸이 떨리는 것이 노화의 일부라고 생각해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있는데 삶의 질에 영향을 주는 만큼 신경과 전문의의 진단 및 정밀 검사 등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문의에게 정확하게 떨림 증상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증상을 느끼기 시작한 시기, 강도, 속도, 부위, 지속성 등을 파악하고 가만히 있을 때 나타나는지 움직일 때만 나타나는지, 증상이 나빠지고 좋아지는 상황이 있는지 등을 파악해 진료를 볼 때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이 좋다.
떨림의 원인이 파악되면 더 이상 증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약물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원인에 따라 재활치료를 병행할 수도 있다. 떨림 증상의 경우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흥분하면 악화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정서적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요가, 명상 등 본인만의 이완 방법을 찾아 시행하거나 심할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받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박정헌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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