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자퇴 알렸지만 ‘선배맘’ 비방 메일에 학폭 폭로…아버지 “자퇴 철회 사실 아냐, 휴학 권유 거부”
유튜브 채널 ‘백강현’에서 백 군은 “2023년 8월 18일부로 서울과학고등학교를 자퇴했다”며 “엊그제 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가는 아침, 이를 닦으며 허둥지둥 수학공식을 암기했다. 그러다 거울 속에서 문제를 푸는 기계가 되어가는 저를 보게 된다. 갑자기 오랫동안 손을 놓았던 작곡도 하고 싶고 보드게임도 만들고 싶어졌다. 저는 창의적인 활동을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백 군은 “형님들과 함께 한 짧은 기간을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겠습니다. 1학년 형님 누나들과 2, 3학년 선배님들! 귀염둥이 백강현이 이제 떠나갑니다. 민들레홀씨처럼”이라며 “제가 작곡한 노래 ‘민들레홀씨’를 서울과학고등학교의 모든 형 누나들에게 바칩니다”라고 밝혔다.
이때까지만 해도 백강현 군의 자퇴는 ‘문제 푸는 기계’가 아닌 ‘창의적인 활동’을 하기 위함으로 보였다. 서울과학고 학생들에게 노래까지 바칠 만큼 학교를 향한 깊은 애정도 엿보였다.
상황은 단 하루 만에 돌변했다. 백광현 군의 아버지가 8월 20일 같은 학교 ‘선배맘’에게 비방과 협박 메일을 받았다며 서울과학고에서 백 군이 당한 학교 폭력을 폭로하겠다고 밝히고 나선 것. 이날 백 군 아버지는 유튜브 채널 ‘백강현’을 통해 ‘강현맘!! 설곽(서울과학고) 선배맘입니다!’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공개했다. 이메일 내용은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강현이가 중간고사 전체 과목 중에 수학 한 문제밖에 못 풀었다는 거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그래서 곧 자퇴하겠구나, 학교에서 시험도 안 보고 뽑더니! 사배자(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으로 자소서와 1교시 기초학력평가로만 합격한 거 알고 있습니다! 사회에서 천재인 줄 아는데 엄마도 천재라고 생각하는 듯. 우리 아이도 17개월에 알파벳 다 알았고 4세에 사칙연산 스스로 다 할 줄 알았다. 문제 푸는 기계가 되기 싫어서 자퇴했다고요? 솔직히 전교 꼴등이고 수업을 이해 못했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최소한 학교 학생들 이미지 떨어뜨리는 일 하지 말아야지요.”
이런 이메일 내용에 대해 백 군 아버지는 “무례한 메일, 정식으로 고발하겠다. 강현이도 똑같이 2∼3교시까지 시험을 치렀고 정원 외 20명 학생 중에 성적순으로 7명 안에 포함돼 합격했다”면서 “1학기 중간고사 전체과목에서 수학 1문제만 풀었다고 말씀하셨는데 엉터리 사실로 어린 아기를 그렇게 폄하하니 마음이 편하냐. 뛰어난 점수는 받지 못했지만 모든 과목에서 점수가 골고루 잘 나왔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백 군 아버지는 학교폭력(학폭)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강현이는 공부를 따라가지 못해서가 아니라 경찰 고발 직전까지 이르렀던 심각한 학교 폭력으로 그만두게 된 것”이라며 “학교 폭력의 근본 원인에 대해 학교 측의 어떠한 배려나 지원도 없던 게 컸다”고 밝혔다.
하루 뒤인 21일 백 군 아버지는 다시 유튜브 채널 ‘백강현’을 통해 “강현이가 올 5월부터 급우 형들로부터 ‘너가 이 학교에 있는 것은 사람들을 기만하는 것’이라는 말을 일주일에 두세 번씩 지속적으로 들었다고 한다. 아이가 웃음을 잃고 우울해졌다. 입학 당시 27kg였던 백군의 몸무게는 현재 22kg에 불과하다”며 “조별 과제에서 백 군과 같은 조가 된 동급생들이 ‘강현이가 있으면 한 사람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등의 말을 하면서 강현이를 투명인간 취급했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의 대응에도 불만을 쏟아냈다. “디시인사이드 찐따 갤러리에 ‘백강현 X 멍청한 XXXX,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XX’라는 게시글이 올라와 학교폭력위원회 소집과 경찰 사이버수사대 고발도 검토했지만, 선생님들 설득으로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고 “고통 속에서도 학업을 이어가려고 했지만 ‘팀 과제에서 발표만 강현이가 혼자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요청이 ‘한 명 때문에 시스템을 바꿀 수 없다. 강현이가 시스템에 맞춰라’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것이 실질적인 자퇴 이유라고 밝힌 백 군 아버지는 “버티지 못하면 나가라는 식으로 학교 시스템만 강조하려면 애초에 열 살 아이를 왜 선발하셨냐”며 학교를 강력 비판했다.
다행히 8월 22일 서울시교육청은 서울과학고를 상대로 자체 조사를 진행한 결과 학폭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으나, 서로 잘 마무리가 돼 8월 21일 자퇴 의사를 철회했다고 밝혔다. 이미 백 군이 자퇴서를 제출했지만 학교에서 수리하기 전이라 별도의 절차 없이 자퇴 의사 철회가 가능하다고도 밝혔다. 이미 백 군 아버지도 21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학폭) 가해자들로부터 어제 정식으로 사과를 받았고 용서해주기로 했다”며 “(가해) 학생에게 문제를 제기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태가 잘 봉합된 것일까.
그렇지만 8월 22일 오후 백 군 아버지는 유튜브 채널 ‘백강현’을 통해 “‘백강현 군 자퇴 철회, 목요일부터 다시 등교’는 사실과 다르다. 목요일 등교하지 않는다”고 밝힌 뒤 “서울시교육청이 서울과학고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백 군 측이 주장하는 학교폭력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보도는 잘못된 내용으로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정정 요청을 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결국 이날 서울시교육청은 서울과학고가 전담 기구를 통해 백 군의 학교폭력 의혹을 조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3일 백강현 군 아버지는 연합뉴스 인터뷰를 통해 “학교 측의 1년 휴학 권유를 거절하고 자퇴 처리를 재차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백강현 군 부모가 서울과학고를 찾아 학교장 면담을 마쳤다는데 “피해자가 원치 않아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열어야 한다. 학교 규정상 이 절차가 끝나야 최종적인 자퇴 처리가 된다고 한다”며 “자퇴 처리가 마무리될 때까지 등교할 일은 없다. 빨리 마무리짓고 강현이가 새로운 무언가를 활기차게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결국 백강현의 자퇴가 기정사실화돼 가는 분위기에서 이제 세간의 관심은 서울과학고 학폭위 결과로 집중되고 있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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