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 공격수 웨인 루니 |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지난 시즌 준우승 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가 우승 탈환을 위해 네덜란드 출신의 아스널 간판 공격수 로빈 반 페르시를 영입했다. 16일 오전(한국 시각) 맨유와 아스널은 모두 공식 사이트를 통해 반 페스시의 이적 합의 사실을 발표했다. 반 페르시는 메디컬 테스트를 받고 계약서에 사인하는 형식적인 절차만 남겨뒀다. 잉글랜드 언론에선 반 페르시의 이적료가 2400만 파운드(한화 426억 원 가량)에 이를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로서 맨유는 기존 웨인 루니에 새로 수혈된 반 페르시를 더해 세계 최강의 투톱을 마련하게 됐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 1, 2위가 한 팀에서 뛰게 되는 것으로 두 선수가 기록한 골을 합치면 무려 57골에 이른다.
사실 지난 몇 년 동안 맨유의 고민은 전통적인 유형의 스트라이커가 없다는 점과 노쇠한 폴 스콜스와 라이언 긱스를 대신할 중앙 미드필더의 부재였다. 맨유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중앙 미드필더인 일본의 가가와 신지와 전형적인 스트라이커 반 페르시를 영입해 두 가지 고민을 동시에 풀게 됐다.
그렇지만 이번 반 페르시의 영입 발표가 가가와 신지에게 만큼은 무작정 기뻐할 뉴스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맨유의 퍼거슨 감독은 고정 선발 몇 명을 제외하곤 로테이션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전술을 선보여 왔다. 예를 들어 공격수 루니와 측면 미드필더 애슐리 영와 안토니오 발렌시아, 그리고 수비수 네마야 비디치, 리오 퍼디낸드, 파트리스 에브라 등은 부상이 없는 이상 고정적으로 선발 라인업에 포함돼 왔다. 이 외의 선수들은 대부분 로테이션으로 기용되는 데 QPR로 이적한 박지성이 매경기 출장하지 못했던 까닭 역시 여기에 있다.
반 페르시가 영입되지 않았다면 가가와 신지 역시 고정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컸다. 4-4-2 포메이션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와 4-2-3-1 포메이션의 쳐진 스트라이커 자리가 가가와 신지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았던 것.
그렇지만 반 페르시가 영입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우선 4-2-3-1 포메이션을 사용할 경우 원톱 자리는 반 페르시가 맡고 쳐진 스트라이커 내지는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를 웨인 루니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 웨인 루니는 전형적인 스트라이커보다는 게임메이커나 쳐진 스트라이커에 가까운 플레이에서 강점을 보여 왔다.
이렇게 될 경우 가가와 신지의 자리가 애매해진다. 가가와 신지가 측면 미드필더나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하곤 잘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전 소속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도 몇 차례 측면 미드필더로 기용됐지만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이지 못한 데다 수비력 역시 그리 뛰어나진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측면에는 영-발렌시아 라인이 건재하고 나니까지 버티고 있다.
4-4-2 포메이션에선 중앙 미드필더로 뛸 수 있다. 다만 경쟁이 치열하다. 맨유의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는 자원이 많다. 마이클 캐릭 톰 클레버리, 부상에서 돌아온 안데르손과 대런 플래쳐, 그리고 백전노장 라이언 긱스와 폴 스콜스가 버티고 있다. 그만큼 출장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 물론 가가와 신지가 공격수로 출전할 수도 있지만 공격진에는 대니 웰백과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와 같은 쟁쟁한 경쟁자들이 버티고 있다.
결과적으로 볼 때 기존 웨인 루니의 자리에 반 페르시가 들어오면서 웨인 루니가 가가와 신지의 자리를 차지하는 형태가 돼 버린 셈이다. 물론 맨유의 가장 약점으로 손꼽히는 포지션이 중앙 미드필더인 만큼 기존 선수들보다 우월한 경기력을 선보일 경우 고정 라인업에 들 수도 있다. 그렇지만 수비력이 약하다는 약점으로 인해 오히려 빅 매치에선 후보로 밀릴 위험성도 크다. 이는 빅 매치에서 박지성이 자주 선발 출장했던 것과 정반대 상황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