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최 2주 전 정부합동점검 ‘배수·안전·폭염’ 등 총체적 부실…낙뢰 우려에 “재난문자 보낼 것” 황당 대책도
일요신문 취재 결과 이번 잼버리는 행사 개최를 불과 약 보름 앞둔 시점까지도 준비 상태가 총체적 난국이었다. 시기상 개선 불가능한 문제를 비롯해 확인된 부실사항만 약 100가지에 달했다. 최종 감사 결과에 더욱 이목이 쏠린다.
#지적사항만 95가지…가장 큰 문제는 '배수'
정부는 2023년 3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잼버리 행사장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행정안전부‧여성가족부‧문화체육관광부 등 17개 중앙부처와 전북도 및 전기·가스안전공사 등 유관기관, 민간전문가 등 40여 명이 나섰다. 이 가운데 7월 진행된 점검은 3월 지적된 사항의 개선 여부도 확인하는 성격도 띤다.
일요신문이 7월 11∼13일 안전점검의 결과 통보문을 확인해보니 지적사항만 95가지였다. 그만큼 철저하고 꼼꼼하게 점검했다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문제는 내용물이다. 개최를 고작 2주일 앞둔 상황에서 구조적으로 고치기 힘든 문제들이 상당수 발견됐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행사 이후 각종 지적사항들은 현실화했다.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은 단연 배수 기능이었다. 점검단은 "배수로 내 토사 퇴적, 식생 등으로 우수 유입이 원활하지 않다"며 "배수로 밀림·단절 등 배수면적 축소로 배수처리가 지연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주최 측은 "배수면적을 확대하고 보강 및 추가정비 등을 실시하겠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점검단은 이외에도 △외각 배수로 내 진출입로 이용을 위해 부설한 PVC 등으로 배수기능 저하 △간이펌프장 내 우수를 배수로 바깥 구역으로 배제해 영지 내 침수유발 △일부 배수로가 관로 매립 시 배수로 경사를 고려하지 않아 배수관로가 배수로 바닥보다 높음 △임시펌프시설 유입부가 협소하고 인근 사면 유실 등을 꼬집었다.
이미 잘 알려졌듯 잼버리는 개최와 동시에 물이 고이는 등의 현상으로 실제 차질을 빚었다. 물웅덩이에 모기 등 벌레들이 모여 대원들을 쏘아댔고 부상자가 속출했다. 점검 한 달 전 예산 20억 4200만 원을 긴급 투입해 강제 배수시설 등을 설치했음에도 문제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여건이 이렇다 보니 지적 사항들도 제대로 된 시정은 불가능했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대표는 "쉽게 말해 배수로 자체가 부족했다는 뜻"이라며 "배수관로가 배수로 바닥보다 높았다는 등의 사항은 지반 침하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부실공사가 이뤄졌다는 의미로 짧은 시간 안에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개최 후 드러난 미흡한 폭염 대책도 이미 예견된 장면이었다. 무더위 쉼터로 쓰인 넝쿨터널에서 넝쿨이 충분히 자라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결국 주최 측은 "대회 때까지 남은 시간을 고려해 넝쿨 대신 통풍이 가능한 차광막을 천장에 설치해 그늘쉼터로서 기능을 회복하겠다"고 답변했다.
점검단은 또 "대회가 20여 일 남았으나 그늘쉼터에 몽고텐트 일부 미설치 및 설계상 천장 끝이 낙뢰를 유도할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주최 측이 내놓은 대안은 "낙뢰가 예상되면 그늘쉼터 이용 자제 및 재난문자를 보내겠다"며 "위기상황 대응 매뉴얼에 그늘막 이용에 관한 내용을 담겠다"는 등 당혹스런 답변의 연속이었다.
스카우트 대원들이 야영장을 중도에 떠나 차라리 다행인 듯한 지적들도 많았다. 예컨대 K팝 공연의 경우 이 기간까지도 재해대처 계획이 아예 수립되지 않은 상태였다. 유원시설 운영을 위한 허가 신청 등 기본 절차도 이뤄지지 않은 탓에 관련 안전성 검사 등도 당연히 진행되지 않았다.
주최 측은 "잼버리 조직위원회가 재해대처 계획을 지자체인 부안군에 제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검토 등이 필요하다"며 "공연시설물 현장 안전점검은 실시하겠다"고 했다. '유원시설 운영' 등에 관해서는 "관련 기구를 설치한 후 지자체, 조직위, 안전성검사기관 등이 합동 점검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밖에도 수준 미달의 준비 현황을 보여 주는 대목이 여럿이다. '글로벌리더센터 및 외부공간의 바닥 높낮이 차가 없어 우수유입 우려' 지적이 따르자, 주최 측은 그제야 검토하겠다고 대답했다. '샤워장 온수기 및 오수관 관리 미흡'을 놓고도 "미설치된 기반시설을 완성하고 법령에 따라 안전검사를 추진하겠다"는 때늦은 대책을 내놓았다.
#국정감사 지적 후 대책 마련했더라면…
8월 11일 막을 내린 잼버리는 행사 내내 부실한 진행을 드러내며 폐영과 동시에 감사원 감사 대상에 올랐다. 감사원은 주무부처인 여가부 등에서 각종 자료를 제출받고 내용을 검토 중이다. 이를 토대로 9월 말쯤 본감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여가부는 부지 조성이 문제라 기반 사항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물론 여가부 입장을 놓고는 궁색하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2022년 8월과 10월 각각 여가부 전체회의와 국정감사에서 잼버리의 성공적인 개최를 장담했었다. 당시에도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배수로와 폭염 대책 등 지적이 이어졌는데 김 장관 답변은 "대부분 준비가 끝났다"는 말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때라도 제대로 준비에 나섰더라면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었다고 진단한다. 새만금살리기공동행동 대표를 역임한 정의당 소속 한승우 현 전주시의원은 "최소한 소규모 배수로라도 1년 전 정비에 나섰다면 문제를 완화할 수 있었다"며 "장관 등이 일찌감치 현장에 가보기만 했어도 개선 가능했던 사안"이라고 진단했다.
한승우 시의원은 "구조적으로 잼버리 부지는 매립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는데도 해당 위치에서 행사가 개최된 경위를 감사원이 규명할 필요가 있다"며 "김현숙 장관 역시 현장 등을 꼼꼼히 챙기지 않은 채 올라온 서류들만 보는 식으로 업무를 부적절하게 처리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행안부와 잼버리 조직위원회 등은 정산에 한창이다. 파행을 만회하기 위해 여러 기업이 후원한 현금 및 현물, 전국 지자체가 제공한 숙소 등 편의시설에 관한 계산을 추석 전에는 마무리할 계획이다. 행안부와 조직위 측은 "최대한 빨리 집계를 마무리하겠다"며 "후원 등에 대한 세금계산서 발행도 늦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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