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우찬 선수.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
# 삼성 라이온즈
강점 : 삼성 선발진은 8개 구단 가운데 최강이다. 선발진이 거둔 승수만 46승. 한화의 26승에 비해 무려 20승이나 많다. 선발진 평균자책도 3.89로 두산에 이어 2위다. 놀라운 건 다승 10위 안에 세 명의 투수가 포진한 것.
14승의 장원삼과 11승의 미치 탈보트는 다승 1, 2위고 8승의 배영수는 이 부문 10위다. 최강 마무리 오승환이 버틴 건 차라리 덤이다.
약점 : 8월 들어 타선의 침체가 눈에 띈다. 8월 월간 타율 3할 타자는 최형우가 유일하다. 득점권 타율도 1할8푼4리로 8개 구단 가운데 유일한 1할대다. 6, 7, 8, 9번 하위타선은 타율 1할9푼9리로 ‘휴게소’나 마찬가지다 삼성 특유의 ‘지키는 야구’도 득점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키플레이어 : 좌완 차우찬이다. 2010, 2011년 2년 연속 10승, 평균자책 3점대 이하를 기록한 차우찬은 ‘삼성의 에이스’였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고작 4승에 그친데다 평균자책은 6.47에 이른다. 좌타자 피안타율은 2할2리로 여전히 좋으나 우타자 피안타율은 3할5리에 이른다. 차우찬이 반쪽짜리 투수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삼성의 미래는 없다.
최상의 시나리오 : 신명철과 채태인이 살아나며 피곤에 지친 타선에 활력을 제공한다. 이승엽은 시즌 30호 홈런을 쏘아 올리고, 타격감을 찾은 최형우는 시즌 20홈런에 성공한다. 롯데전 평균자책 9.45를 기록 중이던 오승환은 8월 21일부터 23일까지 열린 롯데 3연전에서 9타자 연속 탈삼진을 기록한다. 삼성은 대구시에 “새 구장 건설이 더딜 시 포항으로 연고지를 이전하겠다”고 공표한다. 이에 대구시는 마침내 새 구장 건설의 첫 삽을 뜬다.
최악의 시나리오 : 다승 1, 2위를 달리던 장원삼과 탈보트가 컨디션 난조로 주춤한 사이 불펜진마저 과부하에 걸린다. 최형우는 시즌 초로 돌아가고, 진갑용은 무릎이 좋지 않다. 폭염과 인조잔디 후유증으로 내야수들이 차례로 쓰러진다. 턱걸이로 포스트 시즌에 오르지만, 삼성은 전반기의 그 삼성이 아니었다. 삼성은 대구시에 “새 구장 건설이 지연될 경우 포항으로 연고지를 이전하겠다”고 공표한다. 그러나 대구시는 “10년을 참았는데 1, 2년을 못 참느냐”고 화를 내고, 포항시는 10구단 유치에 나선다.
▲ 이혜천 선수.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
강점 : 투·타의 조화가 8개 구단 가운데 최고다. 선발진 평균자책 1위, 팀 타율은 3위다. 상위팀에 강한 것도 호재다. 두산은 삼성을 상대로 11승3패, 롯데전 8승1무6패, KIA전 9승8패, SK전 8승7패로 우위를 점한다. 최주환, 윤석민, 오재원, 임재철 등 1군급 백업선수가 넘치는 것도 두산의 자랑이다. 10월이면 2군리그를 휩쓰는 민병헌과 박건우가 돌아온다.
약점 : 타선의 노쇠화가 눈에 띈다. 이종욱은 타율 2할3푼, 출루율 3할로 부진하고, 고영민의 8월 타율은 2할3푼5리다. 왼 발목 부상으로 빠진 손시헌의 복귀는 기약없고, ‘주포’ 김동주는 8월 들어 한 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에이스 김선우의 투구는 여전히 불안하다.
키플레이어 : 좌완 셋업맨 이혜천이다. 두산 불펜진엔 믿을 만한 좌완이 없다. 김창훈이 있지만, 상대 타자들은 그에게 위압감을 느끼지 않는다. 이혜천은 경험이 풍부하고, 지금도 시속 140km 중후반대의 속구를 던지는 투수다. 하지만, 제구는 19세 루키만도 못하다. 연봉 3억 5000만 원+옵션 1억 5000만 원을 받는 투수라면 지금보다 더 잘 던져야 한다.
최상의 시나리오 : 김동주의 공백을 최준석이 메운다. 최준석은 연일 홈런을 몰아치며 팀 공격을 이끌고, 좌투수를 상대로 타율 3할을 기록한다. 손시헌이 건강하게 복귀하며 최주환은 2루 자리를 꿰찬다. 도루저지율 4할을 기록한 양의지는 신들린 듯한 공배합으로 더스틴 니퍼트와 이용찬을 15승 투수 반열로 인도한다. 두산은 시즌 막판 김동주가 가세하며 삼성을 0.5경기 차로 따돌리고 정규 시즌 1위를 차지한다.
최악의 시나리오 : 득점권 타율 4할4푼7리의 김현수 앞에 주자가 쌓이지 않는다. 1군급 백업들은 2군 모드로 돌아가고, 이혜천은 등판할 때마다 불쇼를 펼친다. 두산은 시즌 맞대결 성적 5승8패의 LG에 충격의 5연패를 당한다. 두산은 시즌 4위로 준플레이오프에 겨우 오른다.
▲ 고원준 선수.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
강점 : 8월 이후 타격이 살아났다. 롯데는 8월 팀 타율 2할7푼3리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투수진도 단단해졌다. 특히나 불펜이 그렇다. 정대현이 돌아오며 롯데는 구단 사상 최고의 불펜진을 구축했다. 이제 좌완, 우완, 사이드암, 언더핸드 등 입맛에 따라 불펜투수를 투입할 수 있다. 토종 에이스 송승준은 8월에 등판한 3번의 선발경기에서 3연속 퀄리티스타트(6이닝 3실점 이하)를 기록했다.
약점 : 시즌 초반 죽을 쑤다가 후반기만 되면 ‘선동열’로 돌변했던 외국인 투수 라이언 사도스키가 올 시즌엔 1년 내내 죽만 쑤고 있다. 6승5패 평균자책 4.91인 롯데가 바라던 성적이 아니다. 확실한 거포가 없다는 것도 악재다. 롯데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팀 홈런 120개 이상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50개뿐이다. 상대 투수들은 더는 롯데의 장타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키플레이어 : 롯데의 정규 시즌 1위 여부는 고원준의 어깨에 달렸다. 올 시즌 고원준은 14경기에 선발로 나와 퀄리티스타트 2회를 기록했다. 올 시즌 14경기 이상 등판한 선수 가운데 고원준보다 퀄리티스타트가 적은 투수는 없다. 따지고 보면 6이닝 이상 던진 것도 그 2번이 전부였다. 힘이 떨어진 1군 선발진의 체력보강을 위해서도 고원준의 호투는 필수다.
최상의 시나리오 : 롯데는 경기마다 최대성-김성배-이승호-정대현-김사율 필승 불펜진을 가동하고, 상대팀들은 “SK 벌떼 마운드가 재림했다”며 공포에 떤다. ‘0점’을 잡은 사도스키는 연승으로 10승 고지에 오르며, 강민호는 타율 2할9푼, 20홈런, 80타점으로 시즌을 마감한다. 롯데는 창단 이래 첫 정규 시즌 1위에 오른다. 그리고 강민호는 사상 최초로 ‘FA(자유계약선수) 100억 원’ 시대를 연다.
최악의 시나리오 : 정규 시즌 1위를 놓고, 삼성, 두산과 치열한 순위싸움을 벌이던 롯데는 8월 31일부터 펼쳐진 LG와의 사직 3연전에서 내리 패한다. 팀의 부진에 상심한 사도스키는 유창한 한국어로 트위터에 ‘의지 부족’이라고 썼다가 티아라 전 멤버 화영의 팬들에게 악플 공격을 받는다. 코치들은 정체불명의 전화를 받고, 그대로 움직인다. 4위를 놓고 치러진 마지막 경기에서 김주찬은 1대 2로 지고 있는 9회 말 볼넷으로 출루한다. 하지만, 2루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되고 롯데의 5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은 허망하게 좌절된다.
▲ 김광현 선수. 사진제공=SK 와이번스 |
강점 :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그리고 그 자산은 상상을 초월한다. 각종 기록 지표에서 SK는 내세울 만한 게 없다. 팀 내 다승 1위는 불펜투수 박희수고, 타율 30위 안에 든 타자는 이호준과 최정뿐이다. 하지만, SK선수들은 큰 경기에 강하고, 야구를 할 줄 안다. 이 팀의 전력은 숫자 뒤에 숨은 땀으로 판단돼야 한다.
약점 : 한 경기를 반드시 잡아줄 강력한 에이스가 없다. 선발진은 죄다 평균자책 3점대고, 평균 선발투구이닝도 8개 구단 가운데 최하인 5이닝이다. 약한 선발진 때문에 불펜진은 과부하 상태다. 올 시즌 SK 불펜진은 377이닝을 던지고 있다. 두산 불펜진보다 85이닝이나 더 투구한 셈이다. 5년 연속 510이닝 던진 SK 불펜진은 무너지기 일보 직전에 있다.
키플레이어 : SK 좌우 에이스는 누가 뭐래도 김광현과 송은범이다. 김광현은 “어깨가 예전같지 않다”고 털어놓지만, 상대 타자들은 여전히 김광현에게 위압감을 느낀다. 건강한 송은범은 KIA 윤석민과 비교된다. 두 투수가 팀의 연패를 끊고, 확실하게 연승을 챙겨줘야만 한다. 그게 에이스의 역할이다.
최상의 시나리오 : 8월 21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된 한화, 넥센과의 6연전에서 모두 승리를 거둔다. 이 경기에서 완투승도 2번이나 나온다. 타선도 폭발해 정근우-박재상 테이블 세터진은 출루율 4할 이상을 기록하고, 최정과 박정권은 홈런쇼를 선보인다. 기진맥진했던 SK 불펜진은 체력을 회복하고, 박희수와 정우람은 2일에 한번씩 교대로 등판한다. SK는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한다.
최악의 시나리오 : 기적은 없었다. 선발진은 여전히 5이닝만 채우고, 불펜진은 나머지 4이닝을 막느라 진이 빠졌다. SK는 2006년 이후 처음으로 타율 3할 타자를 배출하지 못한다. 조인성은 SK에서도 가을야구를 맛보지 못하고, LG를 그리워한다.
▲ 이용규 선수.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
강점 : 선발진과 1번 타자가 강점이다. 윤석민-김진우-서재응-앤소니 르루-헨리 소사로 짜여진 KIA 선발진은 8월 들어 평균자책 2.76을 기록하고 있다. 8월 월간 선발진 평균자책 1위다. 최향남이 마무리를 꿰차며 불펜진도 안정됐다. 1번 타자 이용규의 8월 출루율은 무려 4할8푼이다. 리그 1번 타자 가운데 가장 높다. 포수 차일목의 상승세도 인상적이다. 차일목은 8월 들어 타율 4할6푼9리를 기록 중이다. 그의 투수리드는 물이 오를 대로 올랐다.
약점 : 있어야 할 선수들이 없다. 김상현은 시즌 아웃이고, 이범호는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 최희섭은 체구에 맞지 않게 시즌 내내 골골하다. 3, 4, 5번 중심타선이 한꺼번에 사라진 팀은 KIA가 유일하다. 마무리 최향남의 호투가 언제까지 유지될지도 의문이다.
키플레이어 : 선동열 감독이다. 전해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하고도 이렇듯 부상자가 많은 팀은 올 시즌 KIA가 유일하다. 이런 팀을 이끌고 4강 싸움을 펼치는 것도 대단한 일이다. 선 감독은 삼성 시절 한국시리즈 우승 2번, 포스트 시즌 진출 5회를 경험했다. 신흥 명장 선 감독의 지략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것이 올 시즌 KIA의 운명이다.
최상의 시나리오 : 햄스트링 부상에서 완쾌한 이범호와 컨디션 조절에 성공한 최희섭이 중심타선으로 돌아온다. 여기다 나지완이 각성하며 KIA 중심타선은 오랜만에 재가동된다. 최향남이 고전하자 임시 마무리를 맡은 한기주는 연일 세이브 행진을 펼치고, 윤석민은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초의 퍼펙트 게임을 달성한다. KIA는 막판에 힘을 내며 SK를 1경기 차로 따돌리고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다.
최악의 시나리오 : 선수들의 연쇄부상이 이어진다. 윤석민은 완투패를 3번이나 경험한다. 팀 패배에 낙심한 이용규는 초구만 친다. 앤소니와 소사는 일본행을 선언한다. 선 감독은 끊었던 술을 다시 마시기 시작한다. 시즌 종료 후, 최희섭은 기자들 앞에서 “2013년 전 경기에 출전하겠다”고 공언한다. 다음날 최희섭은 행방을 감춘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