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에 일본 최연소 타이틀 획득해 주목…“김치찌개 먹고 싶다” 모친에게 자주 말하기도
최근 한국기원 소식통에 따르면 스미레는 최근 한국기원에 객원기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프로기사협회는 9월 13일 열린 대의원 회의에서 스미레의 객원기사 활동 여부를 통과시켰으며, 이어 15일 열린 운영위원회에서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이에 따라 한국기원 객원기사로 활동을 희망하고 있는 스미레의 이적 여부는 10월 26일로 예정된 한국기원 이사회에서 최종 승인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10세에 프로 입단한 바둑 신동
스미레 3단은 일본 나이로 세 살 때부터 바둑을 배웠다. 아버지는 일본에서 프로기사로 활동 중인 나카무라 신야 9단이고 어머니는 일본기원의 바둑강사 나카무라 미유키다. 처음에는 어머니에게 바둑의 기초를 익혔고 이후 아버지의 판단으로 2017년 한국에 건너와 한종진 9단이 운영하는 바둑도장에서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갔다.
한국에서 4년 가까이 바둑 공부를 한 스미레는 국내 어린이 바둑대회에서 여러 차례 입상한 바 있으며 한국기원 연구생리그에도 출전했다. 한국에서도 프로 입단 가능성이 충분했지만 스미레는 일본으로 유턴, 2019년 일본기원의 특별영재 전형으로 입단한다. 당시 10세 30일 입단은 일본 바둑계 사상 최연소 기록이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후 스미레는 올해 2월 6일 열린 일본 여류기성전 도전기에서 우에노 아사미 4단을 2-1로 꺾고 생애 첫 타이틀을 획득했다. 13세 11개월의 타이틀 획득은 역시 일본 바둑사상 최연소 우승 기록으로, 이날 열린 스미레의 인터뷰에는 25개 언론사 기자 70명이 몰려들었다. 프로야구 스타 오타니 쇼헤이가 부럽지 않은 인기였다. 스미레에 거는 일본의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그런 스미레가 한국에서의 활동을 심각하게 고민한 것은 지난 5월경부터라고 전해진다. 김은지 6단과의 ‘한일 천재소녀 3번기’ 대결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스미레는 대결이 끝난 후 “한국에서 살고 싶다. 한국에는 나와 나이가 비슷한 정들었던 친구들이 있다. 따뜻하다”고 말했다. 또 어머니에겐 평소 “김치찌개가 먹고 싶다”고 자주 말하곤 했다.
‘한국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의사’를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최근이다. 스미레는 일본 바둑의 미래를 책임질 기대주로 각광받고 있지만,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한국행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스미레의 한국행 요청을 받은 일본기원은 고심 끝에 이사회를 개최한 뒤 8월 초 한국기원에 객원기사로 추천했다고 한다.
일본기원의 고바야시 사토루 이사장은 홈페이지를 통해 “더 높은 수준에서 실력을 향상시키겠다는 생각은 당연한 것”이라며 “나카무라 스미레 여자기성의 도전을 적극 응원한다”고 했다. 그는 또 “다음 세대를 이끌 스타의 이적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바둑계에 새로운 역사를 새기는 사건으로서 일본과 한국의 팬들에게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철녀 루이나이웨이 9단 이을지 주목
프로기사협회 대의원 회의와 운영위원회를 통과한 안건이 이사회에서 거부당한 사례가 거의 없어 스미레의 객원기사 활동 여부는 사실상 확정됐다고 할 수 있다.
스미레의 한국행을 유튜브 채널을 통해 가장 먼저 전한 김영삼 9단은 “스미레 3단이 한국에서 활약한다면 세계여자바둑계 흥행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일본기원도 당장은 아쉬울지 몰라도 일본바둑의 미래를 위해 옳은 판단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스미레도 최근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객원기사 활동을 본격적으로 고민한 건 5월경부터였다. 한국에는 강한 기사가 많고 대국도 많다. 이런 환경에서 공부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스미레와 함께 일본 여자바둑계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후지사와 리나 6단은 “본인의 결단이라면 내가 할 말은 없다. 응원하고 싶다. 한국으로 만나러 가겠다”고 격려했다.
일본의 천재 바둑소녀로 조명을 받고 있는 스미레의 객원기사 신청안이 최종 통과되면 내년 3월부터 한국기원 소속으로 활동하게 될 전망이다. 한국기원에 따르면 현재 한국기원 객원기사는 알렉산더 디너스타인 3단(러시아)과 스베틀라나 쉭시나 3단(러시아), 마리야 초단(우크라이나) 등 3명이 등록돼 있다.
이에 앞서 세계 최강의 여자기사로 평가받은 중국의 철녀 루이나이웨이 9단(59)은 1999년부터 2011년까지 한국에서 객원기사로 활동하며 조훈현 9단에게 국수 타이틀을 빼앗는 등 주목받은 바 있다. 나카무라 스미레 3단이 한국에서 객원기사로 활동하게 된다면 국내는 물론 세계 바둑계에 활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유경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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