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찰 늘린다지만 각 지구대·파출소 0.4명꼴 증원 그쳐…정보과 폐지·형사기동대 부활 실효성 논란도
#딴 데서 환복 후 출동하나…
경찰청은 올 9월 18일 내근 경찰을 현장으로 재배치하는 조직 재편안을 발표했다. 흉기난동 등 '이상동기 범죄' 사건이 잇따르며 시민 불안이 높아지자 현장 대응력을 높이려는 목적에서다. 이에 경찰청 본청과 지방청 및 일선 경찰서 등의 관리·내근 경찰관 상당수를 순찰 등 현장에 배치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경찰청은 현장 순찰 인력을 약 9000명 늘릴 방침이다. 시·도청과 일선 경찰서의 과·계장 등 중간관리급 약 2700명을 현장 대응 인력으로 전환한다. 이에 더해 형사기동대와 기동순찰대를 부활시켰다. 이들은 다중밀집장소나 공원·둘레길 등 범죄취약지에서 집중적으로 예방순찰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언뜻 대대적인 조치 같지만 현장의 표정은 다르다. 현장의 최일선으로 불리는 전국의 지구대·파출소 등은 시설마다 고작 0.4명 증원이 예상된다. 형사기동대 등도 순찰에 나선다지만 지구대·파출소와 역할 차이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기존의 수사도 맡으면서 순찰을 겸하는 형태라 되레 수사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제반 여건도 문제다. 증가한 현장 경찰관들을 수용할 시설이 전국에 몇 곳이나 되겠느냐는 의문이 잇따른다. 실제 일요신문이 확인한 경찰청의 8월 30일 '전국 시·도청 상황실장·지역경찰 계장 간담회' 자료를 보면, 경찰은 일부 관서의 협소한 공간 등 열악한 상황을 알면서도 일단 인력부터 배치한 상황이다.
경찰청은 부족한 공간 활용 문제를 놓고 "규모가 큰 중심 관서의 관물대 등을 활용해 옷을 갈아입은 뒤 이동해서 근무교대를 하라"는 등의 방안을 내놓았다. 출동해야 할 경찰관들이 소지할 총기 등을 보관할 장소도 마땅치 않은 탓에, 이 역시 '중심 관서에서 관리하고 훗날 소규모 관서를 확충한다'고 밝혔다.
이에 정학섭 부산경찰 직장협의회 회장(경감)은 "야간 근무 때 필수로 대기해야 하는 경력도 있는데, 중심 관서가 협소하면 소규모 지역관서에서 대기해야 할 수도 있지 않겠나"라며 "만약 신고가 폭증해 옆 시설 인원까지 투입해야 할 상황이 불거지면 되레 일사불란한 출동이 힘들어지진 않을지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는 "엄밀히 말해 정신질환 등에 따른 이상동기 범죄 대응은 단순히 경찰이 순찰 인력을 늘린다고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면서 "그 이전에 정부 차원에서 대상자들을 관리하고 치료하는 등 사회 전반의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이랬다 저랬다 오락가락 지침
일선에서는 경찰청이 특정 이슈 때마다 오락가락하는 지침을 내놓는다고 비판한다. 예컨대 형사기동대만 보더라도 2006년 광역수사대로 흡수돼 이미 사라졌는데 다시 꺼낸 재탕 카드다. 또 2003년 전국 2944개 파출소가 863개 지구대 체제로 개편됐다가 2009년 '지역사회 책임감' 등을 이유로 '파출소 체제' 부활이 검토된 사례도 있다.
이번 조직개편도 허점이 많아 언젠가 다시 손봐야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경찰청은 집회·시위가 많은 62개 경찰서를 제외한 197개 경찰서의 정보과를 없애고, 외사 역시 안보수사·정보 기능으로 이관하기로 했다. 시·도청과 경찰서의 수사 수사심사담당관 제도도 폐지해 532명을 줄인다고 확정한 상태다.
정보과의 경우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지역 안전 문제도 엄격한 정보수집 및 보고해야 할 필요성이 두드러졌는데 오히려 기능이 축소됐다. 수사심사과 역시 검찰한테 넘겨받은 수사 종결권으로 그동안 강화 기조가 뚜렷했으나 불과 약 3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경찰 곳곳에서 격앙된 감정이 터져 나오는 등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특히 경찰청은 이번 조직개편에 앞서 경감·경위 등 팀장급 중간간부들을 상대로 감찰에 착수했다. 경찰의 형사사법정보시스템(킥스·KICS) 등 전산 활용에 미숙한 이들을 겨냥한 조치로 알려졌다. '치안 부실' 등 비판의 원인을 중고참들에 돌린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지방청 소속 한 경찰관은 "동료들의 반발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 심하다"며 "킥스는 금방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인데 이를 빌미로 중간 관리자급들을 마치 적폐 대하듯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경찰청 고위 간부들이 현장을 더욱 모르기 때문에 이런 조직 개편안이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 노조 격인 전국 경찰직장협의회(직협)에서도 문제 제기가 거세다. 민관기 전국 직협 회장(경감)은 "형사기동대 운영 등은 이미 실패한 운영 사례로 미래의 경찰을 볼 수 없다"며 "이번 조직 개편안으로 국민들께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고, 지켜지지 못하면 현장 경찰관들이 책임을 떠안게 될까 불안하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경찰 내부망인 현장활력소에는 '우리가 동료인가 적인가' '전산을 모른다고 치안공백이 발생하나' '현장 경찰관을 무시하지 마라' 등의 글이 꾸준히 게재됐다. 한 경찰관은 "윤희근 청장이 부끄럽다"며 "치안공백을 만든 범인은 현장 인력이 아닌 본청이므로 경찰청을 없애야 한다"고도 직격했다.
결국 10월 12일 열리는 경찰청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장 치안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이라지만, 지구대·파출소 등 국민과 가까운 치안인력은 사실상 그대로"라며 "정보과 폐지 등도 과연 옳은 결정이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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