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로의 선택’ 보며 내 진로 고민
그런데 최근 팀 성적이 좋지 않다 보니 팬들 대부분이 그 이유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을 내놓으시더라고요. 팬들은 ‘당연히’(^^) 제 트레이드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궁금증을 드러내시더라고요. 그러나 지난번 일기에 밝혔듯이 이 문제 또한 내년으로 넘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일단은 시즌이 끝난 뒤 재계약 과정에서 뭔가 얘기가 오가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해봅니다.
메이저리그에서 생활하며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개인보다 팀을 더 먼저 생각하는 희생과 배려입니다. 선수들의 개인주의에 대해 탓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이렇게 팀이 힘든 상황에 처해 있을 때는 자신의 이익보다는 먼저 팀을 위해 자신을 낮추는, 그런 마음 씀씀이가 그립고 아쉬울 따름입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듯, 클리블랜드에는 빅리그 경험이 적은 나이 어린 선수들이 많습니다. 베테랑 선수들이 여러 명 존재했더라면 팀이 연패의 늪에 빠졌을 때, 어떻게 해서 그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지를 서로 공유하며 헤쳐 나갔을 텐데 비슷비슷한 또래의 선수들이 모여 있다 보니 구심점 역할을 하는 선배가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물론 저 또한 개인 성적이 안 좋아도 팀을 위해서 선수들에게 쓴소리도 하고 제 자신도 책망하며 마음을 다잡고 선수들에게 파이팅하자는 독려도 해보는데, 이게 한두 번도 아니고, 자주 반복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보니 종종 부담과 스트레스로 다가올 때가 있더라고요. 이런 증상이 3년째 반복되고 있거든요. 전반기에 마치 우승이라도 할 기세로 치고 올라가다가 중반기 넘어서면서부터 조금씩 기가 꺾이고, 후반기부터는 하위권을 맴도는 현상이 3년째 비슷하게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죠.
뉴욕 양키스가 클리블랜드에서 원정 경기를 치르고 있습니다. 양키스 유니폼을 입은 이치로 선수를 처음 볼 수 있었는데요, 시애틀 매리너스 유니폼을 입은 이치로에 익숙해 있어서 그런지 아직 제 눈에는 양키스에 속한 이치로 선수의 모습이 낯설기만 하네요. 시애틀에서의 이치로는 엄청난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대단한 존재감을 드러냈는데, 9번에서 뛰고 있는 이치로는 굉장히 색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이치로의 선택과 지금의 모습을 보며 앞으로 제가 어떤 자세로 야구를 해야 하는지, 어떤 마인드로 FA 이후 새로운 팀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그제는 막내딸 소희의 첫 생일(8월 24일)이었습니다. 소희가 태어난 지 1년이 지났다고 하니 만감이 교차하더라고요. 작년 소희가 태어났을 때 제 야구인생의 희로애락이 한꺼번에 찾아왔었잖아요. 소희가 태어난 날, 병원에서 아내와 아기를 돌보고 있다가 감독의 호출을 받고 급작스레 경기장으로 출근, 시애틀과의 홈경기에서 생애 첫 끝내기 3점홈런을 터트렸었죠. 딸이 준 선물이라며 얼마나 기뻐하고 좋아했었는지. 그런데 더블헤더 2차전에서 옆구리 통증을 느꼈고 그 다음날 출전명단에서 빠지며 부상자명단으로 내려갔더랬습니다. 그 이후 오랫동안 암흑 같은 시간을 보내야 했고요.
그래서 올 시즌 제 목표는 ‘아픈’ 마무리가 아닌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는 것입니다. 부상 없이, 좋은 팀 분위기에서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고 시즌을 마무리하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봤을 때 조금은(?) 힘들 거란 걱정도 되네요. 그래도 일단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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