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경숙 라디오21 전 대표가 8월 28일 대검찰청에서 구치소로 이송되는 모습. 양 전 대표는 얼굴의 점을 빼느라 반창고를 붙였다. 뉴시스 |
핵심은 이번 사건이 양 씨의 개인비리인지 아니면 당 차원의 공천헌금 비리인지의 여부다. 민주당은 공천헌금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문제의 돈을 둘러싸고 수상한 흐름이 발견된 데다가 양 씨가 박 원내대표와 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를 자주 주고받은 것이 드러나는 등 석연찮은 의혹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양 씨에게 돈을 건넨 이들의 진술이 있는데다가 이들이 총선 전 박지원 원내대표와 만난 것이 확인되는 등 사건을 둘러싼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친노 성향인 양 씨가 그간 야권 정치인들과 친분을 바탕으로 광폭 행보를 해왔다는 점에서 파장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세간의 관심은 양 씨에게 건네진 거액의 최종 종착지가 어디일지, 양 씨가 과연 민주당 수뇌부와의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 인물인지에 집중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양경숙 씨에게 돈을 건넨 이들이 “수십억 원을 줬지만 공천도 못 받고 투자수익도 못 받았다”고 불만을 터뜨린다는 첩보를 검찰이 입수하면서부터 시작됐다.
▲ 인터넷 방송국 라디오21.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문제의 돈 중 상당액이 ‘라디오21’을 소유한 (사)문화네트워크 계좌로 입금된 사실을 확인한 검찰은 이 계좌 입출금에 대한 전방위 추적에 들어간 상태다. 검찰은 이 계좌에서 친노 인사 일부에게 수백만~수천만 원이 송금된 내역과 일부 금액이 민주통합당 명의로 송금된 것이 확인된 상황에서 돈이 최종적으로 흘러들어간 곳과 용처만 밝혀낸다면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사건에 등장한 금액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양 씨가 받은 액수가 수 십억 원이라는 점에서 검찰 안팎에서는 이 돈이 민주당 실세뿐 아니라 여러 인사에게 흘러들어갔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가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특히 체포되기 전인 8월 21일 양 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복수의 인물을 거론한 것도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양 씨는 “공천헌금이라니 한 번 모두 죽자고? 쓰레기 청소하는 날이 되려나?”라며 “박, 최, 김, 임 그리고 유… 자신들의 무덤인줄 모르고”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올렸다. 양 씨가 거론한 인물의 실명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들의 연루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모든 의혹들은 양 씨가 오랫동안 야권 인사들과 유대를 나눠온 인물이라는 점과 맞물려 있다. 즉 양 씨가 야권과 친노 진영을 아우르는 인적기반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수십억 원을 끌어당길 수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양 씨와 박 원내대표, 민주당이 모두 공천 의혹을 부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의혹들이 불거져 나오고 있는 이유도 양 씨의 주변인물 및 행보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정치평론가 윤창중 씨는 “상식의 눈으로 볼 때 양경숙이라는 한 개인을 상대로 엄청난 돈을 총선 전에 갖다 줬다?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달아 정치판에 들어가려 할 정도면 세상 물정을 모르지 않을 것인데 이들이 한 여인에게 이 엄청난 돈을 줬다? 그게 일개 인터넷 방송의 사업자금으로 투자한 것 이라고?”라며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윤 씨는 또 “양경숙이라는 인물에 대해 탐구를 해보면 이번 사건에 민주당 비례대표 공천을 알선해주는 대가, 즉 뒷돈거래 의혹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지적했다. 친노 성향의 한 인사도 “인정하고 싶진 않으나 심상치 않다는 느낌이 든다. 후하게 프리미엄을 쳐줘도 인터넷방송국에 수십억 원을 투자할 만큼 순진한 사람이 있겠나”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양 씨는 도대체 어떤 인물일까. 전라북도 전주에서 출생한 양 씨는 1985년 KBS에서 성우와 연출가로 활동했으며 TBN 교통방송에서 방송제작국장을 역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양 씨는 거평그룹의 계열사인 홍보회사 IMS의 대표이사로서 거평프레야, 낙산콘도, 기아자동차, 기산건설, 기린,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 등의 홍보 활동을 했고 민주당 총선과 대선에서도 홍보 업무를 맡았다.
하지만 그의 출신 고교나 일부 경력이 거짓이라는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다. 그는 성우협회에 등록된 인물도 아니었으며 KBS도 단기 프리랜서로 근무한 것이 전부였다. TBN 교통방송 방송제작국장 이력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또 사기·횡령·사문서 위조 등으로 수십 차례 경찰조사를 받았으며 현재 진행 중인 사건도 남아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중적이고 공격적인 성격 등으로 종종 문제를 일으켰고 직원들과의 잦은 갈등으로 ‘라디오21 대표’에서 물러났다고 한다. 양 씨를 기억하는 몇몇 인사들은 “매사 열정적이었지만 평가는 엇갈렸다. 자기 사람들을 끔찍이 챙기는 반면 입맛에 안 맞는 사람들에게는 등을 돌리고 공격적인 성향도 보였다”고 전한다.
현 상황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양 씨의 인맥이다. 이는 투자금 명목으로 받았다는 돈의 최종 종착지를 규명하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검찰과 정치권 안팎에서는 3명이 양 씨를 보고 32억 원이 넘는 거액을 줬을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높다. 실제로 여권의 한 관계자는 “당 연루 여부를 떠나 양 씨의 배경을 믿고 돈을 건넸을 가능성이 높다. 양 씨가 민주당 핵심인사들을 얼마나 들먹이며 어떤 대가를 약속했건 간에 이들에게 자리를 따주겠다는 확신을 심어줬기에 그렇게 큰 금액을 건넨 것 아니겠나”라는 의견을 보였다. 즉 양 씨의 로비력은 그가 쌓아올린 탄탄한 인적기반이 바탕이 됐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양 씨가 정치권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은 것은 2001년 5월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의 보좌관으로 채용되면서부터다. 이후 2003년 1월부터 2004년 5월까지 열린우리당 방송연설기획실장을 맡으면서 정치홍보업무 분야에서 입지를 다져나갔다. ‘그리운 금강산’, ‘북한 고려의학의 현장을 가다’ 등 북한 전문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노무현 라디오’에서 활동하던 양 씨는 2003년 2월 정식 개국한 ‘라디오21’의 대표를 역임했고 현재는 방송편성제작본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라디오21’은 이상호 전 ‘국민의 힘’ 대표, 노혜경 전 노사모 대표, 정청래 민주통합당 의원, 문성근 상임고문, 김갑수 전 열린우리당 부대변인 등이 이사진으로 있다. 김갑수 씨를 시작으로 강헌 대중음악 평론가, 명계남 씨 등이 대표를 역임했으며 문성근, 명계남, 강헌, 유시민, 김갑수 등 친노 인사와 가수 신해철, 김C, 오정해, 김구라, 홍석천, 이정열, 김학도 등 다양한 인사들이 진행을 맡았다. ‘라디오2’1은 이후 탄핵과 총선 정국에서 줄곧 노 전 대통령을 옹호했는데 광우병 촛불시위를 최초 생중계했다. 양 씨는 4·11 총선 직전 문성근 상임고문이 야권통합을 목적으로 주도한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 프로젝트’ 집행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양 씨가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아들 건호 씨, 윤승용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 측근들과 찍은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방송 쪽으로 잔뼈가 굵은 이력을 내세워 야권과 친노 진영 인사부터 문화계 인사들과도 폭넓게 교류해온 양 씨는 페이스북과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서도 정치적 목소리를 강하게 내왔다. 지난해 12월 양 씨는 혁신과 통합 게시판에서 “총선-대선 호남 물갈이 하려면 박지원의 결자해지가 필요하다. 이미 포스트 김대중이 되어 있는 박지원만이 가능하다. 세 표 중 한 표는 박지원으로 김대중과 호남 민주당의 자존심을 세워 달라. 현 민주당에서 유일한 김대중 정통성을 가진 자이다”라며 박 원내대표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올 4월 15일 양 씨는 페이스북 등에 “2012년 한화갑 문재인 박지원 문성근이 함께하는 것만이 대선승리의 유일한 길이며 이 중 한 분만 빠져도 대선 승리 불가능하다. 한화갑 없는 선거는 한 번도 승리한 적이 없다”는 글을 올린 뒤 이들에게 대선승리를 위한 나름의 당부를 하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에게는 “박지원 최고는 87년 김대중 대통령님 만난 이전과 이후가 극명하게 갈린다. 따라서 민주당을 대표할 수 없고 많은 김대중 지지자들이 인정치 않는다. 다만 87년 이후 김대중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서 김대중 대통령 대신 공유한 그 많은 정보력 등과 파이팅으로 저격수가 돼서 대선의 최전선에 서야 한다”고 하는가하면 문성근 상임고문에게는 “김대중-노무현을 관통하는 가문의 아들 문성근은 그 끼를 온전히 2012년 선전대장 나팔수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한화갑 전 대표에게는 “별의별 모략에도 당당하게 초심과 김대중 정신을 지켜온 리틀 디제이 한화갑은 자신의 모든 정치적 자산을 내어 놓고 2012년 민주계의 베이스가 돼줘야 하며 적자, 적통, 장자성으로 차가워진 10% 전통 민주당 지지자들의 마음을 설득하고 70만 해외교민에게 수천 ㎞를 달려와 투표할 수 있는 표심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후보에게는 “노무현의 자산과 지지자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민주 베이스에 모아줘야 하고 한화갑과 문재인의 결속으로 김대중, 노무현 정신이 계승되어지고 시민 민주세력과 탄탄한 연대가 되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
▲ 박지원 원내대표. 유장훈 기자 |
‘박지원 찬양→맹공’ 당신 정체가 뭐요?
SNS를 즐겨하는 양경숙 씨가 그리 크지 않은 시차를 두고 갑자기 입장을 바꾼 이유가 뭘까. 양 씨는 찬양 일색이었던 박지원 원내대표에 대해 지난 4월 27일에는 페이스북에서 “참 못난 박지원, 전두환 전경환 옆구리 채여, 김대중 대통령 바짓가랑이 잡고, 이희호 여사 치맛자락 잡고, 최민희 이해찬 문재인에 업혀 노후를? 근데 웬 원내대표? 쪽팔리지도 않나?” 8월 1일 트위터에서는 “박지원은 전두환의 개였지요” “언론 노출증 환자”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9일에는 “문성근 씨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봅시다. 결과는 무능력, 무정치력… 그만큼 말아먹었으면 이제 그만 배우 본연으로”라고 힐난했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에 대해서도 “정말 재수 없는 자식… 이런 것들이 저렴하게 문화를 만드는 자”라고 공격했다. 하지만 안철수 원장에게는 “국민과 힐링하는 국민후보 안철수” “2012년 대선 키워드는 안철수”라는 등 지지발언을 다수 쏟아냈다.
이뿐만이 아니다. 양 씨의 미니홈피에는 “링컨과 김대중, 노무현을 존경하며 차기나 차차기엔 오세훈 시장 같은 분이 대통령이 되기를 기대한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이 때문일까. 야권 일각에서는 양 씨의 정치성향이나 소속이 의심스럽다는 얘기도 있다. 야권을 지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양 씨의 이런 태도는 적잖은 공격의 대상이 된 것으로 확인됐다. 4월 20일 유명 인터넷 게시판에는 양 씨의 비리를 폭로하는 의미심장한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문제의 글에는 양 씨가 조직적인 지령을 내리고 불법선거를 조장했다는 충격적인 내용도 담겨있다. 글쓴이는 ‘노빠 선동대장 양경숙의 패악질 양아치짓을 규탄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양 씨는 박 대표를 난봉꾼 정치 악마로 만들고 있다. 대표로 내세워 총선에서 호남표를 먹고 그 이후에는 호남 물갈이를 하자는 것이다. 조직적 선거였다는 것도 덜미를 잡았다. 양 씨가 쓴 글을 보면 박 대표에 대한 비방이 끝이 없다. 하지만 문성근 대행체재 전에는 박 대표에 칭찬이 끝이 없다. 박 대표에게도 법적 조치하라고 알렸다”고 울분을 토했다.
다른 게시글에서도 양 씨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며칠 전에는 “지난 전당대회 당시 양 씨는 친노에 의해 코너에 몰렸던 박 대표에 대한 지지를 권유했다. 그런데 시차를 두고 박 대표는 공천 시점부터 엄청난 공격을 받았다. 그 다음에는 문성근을 향해 공격을 시작하는데 공교롭게도 6월 9일과 11일에 열린 민주통합당 전당대회가 끝난 직후였다. 총선 얼마 전만해도 박지원 문재인 문성근 그리고 한화갑을 찬양하고 대선까지 쭉 가라 하더만 총선 끝나고 부터 박 대표에 대한 욕이 시작되고 갑자기 김두관 손학규 안철수 뱅글뱅글 돌더니 요즘 안철수에 안착한 상황이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