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이는 여전히 사형제에 대한 반대 여론이 적지 않을 뿐 아니라 외교적으로도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 실제로 지난 2007년 정부는 유럽평의회에 ‘범죄인 인도와 사법공조 협약에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가 ‘사형 집행 국가’라는 이유로 거절당한 적도 있다. 그 후 대한민국은 2007년 12월 30일 국제 엠네스티가 분류하는 실질적 사형 폐지국이 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사형 집행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아직 이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사형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정치권에서도 사형제가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박 후보는 4일 기자간담회에서 “인간이기를 포기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흉악한 일이 벌어졌을 때 그 일을 저지른 사람도 ‘죽을 수 있다’는 경고 차원에서 (사형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지난 2007년 새누리당 경선때도 “사형이 집행되지 않으면 좋겠지만 상징적으로라도 존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 후보 발언에 야권은 부정적인 반응 일색이다. 박용진 민주통하당 대변인은 “유신 시절 인혁당 법정살인에서 보듯이 사형제는 ‘억울한 죽음’ ‘돌이킬 수 없는 죽음’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사형제는 전 세계적으로 폐지하는 추세이고 설령 있다 하더라도 사실상 폐지된 상태인 국가가 더 많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앞서 박지원 원대대표도 “성폭력 강력범에 대해 사형집행을 재개하자는 논의가 나왔는데 이는 너무 성급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박 후보와 야권 간 견해가 엇갈리자 정치권에서는 향후 대권 레이스에서 사형제를 둘러싸고 대권주자들이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