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후보가 8월 31일 새누리당 국회의원 당협위원장 합동연찬회에서 SNS 사이트 ‘새누리북’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박은숙 기자 |
넷심에서 밀리고 있는 박근혜 후보 캠프 측은 그야말로 비상이 걸린 상태다. 연일 전략회의가 이어지고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위로부터의 전략은 온라인에서 전혀 먹히지 않는다. 바닥 넷심을 어떻게 긁어모을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박근혜 후보 측과 상대적으로 느긋한 야권후보들 간의 SNS 대전을 따라가 봤다.
“이번 선거는 ‘SNS선거’라는 거 여러분 다 알고 계시죠?”
지난 5일 강원도 홍천의 한 리조트에서 열린 새누리당 사무처당직자 워크숍에 참석한 박근혜 대선후보는 인사말 도중 SNS 사용을 강조했다. 당내 경선 중에는 언급된 경우가 없어 이번 대선에서 온라인 선거전의 중요성을 환기시킬 목적으로 한 말이었다. 박근혜 경선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홍사덕 전 의원 역시 같은 날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새누리당 핵심당원 연수에서 “SNS를 꾸준히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 (중략) 여러분들이 열심히 하면 이번 대선에서 호남에서도 놀라운 일이 있을 것”이라며 당원들을 독려했다.
이 같은 박 후보 측의 적극적 SNS 행보는 올 1월 SNS 선거운동 허용에 관해 “오프라인은 규제가 심한데 SNS 선거운동만 상시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고 비밀투표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제동을 걸었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진 태도다. 지난달 31일에는 “이번 대선에서 ‘SNS선거대책위원회’를 별도로 꾸리겠다”는 계획까지 밝혔다. 아직까지 SNS선대위의 방향과 인선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지만 새누리당 디지털정당위원장이자 한글과컴퓨터 대표이사를 맡았던 전하진 의원이 중책을 맡을 것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보수와 진보 세력 모두와 좋은 소통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이준석 전 비대위원(28)을 다시 한 번 활용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사실 박 후보는 전자공학도답게 폭넓은 SNS 사용경험을 갖고 있다. 국내 토종 SNS인 미니홈피를 직접 관리하며 방문자 수 1000만 명이 넘는 공간으로 만들었고 현재 트위터, 페이스북와 함께 동영상 기반의 유튜브 채널과 사진 기반 SNS인 플리커까지 운영하고 있다. 또 한나라당 대표를 맡았을 때 처음으로 디지털정당을 만들기도 했다. 한국소셜인협회 강요식 회장은 “박 후보는 SNS 사용에 있어서는 얼리어답터지만 강산이 변한 것처럼 사용 패턴이 달라질 필요는 있다. 박 후보의 경우 미니홈피처럼 글을 올리고 한정된 일촌(친구를 맺은 상태)들을 관리하는 웹1.0 소통에 익숙해져 있는데 웹2.0 시대의 SNS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좀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박 후보가 SNS선대위 구성과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서자 부담감을 표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 한 보좌관은 “SNS선대위를 디지털정당위원회나 공보단 산하에 두기보다 대선기획단 규모 수준으로 격상시키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 과정에서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친박계 중진 의원에게 역할을 맡길 것으로 보이는데 다들 전문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인지 좀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전하진 의원 역시 “페이스북은 개인의 빠른 대응으로 지지자를 확보하고, 트위터에서는 집단으로 대응해 네거티브를 저지해야 한다”는 내부 방침까지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선대위를 지휘할 것이라는 이야기에 관해서는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만 언급했다.
현재 새누리당에서는 대선이 100일 밖에 남지 않아 단기간에 화력을 집중시키기 위해 220만 당원의 조직력에 기대를 하는 눈치다. 이를 위해 각 시도당에서는 SNS전문가를 초빙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새누리당 SNS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강요식 회장은 “조직적으로 관리한다고 해서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SNS 대통령이라 불리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사실은 그 아래 참모들이 철저하게 관리하고 통제한다. 선거철에는 전문적이고 기술적으로 다뤄지는 게 효율적”이라고 전했다.
▲ 왼쪽부터 박근혜 트위터, SNS 사이트 ‘새누리북’, 금태섭 변호사가 개설한 ‘진실의 친구들’. |
최근 여의도 정계에서는 안 원장의 독자적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SNS를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이 아닌 이를 기반으로 한 조직을 구축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청춘콘서트를 함께하며 ‘안철수 신드롬’을 만들었던 청년당의 경우 독일의 ‘리퀴드 피드백 시스템(정당이나 사회단체, 운동단체가 인터넷을 통해 의사를 형성하는 것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소프트웨어)’과 안 원장의 연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청년당원으로 활동했던 박 아무개 씨는 “리퀴드 피드백 시스템은 누구나 의결 활동 참여를 보장한다. 온라인으로 찬반 의사만 묻지 않고 직접 대선후보의 공약을 만들고 고칠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토론이 길어지는 것을 막을 수도 있어 안 원장이 이를 활용해 선거 운동에 나설 경우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짧은 기간에 대선후보들 간 SNS선거전이 치열해지고 대립이 과열된다면 유권자들이 쉽게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강요식 회장은 “민주통합당이 SNS 사용 능력이 앞서긴 하지만 선거 때 제어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그래선지 새누리당에서는 무리하게 사용을 권장하기보다 실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라고 전했다.
스마트소셜 김희동 대표는 “정치인들은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자기 말만 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SNS의 최고의 미덕은 경청하고 공감하는 자세”라고 전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한쪽은 ‘썰렁’ 한쪽은 ‘헉헉’
새누리당은 지난달 자체적으로 만든 SNS 사이트인 ‘새누리북’을 오픈했다. 이후 박근혜 후보를 비롯한 주요 당직자들에게 설명법을 설명하고 홍보에 나서줄 것을 당부했지만 반응은 썰렁하다. 현역 의원 대부분이 보좌진을 시켜 의정 활동이나 자신들의 언론 보도 내용을 소개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접속하고 의견을 남기는 새누리당 당원 역시 손에 꼽을 정도다. 박 후보의 경우 트위터에는 20만 명 넘는 친구를 가지고 있는 반면 새누리북에서 친구로 추가한 사람은 50여 명에 불과했다.
새누리당 사무처 당직자는 “아직 만들고 본격적으로 홍보한 지 며칠 되지 않았다. 별도로 가입하지 않고 기존에 있는 트위터, 페이스북 아이디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홍보를 시작하면 큰 호응을 얻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안철수 원장 진영에서는 최근 ‘네거티브 대응팀장’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금태섭 변호사가 ‘진실의 친구들’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해 눈길을 끌었다. 안 원장의 BW 저가매입 의혹, 룸살롱 출입 논란, 모친의 아파트 ‘딱지’ 매입 등 ‘안철수 검증시리즈’가 확산되자 이를 대응하기 위해 만든 페이지다. 하지만 모든 사안이 속 시원하게 해명되기는커녕 댓글을 통해 또 다른 의혹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상황이다.
스마트소셜 김희동 대표는 “두 대선후보 모두 SNS 사용으로 인한 피로감만 높이는 것 같다. 정작 본인들의 이야기는 없고 목적만 보인다”며 “트위터에서 남의 글 RT(스크랩하기) 한 번 더 하고 페이스북에서 ‘좋아요 버튼(추천하기)’ 하나 더 누르는 게 낫다”고 평했다.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