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운찬 전 총리(왼쪽)는 “새누리당도 민주당도 아닌 제3세력을 만드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주장했다. 이인제 선진통일당 대표도 “독자 후보를 내지 못할 경우 양대 패권세력에 반대하는 제3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이종현·박은숙 기자 |
선거 전문가들은 여당 주자로 확정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범야권 단일후보 간의 1:1 구도가 형성될 경우 이번 대선은 오차범위 내의 초박빙 승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제3의 정치세력이 대권 명운을 좌우할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관측은 다소 과장된 면이 없지 않지만 지지율 차이가 좁혀지면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본 궤도에 진입하고 있는 대선정국을 흔들 수 있는 ‘숨은 1인치’로 부각되고 있는 ‘제3세력’의 실체를 들여다 봤다.
현재 대권지형은 박근혜 후보를 필두로 범야권 잠룡인 안철수 교수, 당내 경선이 한창인 민주당 후보가 삼각편대를 이루고 있다. 범야권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이번 대선은 박 후보와 단일후보 간의 양자 대결구도가 구축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경우 과거 그 어느 대선 때보다 치열한 혈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당층이나 중도파, 제3의 정치세력이 대선지형을 바꿀 변수로 부상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 ‘제3세력 전국연합’을 주도하고 있는 장석창 대표. |
장 대표와 KBS PD 출신인 박교서 월드뉴스 대표는 최근 중도보수를 지향하는 40~50대를 중심으로 ‘제3세력 전국연합’을 결성했다. 전국연합은 전국 16개 시도위원장 및 234개 시군구 지회장을 임명하고 10월경에 회원들과 함께 창립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장 대표는 11월 경에 지지 후보를 결정하고 12월 대선에서 공개 지지선언을 통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다지고 있다.
현재 전국연합에는 중도 보수를 지향하고 있는 40~50대 오피니언 리더(석박사)뿐만 아니라 80여 개 시민단체 대표 55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또한 미래정치경제연구원의 구성원들과 72개 무술단체 회원을 기반으로 전국 조직망을 구축해 나가고 있으며, 회원 10만 명 확보를 목표로 동분서주하고 있다.
전국연합 측은 창립대회 전 상임의장으로 조순 전 총리를 비롯해 이수성 전 총리, 이만섭 전 국회의장 등을 영입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기자와 만난 장 대표는 “조순 전 총리는 1997년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설 당시 보좌역을 맡아 친분이 있고, 이수성 전 총리는 선진한국당 대표 시절 인연이 있어 상임의장으로 모시려고 한다”며 “1997년 국민신당 총재를 지낸 이만섭 전 국회의장도 영입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장 대표는 “연말 대선은 다자구도 내지 양자 구도로 100만 표 이내에서 승부가 결정 날 것”이라며 “전국연합은 국민통합형 후보를 발굴해 ‘제3세력’으로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장 대표는 “우리는 특정 후보를 염두에 두고 만든 조직이 아니다”고 전제한 뒤 “여야 후보가 결정되고 안철수 원장이 출마를 선언할 경우 누가 새로운 대한민국에 희망을 줄 수 있는 후보인가를 철저히 검증해 지지선언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전국적인 조직망을 구축하고 무당파, 중도보수를 표방하고 있는 전국연합의 세력 확산 소식을 접한 여야 대선캠프는 벌써부터 은밀히 전국연합 측과 물밑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운찬 전 총리도 제3세력화를 도모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지난 8월 31일 ‘동반성장 충청연대’ 워크숍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5년 전보다 많이 준비돼 있다”며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 그는 “‘안철수 현상’에서 우리가 읽을 수 있는 것은 국민이 여당과 야당에 대해 실망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새누리당도 민주통합당도 아닌 제 3세력을 만드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제3세력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깃발을 들고 연석회의를 하든지 해서 대표 주자가 대선에 나가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안철수 교수는 경제에 대한 현실인식이 좋고, 젊은 층이 좋아하는 강점이 있다. 동반성장에 대한 능력이 있다면 도움을 받을 수도, 도움을 줄 수도 있다”고 말해 안 교수와의 연대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동반성장의 전국 총괄조직인 ‘동반성장 국민연대’는 조만간 창립대회를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또한 정 전 총리를 지지하는 학계, 법조계 등 인사 40여 명으로 구성된 ‘시민의 힘’도 본격적인 세 규합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대선과 마찬가지로 이번 대선에서도 충청권 민심은 제3 지대에서 대권 향배를 결정하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기반을 두고 있는 이인제 선진통일당 대표는 당의 대선후보 공천 여부와 관련해 “독자 대선후보를 내는 게 신념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양대 패권세력에 반대하는 제3세력 후보를 지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근 세종시 의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현재 국내 정치는 양대 패권세력, 즉 영남의 새누리당과 호남의 민주통합당이 끌고 가고 있고, 자기들끼리 나눠 먹으면서 국민의 비판을 받고 있다”고 전제한 뒤 “대한민국의 대선은 통상 10∼11월에 제3 지대 변수가 나타난다. 따라서 너무 초조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때까지 끈질기게 버티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표는 “충청도가 없어지지 않는 한 충청을 기반으로 한 정당이 쉽게 없어지겠느냐”며 “우리가 자존심을 지키고 잘 버티면 2014년 지방선거와 2016년 총선에서 반드시 재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원복 선진통일당 대변인은 안철수 교수가 제3 지대 후보로 대선출마를 선언할 경우 “제3의 방법에 대해 당연히 도와줄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9월 3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제3의 세력을 원하는 많은 국민들의 뜻을 받들어서 반드시 제3후보를 만들고자 하고 있다”며 “제3후보는 거대 양당의 구조화를 깨는 노선을 가는 분을 중심으로 저희가 반드시 만들어 낼 것이다”고 강조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