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감찬으로 돌아온 최수종, 12월 이영애 ‘마에스트라’와 맞짱 관전포인트
대한민국 정통 사극을 대표하는 배우 최수종의 출연작 캐릭터만 나열해도 이렇게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그가 이번에는 다시 고려 시대로 돌아간다. 거란의 침략에 맞서 고려를 구하고 동북아 질서를 재편한 강감찬 장군이 돼 귀주대첩을 이끌 예정이다.
1987년 KBS 드라마 ‘사랑이 꽃피는 나무’로 데뷔해 바로 스타덤에 오른 최수종은 1989년 MBC ‘조선왕조 500년 한중록’의 사도세자 역할로 사극의 길에 들어선다. 이듬해인 1990년 ‘조선왕조 500년 대원군’에도 철종 역할로 출연했다.
처음부터 최수종이 사극의 대가는 아니었다. tvN ‘유 퀴즈 온더 블록’에서 최수종은 “사극 데뷔작이었던 ‘조선왕조 오백년 한중록’에서 사도세자를 맡았을 때 대사 한마디를 할 때마다 어색한 연기로 선배들이 박장대소를 했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후 최수종은 철저하게 준비에 들어갔다. 연기와 발성 등에 대한 연습은 기본이고 유난스러울 정도로 대본에 집중하는 배우로 유명했을 정도다. 최수종은 대본을 볼 때면 늘 국어사전을 함께하며 장음과 단음을 구분해 표시할 정도로 정확한 대사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2000년 4월부터 2002년 2월까지 200부작으로 방영된 KBS ‘태조 왕건’이 터닝포인트가 됐다. 이 드라마는 무려 60.2%라는 기록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최수종을 사극 전문 배우의 길로 이끌었다. 이후 ‘태양인 이제마’의 이제마 역할, ‘해신’의 장보고 역할, ‘대조영’의 대조영 역할, ‘대왕의 꿈’의 김춘추 역할, ‘임진왜란 1592’의 이순신 역할 등을 맡으며 KBS 대하드라마를 주도해 왔다.
그리고 다시 11월 11일부터 방영을 시작한 KBS ‘고려 거란 전쟁’에서 강감찬 역할을 맡았다. 여요전쟁(麗遼戰爭)으로도 불리는 고려 거란 전쟁은 993년(고려 성종 12년)부터 1019년(고려 현종 10년)까지 이어진 전쟁으로 역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아니라면 잘 기억하지 못하는 전쟁일 수도 있다. 오히려 여요전쟁에서 고려를 구한 두 명의 위인이 더 잘 알려져 있다. 한 명이 서희이고, 또 한 명이 강감찬이다.
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은 서희의 외교 담판으로 거란의 1차 공격을 성공적으로 막아낸 성종 시절을 지나 목종이 세상을 떠나면서 승려의 삶을 살고 있던 대량원군이 하루아침에 왕의 자리에 올라 현종으로 즉위하는 과정부터를 그리고 있다. 드라마의 중심은 현종와 강감찬인데 고려 왕 현종은 잘 몰라도 강감찬의 이름은 누구나 안다. 여요전쟁은 몰라도 강감찬 장군의 귀주대첩은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다. 역사 교과서를 통해 배우고 외운 내용을 디테일하게 접할 수 있다는 부분이 사극이 갖는 가장 큰 강점이다. 스포일러지만 결국 강감찬 장군이 귀주대첩에서 대승을 거둬 고려가 거란을 이긴다. 사실 이런 역사적 사실은 모든 시청자가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빠져들 수밖에 없는 게 대하드라마의 매력이다.
강감찬이 이끄는 고려군이 거란군에 대승을 거두는 것은 이미 정해진 역사적 사실이지만 방송가의 현실은 또 다르다. 타 방송사 드라마와의 시청률 전쟁에서 이기는 것은 또 다른 일이기 때문이다. 현재 구도에서 강감찬 장군의 경쟁 상대는 조선 인조 시대의 역관 이장현(남궁민 분)이다.
최근 방송가의 드라마 전쟁은 금, 토, 일 저녁에 벌어진다. MBC와 SBS의 금토 드라마와 JTBC와 tvN의 토일 드라마가 한창 시청률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KBS가 토일 드라마로 정통 사극을 배치해 참전을 선언한 것. 현재 가장 앞서 있는 드라마는 MBC ‘연인’으로 ‘고려 거란 전쟁’ 첫 방송이 나간 11월 11일에 방영된 19회에서 11.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자체 최고 시청률인 12.2%에 근접했다. 이날 ‘고려 거란 전쟁’은 5.5%를 기록했다. 같은 날 방송된 SBS ‘7인의 탈출’은 5.2%에 그쳤다.
방영일이 이틀 모두 겹치는 토일 드라마들이 더 신경 쓰일 수 있다. JTBC ‘힘쎈여자 강남순’은 11회에서 7.6%, 12회에서 8.5%를 기록했으며 tvN ‘무인도의 디바’는 5회에서 5.4%, 6회에서 7.9%를 기록했다.
다섯 편의 드라마가 맞붙은 토요일(11일) 성적표를 보면 1위는 11.6%의 ‘연인’이며 ‘힘쎈여자 강남순’이 7.6%로 2위를 기록했다. ‘고려 거란 전쟁’(5.5%)은 3위에 오르며 ‘무인도의 디바’(5.4%) ‘7인의 탈출’(5.2%)을 앞섰다. 그렇지만 일요일인 12일에는 ‘힘쎈여자 강남순’이 8.5%, ‘무인도의 디바’가 7.9%를 기록해 6.8%를 기록한 ‘고려 거란 전쟁’을 앞섰다. 토요일에 ‘연인’으로 빠졌던 시청자들이 일요일에는 ‘힘쎈여자 강남순’과 ‘무인도의 디바’로 돌아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고려 거란 전쟁’은 이제 막 시작했다는 부분에서 향후 시청률 상승 기대치가 크다. 1회에서 5.5%를 기록했는데 현재 경쟁작 가운데 1회에서 이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는 6.0%를 기록한 ‘7인의 탈출’뿐이다. ‘연인’도 첫 회에선 5.4%였다. ‘7인의 탈출’처럼 초반 화제성만 좋고 시청률이 오히려 하락할지 ‘연인’처럼 급상승 흐름을 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고려 거란 전쟁’은 32부작으로 2024년 2월까지 방영될 예정이다. 한 번 흐름을 타 시청률이 고공행진을 시작하면 타 방송사는 차기작 드라마는 물론이고 차차기작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고려 거란 전쟁’의 다음 상대는 11월 24일부터 방영되는 ‘연인’ 후속작 MBC ‘열녀박씨 계약결혼뎐’과 ‘7인의 탈출’ 후속작 SBS ‘마이 데몬’이 될 전망이다. 이후 12월 2일 첫 방송되는 ‘힘쎈여자 강남순’ 후속작 JTBC ‘웰컴투 삼달리’와, 12월 9일부터 시작되는 ‘무인도의 디바’ 후속 tvN ‘마에스트라’도 출격 준비 중이다.
주연 배우의 아우라만 놓고 보면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tvN ‘마에스트라’다. 카리스마를 풀장착하고 돌아온 이영애가 출연하기 때문이다. 이영애는 최수종에 필적할 만한 연기력과 흥행력이 담보된 배우다. 역대 사극드라마 시청률 순위에서 최수종의 ‘태조 왕건’이 60.2%로 2위이며 이영애의 ‘대장금’이 57.8%로 3위다. 그들이 오는 12월 본격적인 시청률 경쟁에 돌입한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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