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세 여아를 납치해 성폭행한 고종석이 수사를 받은 뒤 이감을 위해 이송되는 모습. 그는 평소 아동음란물 마니아였다. 연합뉴스 |
최 씨는 불우한 가정에서 성장한 인물로 제대로 된 사회화 가정을 밟지 못했다. 최종학력도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인 그는 어린시절 가출한 이후 공장을 전전하며 간신히 생계를 꾸려왔다. 그는 마흔 살이 되도록 가정을 꾸리지 못했으며 친구도 애인도 없이 2평 남짓한 지하방에서 홀로 살아왔다. 주목할 점은 최인구가 예상과 달리 무척 내성적이고 깔끔한 성격이었다는 점이었다. 특히 불혹의 나이가 되도록 정상적인 이성관계를 맺지 못했던 그는 심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었으며 대인관계도 원만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아동성범죄자의 특징을 단정짓기란 어렵다면서도 몇 가지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최인구를 검거했던 한인선 팀장(당시 강동경찰서 현 용산경찰서)은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삼는 이들을 무조건 소아기호증 때문이라고 봐서는 안 된다. 성적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이들이 상당히 많다. 실제로 발기부전이나 조루 등으로 여자친구나 부인에게 심한 모욕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털어놓는 이들도 있었다. 성적 위축감으로 인해 성인 여성과의 관계에 두려움을 느낀 나머지 제압하기 쉽고 성에 대해 무지한 아동을 대상으로 욕망을 분출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아동 성범죄자들 중에는 왜소한 체형을 지닌 이들이 많다. 외모에 자신감이 없거나 수줍음을 심하게 타고 말을 더듬거리거나 신체 일부가 기형 또는 장애가 있는 경우도 있다. 여성을 마음대로 정복하고 남성성을 분출하고 싶은 욕구를 달고 살았다는 사람도 볼 수 있었다. ‘만만한 게 어린 아이였다’고 통곡하는 사람도 기억난다”라고 전했다.
평소 아이를 무척 좋아하거나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린다는 것도 아동성범죄자들의 특징이다.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던 이들도 아이들한테만큼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관심을 표출하는 경우가 있다. 아이들의 기호성을 간파하고 있는 이들은 아이들이 관심을 갖는 놀이나 간식거리 등으로 유인한 후 악마로 돌변한다. 예의바른 청년, 친할아버지 같은 경비원, 인심 좋은 구멍가게 아저씨의 탈을 쓰고 범죄를 저지르는 사건들이 등장하는 이유다.
유사 전력이 있는 이들이 상당수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최인구도 이미 5세 여아를 추행해 실형까지 살았던 인물이었다. 아동성범죄자를 상담한 경찰관계자는 “여아를 보면 습관적으로 한번 더 쳐다보게 되고 만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더라. 또 아이를 상대로 몹쓸 짓을 했을 때의 느낌이 자꾸 생각난다는 사람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한국범죄심리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상균 백석대 교수는 “아동성범죄는 여러 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무엇보다 범죄자들의 정신상태가 정상인과는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아동성범죄자들 대다수는 열등감이 심하고 자존감은 낮은 특징이 있다. 또 정상적인 성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다. 때문에 성인 여성은 감히 침해할 수 없는 영역으로 생각하고 자신보다 훨씬 약한 아이들이나 노인을 대상을 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동성범죄자들이 단순히 성욕을 해결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김 교수는 “아동성범죄자들은 외적으로만 보면 단순히 성적 만족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내면에는 성행위를 통해 사회적 열등감을 해소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즉 누군가를 통제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라 설명했다.
김 교수는 아동음란물이 범죄에 영향을 줄 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음란물을 보며 그릇된 판타지를 갖게 되고 이러한 자극이 지속될 경우 현실에서도 이루고 싶어 하는 강박관념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음란물 단속이 아동성범죄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끊임없이 남들과 비교하며 그 속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열등감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잘못된 행동으로 분출되면 범죄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아동성범죄 역시 뿌리 뽑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아동음란물의 중독성을 경고하고 있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음란물에 중독이 됐다는 것은 이미 뇌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음란물을 보면 뇌에 자극을 받게 되는데 반복해서 이런 상황에 노출되면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되고 중독으로 이어진다”면서 “자연스레 음란물도 그런 쪽으로만 찾게 되고 일부는 범죄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윽박보단 대화가 필요
“음란물 접속차단 프로그램을 이용하라.” 전문가들이 말하는 음란물로부터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컴퓨터뿐 아니라 자녀들이 소지한 스마트폰에도 접속차단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접속차단 프로그램에 모든 것을 의지하는 것은 위험하다. 부모가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주기적으로 점검해 자녀가 평소 어떤 사이트에 접속하는지 직접 확인하는 것이 좋다.
만약 자녀가 미취학 아동일 경우에는 영상물을 최대한 늦게 접하도록 해야 한다. 성교육 단체 푸른 아우성의 이재경 사무국장은 “만화영화나 교육을 위한 것이라도 한 번 영상을 접한 아이들은 시각적인 자극을 받게 된다. 어릴 때 이러한 자극에 노출된 아이들은 성장할수록 더 강한 자극을 원하는데 이 때문에 잔혹하고 음란한 영상을 찾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영상을 볼 경우 광고 등으로 의도치 않게 음란물을 접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부모의 교육도 중요하다. 음란물은 돈을 벌기 위해 상업적으로 제작된 상품이라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또 중독성이 강하며 범죄까지 저지를 수 있다는 점도 주지시켜야 한다.
가장 필요한 것은 자녀와의 솔직한 대화다. 음란물을 보는 자녀를 무조건 윽박지르기보다는 대화를 통해 상황을 풀어나가야 한다. 이 사무국장은 “먼저 음란물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제공한 어른들의 잘못을 인정하며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좋다. 무조건 보지 말라고 강요하는 것은 자녀를 더욱 음지로 몰아넣는 행동이다. 자녀 스스로 ‘난 건강한 아이다’라는 것을 인지하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