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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몇몇 구단들이 선수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승리수당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열린 경기에서 두산 최주환이 롯데 김주찬을 아웃시키고 있다.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 ||
시즌 막바지에 접어든 프로야구는 여전히 안개 정국이다. 1위 삼성을 제외한 롯데, SK, 두산, KIA, 넥센은 포스트 시즌 진출을 위해 매 경기를 한국시리즈 7차전처럼 치른다. 당연히 선수들은 체력 고갈을 호소하고, 감독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괴로워한다.
그걸 아는지 최근 몇몇 구단이 선수단 사기진작책을 빼들었다. 바로 메리트 시스템이다. 정해진 연봉 이외의 가외수당을 선수들에 지급하는 메리트는 프로야구 초창기부터 가장 보편화한 당근책이다.
대개 경기별 메리트와 개인별 메리트로 나뉘는데, 경기별 메리트는 3연승 이상과 특정 팀에 승리했을 때 지급된다.
가장 흔한 건 특정 팀 상대 승리수당이다. 과거 현대는 삼성전에 거액의 메리트를 걸곤 했다. ‘재계 라이벌 삼성엔 절대 질 수 없다’는 그룹 총수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현대는 삼성만 만나면 악착같이 뛰었고, 해마다 삼성과의 상대전적에서 우위를 기록했다.
반대로 삼성이 특정 팀 상대로 메리트를 걸 때도 있다. 올해다. 정규 시즌 1위를 달리는 삼성은 올 시즌 유독 두산에 약했다. 야구계에서 “한국시리즈에서 삼성과 두산이 만나면 두산이 4승1패로 우승할 것”이란 예상이 돈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게 마음에 걸렸는지 삼성은 시즌 후반기 두산과의 3연전에서 파격적인 금액을 걸었다. 과연 얼마나 됐을까. 일반적으로 특정 팀 상대 승리수당은 경기당 2000만 원이 최상가다. 야구계의 모 인사는 “삼성이 그보다 2배 이상의 보너스를 건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연승 메리트는 2000년 이후 3연승은 2000만 원, 4연승 때는 3000만 원을 지급하는 게 관례다. 하지만, 올 시즌은 연승 메리트를 거는 팀이 별로 없다. 대신 올 시즌 가장 유행하는 메리트는 ‘승률 5할 이상 수당’이다.
올 시즌 수도권의 A 팀과 영남지방의 B 팀은 승률 5할 이상일 경우 1승당 2000만 원씩의 승리수당을 선수단에 지급하고 있다. 덕분에 두 팀은 꾸준히 승률 5할 이상을 유지 중이다.
개인별 메리트는 타자는 홈런과 승리타점, 투수는 승리투수가 됐을 때 지급한다. B 구단은 이례적으로 선발투수가 불펜투수로 등판할 때도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이 보너스들은 선수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지급될까. 모 구단 운영팀장은 “월급처럼 달마다 선수들 통장으로 입금할 때도 있고, 1년 치를 모아 시즌 종료 후 일괄 지급하기도 한다”며 “개인별 메리트는 3, 4일 후 직접 선수에게 현금으로 준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은 통장 입금보다 현찰을 선호한다. 부모나 아내에게 들키지 않는 비상금으로 쓰기 위해서다.
사실 메리트는 실력과 팀 기여도가 이미 연봉에 반영됐다는 점에서 프로엔 어울리지 않는 제도다. 만년적자 신세인 국내 프로야구 현실에서 메리트가 과도한 운영비 증가로 이어지는 것도 당연하다. 특히나 구단간, 선수간 위화감을 조성하고 역효과도 만만치 않다.
C 구단이 대표적이다. C 구단은 올 시즌 성적이 좋아지자 메리트 시스템을 가동했다. 구단이 조금만 도와주면 4강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정작 선수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모 선수는 “오랜만에 보너스를 받아 통장을 조회했다가 깜짝 놀랐다”며 “보너스도 다른 팀에 비해 턱없이 적었고, 그것도 구단에서 세금을 떼고 주는 통에 얼마 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결국 C 구단은 메리트 시스템을 가동한 이후 팀 성적이 떨어지는 역효과를 맛봤다.
갖가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구단 대부분이 메리트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는 건 효과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다른 구단보다 2배 이상 특정팀 상대 승리수당을 걸었던 삼성은 두산에 3연승했다. A 구단도 시즌 중반까지 감독과 선수들이 갈등을 빚으며 하위권으로 떨어졌지만, 메리트 도입 이후 성적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모 구단 단장은 “성적에 따라 감독, 단장, 사장 수명이 결정되는 한국 프로야구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 한, 메리트 시스템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며 “지금 추세라면 연봉보다 보너스를 더 많이 받는 선수들이 속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