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 줄여 수익성 강화, 장기적 체력 저하 우려…롯데쇼핑 “각 사업부별로 본업 경쟁력 높일 것”
#갈수록 작아져만 가는 외형
‘수익성 강화’에 방점을 찍은 롯데쇼핑이 점포 구조조정과 효율화 등을 통한 ‘체질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마트와 슈퍼는 지난해 11월부터 통합 운영을 시작하며 상품을 통합 매입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올해 3분기에는 각각 영업이익이 57.3%, 146.6%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점포 구조조정을 통한 고정비 감소 등 비용 효율화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롯데마트는 2020년부터 3년간 모두 12개의 매장을 폐점했고 롯데슈퍼는 2019년 521개였던 점포를 363개까지 줄였다. 1987년 창립 이래 지난해 처음 적자를 냈던 롯데하이마트 역시 9개월 동안 38개의 매장을 정리했다. 롯데하이마트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179.9%가량 개선된 362억 원을 기록했다.
다만 비용을 잘 통제해 영업이익을 늘렸지만 매출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우려되는 지점이다. 롯데마트의 올해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가량 줄어든 1조 5170억 원으로 집계됐다. 롯데슈퍼는 전년 동기 대비 1.3% 줄어든 3470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을 눈에 띄게 늘린 롯데하이마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9%가량 감소한 7259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에는 롯데백화점, 면세점, 홈쇼핑 등은 모두 매출 감소 속 전년 대비 이익이 크게 줄거나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매출은 2%가량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740억 원으로 31.8% 감소했다. 수익이 나지 않자 연초에 발표했던 강남점 리뉴얼도 계속 밀리고 있는 분위기다. 백화점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가 잠실점에 힘을 주고 있긴 하지만 사실 백화점 매출은 강남에서 제대로 나온다. 롯데백화점 강남점은 규모도 작고 상품 구색도 갖춰지지 않아 롯데 측이 이에 대해 고민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은 3분기 전년보다 42% 줄어든 704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분기 매출 1위를 신라면세점에 내줬다. 롯데홈쇼핑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4.3% 감소한 2190억 원으로 집계됐다. 롯데홈쇼핑과 롯데면세점은 3분기에 각각 80억 원, 98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신규 점포 출점을 자제하고 있다고 알려진 코리아세븐도 외형이 줄었다. 올해 세븐일레븐 점포수는 1만 4000여 개로 지난해 대비 300개가량이 줄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편의점은 무조건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업계 1·2위를 다투는 GS25나 CU는 서로 점포를 못 뺏어서 안달이다. 아무리 비용 효율화를 위해서라지만 점포를 줄인다는 건 이해가 안 가는 일”이라고 말했다.
코리아세븐의 경우 지난해 3134억 원에 미니스톱을 인수하고 나서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3분기에는 미니스톱 인수로 인해 발생한 영업권 손상차손을 644억 3800만 원가량 인식하기도 했다. 영업권 손상차손은 피인수 회사가 보유한 자산 가치 등이 장부가액보다 떨어졌을 때 재무제표 상의 손익계산서에 반영하는 것을 뜻한다. 즉 미니스톱의 매출 추정치와 현금 흐름이 감소 추세라는 뜻이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GS25와 CU가 기존 미니스톱 점주들을 대상으로 공격적으로 영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세븐일레븐 통합 과정의 차질이 예상된다.
#계열사는 많은데 시너지가…
쿠팡은 3분기에 처음으로 8조 원 넘는 매출과 5개 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하면서 새로운 ‘유통공룡’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위기감을 느낀 경쟁사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8월부터 ‘신세계 유니버스’를 론칭해 그룹사 차원에서 대응 중이다. 그런데 롯데는 마땅한 대응 전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유통계열사 간 통합 전략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롯데는 관계사들끼리 협업을 하기보다는 이들끼리도 경쟁을 붙이는 문화다. 그룹 통합 전략을 세우기는커녕 칸막이를 쳐놓고 서로 위에 잘 보이려고 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사업부인 롯데온이다. 롯데온이 있음에도 하이마트가 따로 온라인몰을 구축했고 롯데마트도 애플리케이션(앱)을 따로 운용하고 있다.
앞서의 관계자는 “그룹사의 통합 온라인몰 전략을 추구하려면 하이마트 몰이나 롯데쇼핑 앱을 허용하면 안 되고 전부 롯데온으로 몰아줘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며 “롯데백화점 상품을 롯데온에 안 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각사들이 롯데온을 안 도와준다. 나영호 대표가 굉장히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롯데온의 온라인 쇼핑시장 점유율은 2~3% 수준에 그치고 있다. 박성의 진짜유통연구소 소장은 “기존에 있던 점포들도 유동화하고 있는 만큼 롯데가 오프라인 확장은 더 이상 안 할 것 같다. 온라인 전략을 어떻게 짜는지가 포인트가 될 텐데 이대로는 쉽지 않다”며 “롯데온에서 판매하는 만큼 다른 계열사들은 매출이 빠지니까 싫어하는 것이다. 예전부터 마트 상권 안에 슈퍼 출점하는 식으로 경쟁하던 게 롯데라 이 문화를 뜯어 고치지 않으면 해결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를 인식한 롯데그룹 측도 관계사 간 시너지 확대를 꾀하기 위해 지난해 초 롯데그룹 유통군HQ(헤드쿼터)를 설치했다. 외부에서 영입된 김상현 롯데유통군 HQ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가 수장을 맡았다. 롯데그룹 유통군HQ는 그룹 내 유통 계열사들의 컨트롤타워로서 롯데쇼핑을 비롯해 롯데하이마트, 우리홈쇼핑, 코리아세븐, 롯데멤버스 등 총 8개 회사의 사업 전략을 총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효과를 보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김상현 롯데유통군HQ 총괄대표 부회장의 거취가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롯데그룹은 현재 12월 정기인사를 앞두고 있다. 외부 영입인사인 김상현 대표와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나영호 롯데온 대표도 모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들의 임기 연장 여부가 이번 인사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유통업계 다른 관계자는 “유통사업군 수장들이 정기 인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단기 실적 개선에만 치중해 점포 줄이고 비용 줄이는 데 앞장섰을 수 있다. 앞서 현대백화점이랑 신세계에서 인사 칼바람이 부는 걸 봤기 때문에 더더욱 과감한 투자를 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롯데 관계자는 “향후 롯데쇼핑은 각 사업부별로 본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꾸준히 수익성을 개선해나갈 계획”이라며 “백화점은 특화 매장을 확대하고 마트와 슈퍼는 식품 특화 매장 등을 포함한 점포 유형 다변화, 롯데온은 버티컬 서비스 강화, 해외사업은 동남아 시장 개척 등에 앞장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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