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응은요? 박근혜 후보를 향한 네거티브 공세가 계속되고 있지만 사안별 대응 매뉴얼이 없어 당 내부서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박 후보가 8월 22일 김영삼 전 대통령 예방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말장난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이것이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네거티브 대응팀의 실체다. 공식 조직은 없지만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은 있고, 그 역할을 누가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정준길 새누리당 대선기획단 전 공보위원이 26년지기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연구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에게 안 원장의 ‘뇌물과 여자’ 문제를 거론, 불출마를 협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간에는 새누리당에 ‘안철수 검증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정 전 위원이 공보위원에 위촉된 것도 그가 과거에 안철수 관련 조사를 했다는 이유였다는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것 말고도 문재인 검증팀, 김두관 검증팀도 가동하고 있다느니 하는 말이 있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캠프의 네거티브 대응팀, 네거티브 검증팀 등 몇 가지 이름이 맞물리면서 실체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기도 했다. 구체적인 말들, 그러니까 이들 대응팀, 검증팀이 정보기관과 긴밀하게 협조해 24시간 대응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19대 국회에서 정보기관 출신 혹은 법조계 새 인물들이 팀에 합류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특히 ‘한나라당 차떼기 수사’로 ‘국민검사’라는 별칭을 얻은 안대희 전 대법관이 대선기획단의 한 축인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으로 위촉되고, 남기춘 전 서울서부지검장이나 이상민 전 춘천지법 원주지원장이 정치쇄신위원으로 임명되자 ‘전방위 네거티브 대응팀’이 가동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박 후보가 이들을 기용하면서 ‘정치쇄신’ 이미지를 확고히 하면서 ‘네거티브 대응’이라는 부수적인 역할을 맡겼다는 해석이 그래서 무게감 있게 다가왔던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 안팎 어디에서도 ‘네거티브 대응팀’의 실체는 찾을 수 없었다. 당사와 박 후보 캠프에는 이런 간판도, 이런 직책의 사람도 없다. 선거기획단의 한 핵심관계자는 “기획단 내의 공보단에서 언론에서 나오는 모든 기사를 수집, 분석, 대응하고 있고 네거티브 대응이라고 소위 말하는 것도 공보단 내에서 이뤄지는 활동 중 하나”라고 귀띔했을 뿐이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공보단이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도 못하고 능력도 별로 없다”고 전했다.
그러니까 네거티브 대응은 공식·비공식적으로는 공보단에서 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새누리당의 대선기획단 내 공보단을 들여다보자. 김병호 공보단장, 박대출 김태흠 홍지만 서용교 의원, 정성근(경기 파주갑) 김석진(인천 남동을) 박선규(서울 영등포갑) 정준길(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과 백기승 전 대우그룹 홍보이사 등 10명이 그들인데, 새누리당은 추가로 전광삼 당 수석부대변인, 최수영 전직 기자, 현명철 같은 사람을 포함시켰다. 취재 기자들 사이에서 “방송 3사 대응팀이지 이게 무슨 공보단이냐”는 말이 나왔고 당이 부랴부랴 신문 출신을 채우면서 구색을 갖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정성근 위원장은 KBS 기자를 거쳐 SBS 앵커를 지냈고, 김석진 위원장은 MBC, OBS, 연합뉴스TV 등을 거쳤으며, 박선규 위원장도 KBS 출신이다. 공보단장인 김병호 의원도 KBS 출신이다. 당연히 기자들 사이에서는 박 후보가 “방송만 오로지 중용한다”는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기자들과 친하다는 국회의원 4명에다, 방송사 출신의 국회의원급 당협위원장들이 “뭘 안다고 공보 업무를 하겠냐”는 불만이 캠프 안에서 계속 터져 나온 것이다.
그래서 서울신문 출신 전광삼, 강원일보 출신 최수영 수석부대변인 등이 영입됐다고 한다. 하지만 캠프 내에서도 공보기능은 언론사 출신이 아니라 언론을 상대해 온 인사들이 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서 대기업 홍보맨 출신인 백기승 씨만이 유일하게 공보위원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보위원은 이에 대해 “김병호 의원은 언론계에서 떠난 지 너무 오래된 사람이고, 나머지도 각 사에서는 물론 언론계에서도 그렇게 힘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솔직히 기사 분석에는 뛰어나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보자는 대안 제시나, 이런 검증이나 네거티브에는 이렇게 가자는 사안별 대응 시나리오 예측에는 전혀 힘을 못 쓰고 있다. 노회한 것이지”라고 말했다.
박 후보 캠프에서 특정 매체 기자들만 챙기면서 ‘기자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공보단의 협소성에 있다. 특히 지난 20일 박 후보가 대선 후보로 확정된 전당대회에서 기자회견이 진행됐는데 특정 기자에게만 질문 기회가 주어지면서 박 후보를 전담 마크하는 마크맨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크다. 부장단, 반장단, 마크맨들과의 기자간담회나 지역기자 간담회에서도 박 후보 앞, 옆에 누굴 앉히느냐를 두고 계속 구설에 오르고 있다.
박 후보가 야권의 네거티브나 언론의 검증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는 사실도 네거티브 대응팀이 없다 내지는 역할이 있더라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을 방증한다. 캠프 한 관계자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패한 뒤 절치부심했던 박 후보가 5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네거티브 각 사안별 ‘맞춤형 대응 시나리오’가 없다고 귀띔했다.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는데도 무방비 상태로 대선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전언이다.
정수장학회, 육영재단, 역사관, 최태민 목사와의 관계, 출산설, 방북 당시 성 접대설 등등 박 후보를 향한 네거티브는 무궁무진하게 이어져오고 있지만 이런 현안이 터질 때마다 새누리당이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도 대응 매뉴얼이 없기 때문이란 것이다.
지난 10일, 박 후보는 MBC 라디오 프로그램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인혁당 사건에 대해 “대법원의 두 가지 판결을 모두 존중한다. 역사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답했다. 캠프 관계자에 따르면 이 질문은 박 후보가 MBC로부터 사전에 받은 질문지 내용에 포함돼 있었다. 이미 5ㆍ16이나 유신에 대한 박 후보의 입장이 나오면서 “역사관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번 인혁당 사건에 대해서도 박 후보는 역사 운운하며 국민적 판단이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반복했다.
캠프 한 관계자는 “결국 공보단이든 뭣이든 박 후보에게 직언을 하든, 충언을 하든, 둘러말하든 현실을 제대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 아니겠냐”며 “최종판단은 박 후보가 하는 것이지만 이런 식으로는 일하기가 정말 어렵다. 버겁다”고 말했다. 캠프에서는 그동안 박 후보의 5ㆍ16이나 유신에 대한 대답 뒤에 나온 모든 보도를 분석해 박 후보에게 ‘페이퍼’로 보고했다. 하지만 이 페이퍼가 박 후보에게 갔는지 여부는 전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다 인혁당 발언이 터졌고, 급기야 12일에는 인혁당 사건 유족들이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이 모습을 본 한 당 관계자는 “이럴 때 박 후보가 짠 하고 나타나 유족들과 만나고 이야기하는 모습이 필요한데 도대체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캠프나 대선기획단은 도대체 뭘 기획하고 대응하고 있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인혁당 유족들의 기자회견은 당일 오전 새누리당에 보고됐다고 하는데 어떠한 대응도 지시도 없었다는 것이다.
박 후보 측이 언론보도에 대한 사전 스크린제를 네거티브 대응팀에 지시했다는 말도 회자된다. 사전 스크린제는 기자들이 어떤 내용을 취재하고 있는지, 필요하다면 익일 기사를 확보할 수 있는지에서부터 톤(tone)을 다운(down)시켜야 할 사안이라면 각 언론사에 압력을 가하거나, 로비를 해서라도 빼야 할 기사는 어떻게든 빼고 대체할 수 있는 기사를 제공하는 것의 모든 행위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사전 스크린제는 시행 중이다. 다만 공보단뿐만 아니라 캠프 내 모든 실무진, 국회의원 등 전 방위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떠돌던 이야기와 다른 내용일 뿐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지난 10일 박 후보의 인혁당 발언이 나오자 캠프에서는 박 후보를 취재하는 친박계 마크맨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박 후보의 답변이 어땠냐는 개인적인 질문에서부터 어떤 식으로 기사를 쓸 것이냐, 어떤 지시가 내려왔느냐까지 개인적 친분관계로 물을 수 있는 모든 질문을 했다. 하지만 대부분 반응이 “역사관에 문제가 있다” “대법원 판결은 2007년 최종판결이 있고 여기서 무죄가 나왔기 때문에 박 후보의 답변은 경솔했다” “유족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다” 등등이었고 이마저도 서면 보고됐다.
한 공보위원은 “선거 때가 되면 전 지역에서 괴소문, 첩보, 제보 등이 쏟아지는데 눈코 뜰 새가 없다. 하지만 이런 제보가 한 곳으로 쏠리다보니 네거티브 대응팀이나 검증팀이 실체가 있는 것으로 오인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선우완 언론인
모든 제보는 그곳으로…
▲ 김회선 의원 |
특히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가 정권재창출에 대한 큰 뜻에 동의한 만큼 박 후보 측에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사정기관의 도움을 받아 야권의 네거티브에 대응하고 또 상대 진영이 꼭 검증받아야 할 사안을 수집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박 후보 측이 사정기관의 고급 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면 백전백승 아니겠다는 이야기는 그래서 나온다.
겉으로 드러나 있진 않지만 박 후보 측의 네거티브 대응은 김회선 새누리당 의원이 실무를 맡고 있다는 데에는 대부분이 동의한다. 김 의원은 그동안 네거티브 대응팀 이야기만 나오면 실질적인 리더 역할을 맡고 있다고 거론된 인물이다. 그 전에는 박 후보의 법률자문을 맡아왔던 김재원 의원이 거론됐는데 그는 지난 경선 때부터 공식적인 일에서 배제되고 있다.
김회선 의원은 4·11총선 때 새누리당의 텃밭 중 텃밭인 서울 서초갑에 공천된 만큼 “맡겨야 할 역할이 많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가 서울서부지검장을 거쳐 국정원 2차장까지 역임한 정보통이며 서울대 법대를 거쳐 10기 사법연수원을 수석으로 수료한 엘리트라는 점은 눈여겨 볼 만하다. 법조타운이 있는 서초에 공천된 것도 우연만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당은 공식적으로 김 의원에게 어떤 역할도 맡기지 않았다. 그 스스로도 네거티브 대응에 대해서는 어떤 말도 않고 있다. 다만 그가 국정원 출신이고, 또 국정원 출신 이철우 의원이 원내대변인인 만큼 정보기관 출신으로서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 것이란 관측만 무성하다.
특히 이정현 최고위원의 보좌관인 Y 씨가 이번 19대 국회에서 김회선 의원실로 간 것도 모든 제보가 김 의원실에 몰리고 있다는 이야기에 무게를 싣는다. Y 씨는 사무총장을 지낸 권영세 전 의원을 보좌한 적도 있다. 기자들 사이에서 Y 씨는 정국 해석과 예측에 능하고 각종 음모론에 대한 분석력까지 겸하고 있다고 한다. 김회선 의원이 각종 네거티브에 대한 법률적 분석을 한다면 Y 씨는 이에 대한 앞으로의 예측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팀이 가동되고 있다는 것은 김회선 의원이 가동하는 그의 네트워크와 Y 씨가 필요할 때마다 자문하는 그만의 네트워크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인데 현 정부의 사정 컨트롤이 이들을 물밑지원하고 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