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후보가 2002년 자택을 공개한 모습과 자택 전경. 일요신문 DB |
▲ 2007년 팬클럽 박사모 회원들을 초청해 생일잔치를 했다. 일요신문 DB |
▲ 자택 전경. 일요신문 DB |
2007년팬클럽인 박사모 회원들을 초청한 이후 5년 만에 진행되는 이번 자택공개는 대선을 100일도 남겨두고 있지 않은 현재 그 의미가 남다르다는 의견이 많다. 즉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떨어지는 젊은층을 공략해 통합과 소통 이미지를 굳히기 위한 전략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7월 10일 대선 출마선언 후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 참배 및 김영삼 전 대통령, 이희호 권양숙 여사 예방, 전태일 재단 방문 등 광폭행보를 거듭하고 있는 것의 연장선상으로 봐야 하며, 특히 ‘국민대통합’이라는 슬로건에 부합하기 위한 의지의 표명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 친박계 인사는 “자택공개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박 후보로서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남은 기간 동안 반감층 및 취약층에게 더 깊숙이 들어가는 전략을 펴야 한다. 자택 공개 얘기가 나간 후 인터넷에서 ‘나도 근혜 누나네 집 가보고 싶다’는 등 여러가지 반응이 나오는 것을 보고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의견이 엇갈렸다.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안하는 것보단 낫다. 하지만 1회성 이벤트로 여겨질 수 있으며 반짝효과 이상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것만으로 권위적·불통의 이미지를 단박에 바꾸거나 전체적인 약점을 커버하기는 어렵다. 박 후보의 가장 큰 문제는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안철수 원장이 콘텐츠로 어필한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편적인 이벤트보다는 다양한 콘텐츠로 자기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정치평론가 유창선 박사도 실질적인 내용이 담긴 콘텐츠 개발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유 박사는 “그간 박 후보의 여러 행보에도 불구하고 젊은층 지지율에는 큰 변동이 없었다. 자택 공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을 아우를 수 있는 콘텐츠를 대선 때까지 얼마나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느냐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박 후보는 반값등록금 대학생 토론회와 홍대 앞 서울 프린지페스티벌 등에 참가하면서 젊은층 공략에 나섰지만 아직까지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불통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껄끄럽고 불편하겠지만 국민들은 그 노력을 가상히 여긴다. ‘적진’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스킨십 시도조차 않는다면 박 후보의 통합론도 설득력을 잃게 된다”고 조언했다. 문제는 박 후보의 행보가 제대로 먹히기 위해서는 전제되어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이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문재인 후보의 공수부대 이벤트처럼 일시적 반향으로 그치지 않을까 싶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젊은 유권자들의 마음은 너무 확고히 돌아선 상황이다. 반짝 이벤트 대신 역사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진정어린 반성이 토대로 될 때 이들의 마음이 열릴 것이다”고 지적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박 후보의 파격적 정책성 행보만으로는 표심을 잡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실장은 “자택 공개는 개방성이 부족한 부분을 어느 정도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2040은 바른 역사에 대한 인식이 강하다는 점이다. 박 후보가 옳다고 생각하는 역사인식을 밀어붙이고 그것이 젊은층과 충돌하면 아무리 적극적인 정책행보를 펼친다해도 효과는 반감될 것이다”고 조언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진정성 있는 소통의 노력을 관건으로 꼽았다. 이 대표는 “얼마 전 손석희 씨가 진행하는 아침방송에서 박 후보의 과거사 발언은 참모진들과의 신중한 조율을 거치지 않은 채 본인 생각을 말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인혁당 사건에 대한 발언 등으로 젊은층들의 반감이 커져 있는데 자택만 공개한다 해서 문제가 해결되겠나”는 의견을 보였다.
하지만 심리학적 측면에서 볼 때 박 후보의 자택 공개는 의외의 파급력이 있을 수 있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비록 ‘쇼’라는 비판을 받더라도 대중의 관심은 끌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심리학 전문가들은 자택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는 것이 냉정한 정치판에서 한 발짝 물러나 박 후보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키고 국민들의 감성적인 면에 호소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 심리학 교수는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지만 그렇게 여겨지지 않게 만드는 것이 포인트다. 박 후보의 집은 여느 대선후보의 집과는 의미가 많이 다르다. 대통령의 딸, 과거로 말하면 공주의 집 이미지가 강하다. 특히 평생 독신으로 살아왔다는 점에서 사생활 공개는 그 의미가 각별하다. 박 후보가 어떻게 해놓고 사는지는 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국민들이 궁금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박 후보가 집을 공개하면 다른 정치인들보다 훨씬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소통 의지를 제대로 어필할 수 있고, 특히 정치적 의도가 무엇이든 사람들은 박 후보의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심리학자는 “박 후보 측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여러분, 나도 이렇게 살아요. 별거 없죠?’ ‘나도 특별할 것 없는 보통사람이에요’ 이거다. 방석이나 커피잔 등 소소한 소품 하나도 화제가 되지 않겠나. 특히 젊은층을 상대로 한 이벤트는 빨리, 넓게 퍼지는데 박 후보 측에서는 이를 노릴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 이미지 컨설턴트는 “다녀온 사람들로부터 ‘의외로 수수하던데?’ ‘박근혜도 우리와 별반 다를 거 없더라’ 그런 얘기가 회자되면 박 후보로서는 최대 성과를 거둔 것이다. 여기에 평생 결혼도 하지 않고 혼자 살아온 것까지 부각되면 목표는 달성한 것이다. 정치인을 떠나 한 여인으로서 박 후보의 삶을 생각하게 만들고 한편으로는 인간적인 연민도 느끼게 할 수 있다. ‘혼자 사는 분이라 그런지 쓸쓸한 느낌도 나더라’는 얘기까지 나오면 대성공이다. 아주 잠깐이라할지라도 본인이 사는 집을 보여주는 것은 상대에게 직접 살을 맞대는 스킨십 이상의 친근한 효과를 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
“본 적 없어”…가깝고도 먼 이웃
인근 중·고등학생들도 ‘호기심’에 박 후보의 집 앞에 가본 적이 있다고 했다. 한 고등학생은 “직접 보고 싶어서 친구들과 집 앞에서 서성였더니 어떤 아저씨들이 나와서 쫓아냈다”고 전했다. 초등학생들에게도 박 후보는 유명인사였다. 박 후보의 자택 뒤편에 있는 초등학교 학생들이 하도 초인종을 누르고 도망가는 바람에 아예 초인종을 없애버렸다는 얘기가 이해가 됐다.
하지만 박 후보를 직접 봤다는 이들은 없었다. 자택이 한적한 골목에 위치해있는 데다가 항상 차량으로 이동하기 때문인 듯했다. 이 동네에 30년 이상 거주했다는 한 주민은 “에쿠스가 들어가면 ‘퇴근하나보다’, 방에 불 켜진 것을 보면 ‘집에 계시나보다’ 집 근처에 사람들이 몰리면 ‘특별한 일정이 있나보다’라고 생각할 뿐이다. 자택 안팎으로 CCTV도 워낙 많아 얼쩡거리기도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삼릉초등학교의 한 학부모는 “2006년 피습사건 이후 신변의 위협을 항시 느끼는 것 같다. 부모도 총격으로 잃은 데다가 본인도 몇 차례 신변의 위협을 당했으니 동네에서도 모습을 노출하지 않는 것이 이해도 된다”고 말했다. 주민들에게 박 후보는 가깝고도 먼, 이웃 아닌 이웃인 듯했다.
부자동네 이미지에 대해서는 모두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동 토박이로 경기고등학교를 나온 30대 후반 남성은 “지금은 신축아파트가 들어서고 많이 개발됐지만 원래 이 지역은 고급주택이 밀집한 삼성1동과 비교해볼 때 부자동네는 아니었다”고 전했다. 소형 평수의 아파트와 연립빌라, 오래된 주택밀집지역으로 박 후보의 집 역시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주택이라는 것이다. [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