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후원 논란 걸림돌 안돼…검찰 압수수색 남발 문제 공감 눈길
앞서 김명수 전 대법원장 후임으로 지명됐던 이균용 서울고등법원 판사는 35년 만에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불명예 기록을 남겼던 상황이다. 이미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정치·법조계에서 ‘통과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결격 사유가 크게 부각되지 않은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두 번 연속 대법원장 후보자 낙마는 부담스러웠다는 관측이다.
특히 예산안을 처리하기 위해 여야가 2+2 협의체를 가동하는 등 대화를 시도 중인 점도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의 본회의 표결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결정적 흠결 없어
조희대 대법원장 인사청문회특별위원회는 12월 5일 오전 10시부터 국회 제3회의장에서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했다. 5~6일 이틀간 진행됐는데, 이는 11월 8일 후보자로 지명된 후 27일 만이었다.
경북 경주 출신으로 경북고와 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한 조 후보자는 23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3기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이후, 법원 내 엘리트로 평가받는 보직을 다 거쳤다. 서울형사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서울고등법원 판사, 대구지방법원장을 거쳐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4년 대법관에 임명됐다. 2020년 대법관 임기 종료 후에는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취임했다.
대법관 임명 당시 이미 한 차례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적이 있었던 조 후보자. 지난 2014년 양승태 전 대법원장으로부터 대법관 지명을 받은 뒤 인사청문회에서 병역회피, 위장전입, 탈세 등의 결정적 흠결이 드러나지 않았다.
이번 청문회도 유사했다. 후보자의 성향, 주요사건 판결 위주의 질의가 진행됐다. 조 후보자는 서울중앙지법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사건을 합의부에 배당한 것을 두고는 “합의부에서 신중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특별한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원칙적으로 답했고, 국회의 탄핵소추에 대해서는 “정치적 쟁점인 사안에 대해 개인적 견해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여당 소속인 최재형 의원이 2021년 서울 종로에 국민의힘 소속 후보로 출마했을 때 100만 원을 후원한 것 역시 논란은 됐지만, 이에 대해서는 “대학 및 연수원 시절부터 오랜 친우인 최 의원이 당시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하자, 순수하게 응원하는 마음으로 1회 100만 원을 후원한 것”이라고 답했다. 딸과 사위가 대형 로펌인 법무법인 지평에 근무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그런 사건이 온다면 당연히 대법관님들께 의견 묻고 회피하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여야 각종 질의에 ‘사법부 지킬 것’ 소신
청문회에서 조희대 후보자를 향해 각종 질의가 쏟아졌지만, 조 후보자는 ‘원칙을 지키는 판사’라는 평가답게 신중한 답을 내놓은 것도 주목할 부분이었다.
그는 정치권이 특정 판결을 놓고 대법원을 공격하는 것과 관련해 “확정판결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며 “도를 넘는 비난은 삼가달라”고 답했고, 검찰의 경기도청 압수수색을 거론하며 압수수색 남발을 지적하는 서영교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조서의 증거능력이 제약돼 압수수색 필요성이 증대됐지만 압수수색이 늘어나다 보니 문제점도 드러났다”며 문제의식에 공감했다.
특히 민주당의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대면심리제도 도입 필요성 주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는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이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사건 관계인을 심문하는 내용의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으나 검찰을 포함한 수사기관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던 내용이다.
조희대 후보자는 “아무나 부르게 되면 수사의 밀행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법원에서도 검사가 신청한 참고인만 부르는 쪽으로 (개정안을) 바꿀 필요도 있지 않나 검토하는 것 같다”며 압수수색 영장 발부에 대한 견제 필요성도 언급했다.
#보수보다는 원칙주의자
조 후보자는 여야 합의로 임명 동의안이 채택돼 국회 본회의 표결도 무난히 통과했다. 조 후보자가 대법관이 되기 전까지의 삶은 이미 한 차례 청문회에서 검증이 됐고, 대법관 및 퇴임 후 역시 논란이 크게 없었다. 민주당 내에서도 ‘결격 사유가 크게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조 후보자는 대법관 시절 해외연수도 가지 않고, 주말에도 출근해 기록을 보며 재판에 매진했다고 한다. 또, 퇴임 후에도 대형 로펌행을 택하지 않고 성균관대 로스쿨 석좌교수를 지내며 후학을 양성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12월 8일 “사법부 내 깊은 신망을 받는 조희대 전 대법관이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고 성명을 냈다.
조 후보자를 잘 아는 법조인은 “보수 성향이라고 분류되지만 이는 법을 판례를 중심으로 원칙적으로 접근해 적용하다 보니 나온 평가일 뿐, 보수보다는 원칙주의자라고 보는 게 맞다”며 “큰 결격 사유가 없기 때문에 국회 청문회 통과는 걱정하지 않았지만 진짜 문제는 사법 행정 경험이 부족해 취임 후 얼마나 사법부를 휘어잡을 수 있을 것인지 여부”라고 내다봤다.
대통령실과 가까운 한 법조인은 “대법원장 인사는 ‘공백을 막아야만 한다’는 판단 하에 법조계 내 신망이 두터운 조 후보자를 낙점 했지만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전 고검장)이 방송통신위원장 후임으로 임명되면 윤 대통령의 ‘친한 법조인 중용’이 다시 문제가 되지 않겠냐”며 “이번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와 다르게, 앞으로 대법관, 헌재 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마다 여야가 강하게 부딪히는 그림이 계속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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