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GD 논란 시작된 ‘회원제’ 업소 연말 성업…재벌가 등 단골 줄어 업계선 위기감
구속된 A 실장이 일하던 유흥업소는 사실 하나의 업소가 아니다. 하나의 간판을 공유하는 하나의 매장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여러 개의 사업장이 모여 있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여성 실장, 다시 말해 마담들이 해당 유흥업소의 룸을 몇 개씩 임대해 각자의 방식으로 운영하는 유흥업소였다. 따라서 구속된 여성 실장 A 씨가 운영하던 사업장은 폐업한 상태이고 같은 유흥업소에서 다른 룸을 임대해 영업하던 여성 실장들의 사업장은 다른 유흥업소로 자리를 옮겨 룸을 임대해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따라서 해당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이들이 다른 업소에서 다시 영업 중이긴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A 실장의 사업장과는 무관한 곳이다.
언론에서 해당 업소가 1%, 0.1% 등으로 소개되기도 했지만 그런 시스템은 아니다. 기존 텐프로와 유사한 형태인데 여성 실장이 평소 아는 고객들에게만 예약을 받아서 운영된다. 다시 말해 가고 싶다고 아무나 갈 수는 없다. 게다가 수백만 원은 기본, 1000만 원이 넘는 술값이 나오기도 하는 고가의 업소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유흥업소들의 영업 제한도 완화됐다. 그러면서 이런 형태의 업소가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특히 이선균의 불법 마약 투약 논란 이후 더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렇다고 마약을 위해 그런 유흥업소를 찾는 것은 아니다. 이런 형태의 유흥업소가 대세라고 알려지면서 비슷한 곳에서라도 술자리를 갖고 싶어 하는 수요가 급증한 것. 대부분의 수요는 접대를 받는 쪽이고 예약은 접대를 하는 쪽에서 진행한다. 사업 목적 등으로 평소 접대를 많이 하는 이들은 당연히 유흥업계 인맥이 탄탄해 예약 문의가 가능하다. 다만 요즘 워낙 문의가 많아 예약이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예약에 성공하는 이들이 접대맨으로서 능력을 인정받는 분위기라고 한다.
그렇게 유흥업소발 마약 사건이 오히려 유흥업계 대목인 연말을 앞두고 호황을 만들어줬다. 그렇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는 게 유흥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번에 어마어마한 매출을 올려 주는 단골손님들은 대거 발길을 끊었기 때문이다. 강남의 한 룸살롱 업주는 “기본적으로 텐프로라 기본적인 주대와 아가씨(접대여성) TC 등이 비싼 편이기는 하지만 연예인이나 재계 인사 등 고급 단골손님이 오면 나가는 양주 자체가 레벨이 달라지고 아가씨들도 초 A급이 들어가고 순환 없이 묶어두는 방식이라 일반 손님 몇 배의 매출이 가능하다”면서 “일반 손님 두세 명이 와서 놀다 가면 기본 300만~400만 원 정도의 매출이 오르지만 고급 단골손님이 오면 매출이 1000만 원부터 시작된다. 그러다 보니 요즘 더 바빠지기만 했을 뿐 전체 매출은 줄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스타급 연예인보다 더 각광받는 손님은 재계 인사들이다. A 실장도 고급 단골손님 가운데 재계 인사가 많았다고 한다. 재벌가 인사도 포함돼 있는데 그는 경찰 수사 소식이 알려지기 직전까지 A 실장의 업소를 찾았을 정도라고 한다.
사건 초기 A 실장의 단골들도 경찰 내사 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유흥업계에서는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이런 형태의 텐프로 업소들의 상황을 잘 아는 한 강남의 유흥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니지만 A 실장이 이선균 씨를 속여 마약을 먹인 게 발단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연예인을 대상으로나 가능한 일이지 재벌가 등 재계 VIP들한테 그런 짓을 할 마담은 없다. 그러다 이 바닥에서 아예 퇴출될 수도 있는 데다 재계 VIP들은 굳이 그러지 않아도 엄청난 매출을 올려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흥업계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재계 인사들이 발길을 끊는 상황을 가장 우려했다. 아무래도 가장 큰손들이기 때문이다. 더욱 결정적인 이유는 단순히 업소를 찾아 술자리를 갖고 엄청난 매출을 올려주는 게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의 유흥업계 관계자는 “재벌가 등 재계 인사들이 텐프로 등 유흥업소를 찾아 매출을 크게 올려주기도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종종 있다”면서 “재계 인사들이 별도의 은밀한 행사를 할 때 연줄이 있는 마담들을 통해 접대여성들을 부르는 일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엄청난 대가를 받는다”고 설명한다.
마담 입장에서는 접대여성 관리를 위해서도 재계 인사나 연예인 등 유명 인사와의 인맥이 중요하다. 텐프로 등 고급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접대여성은 기본적으로 2차가 없고 술자리에서의 신체 접촉도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일반 룸살롱 등의 유흥업소에 비해 TC가 비싸긴 하지만 2차가 없으면 수입은 적을 수밖에 없다. 대신 단골손님과의 인연을 맺어 자신의 스폰서를 만들어 더 많은 수입을 올리려는 접대여성들이 많은 것. 이런 까닭에 좋은 단골손님들을 확보한 마담 밑에서 일하려고 하는 접대여성들이 많다.
마담 입장에서는 좋은 접대여성, 다시 말해 초 A급 접대여성을 많이 확보해야 매상이 오르고 좋은 단골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보면 재계 인사나 연예인 등 유명 인사들을 확보해야 초 A급 접대여성의 확보와 관리가 용이해진다. 이 두 개의 축 가운데 하나가 무너지면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그런데 유흥업소발 마약사건이 불거지면서 재계 인사나 연예인 등이 발길을 끊고 있다. 물론 한시적인 상황일 수도 있겠지만 유흥업계 입장에서는 엄청난 위기 상황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사실이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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