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혁당 발언’으로 곤욕을 치루고 있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또 다시 대형악재를 만났다. 최측근 홍사덕 전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1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중소기업 대표 진 아무개 씨와 홍 전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홍 전 의원은 4‧11 총선 직전이던 지난 3월 자신의 종로구 선거 사무소에서 진 씨로부터 50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홍 전 의원은 지난해 초석과 올 설 명절에도 각각 5000만 원을 받았다고 한다.
선관위 고발 소식에 새누리당과 친박 진영은 발칵 뒤집혔다. 현영희 의원의 공천헌금 의혹 사건은 ‘새발의 피’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그만큼 홍 전 의원이 갖고 있는 정치적 중량감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6선인 홍 전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비록 낙선했지만 박근혜 후보의 두둑한 신뢰를 바탕으로 여전히 당의 핵심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홍 전 의원은 새누리당 경선에서 박 후보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선관위가 제기한 홍 전 의원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박 후보의 대권 행보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되는 대목이다.
일단 새누리당은 신중한 입장이다. 검찰 수사가 이제 막 시작된 만큼 그 결과를 지켜보자는 것이다. 이상일 대변인은 “홍 전 위원장 본인이 금품수수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상황이고 선관위 고발 내용에 대한 사실관계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홍 전 의원은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홍 전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3월에 진 씨를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돈 거래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다. 대선을 앞두고 왜 이런 일로 말을 만들어내는지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홍 전 의원은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9월 18일 전격 탈당했다.
그러나 선관위 측은 사건 제보자로부터 진 씨가 홍 전 의원에게 건넨 돈다발 사진을 비롯해 둘 사이의 대화 녹취 및 문자메시지 등 관련 증거들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관계자 역시 “추가 확인은 해봐야겠지만 혐의 입증엔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 선관위가 조사를 열심히 한 것 같다. 조만간 관련자들을 소환할 것”이라고 전했다. 친박 의원들 사이에서도 “선관위가 섣불리 여권의 거물 정치인을 검찰에 고발했겠느냐”며 “홍 전 의원 해명을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은 대권주자인 박 후보에게까지 불똥이 튈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친박 핵심 홍 전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에 연루될 경우 정치쇄신을 줄곧 외쳐왔던 박 후보의 이미지에도 흠집이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박 후보의 폐쇄적인 측근 기용도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박 후보가 초반에 강경 대응책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홍 전 의원이 선관위 발표 다음날인 18일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전격 탈당한 것도 박 후보 의중이 반영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당 일각에선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박 후보가 직접 유감 표명을 하거나 측근 비리 척결을 공언해 온 정치쇄신특별위원회(위원장 안대희)가 홍 전 의원을 직접 조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