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수사 실적 내며 특수통으로 유명세…문재인 정부 때 좌천, 윤석열 정부 들어 화려하게 부활
#음악 좋아하는 ‘인싸’
한동훈 위원장은 1973년 4월 9일 춘천시에서 태어났다. 본관은 충청북도 청주다. 부친은 글로벌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한국법인 대표를 지낸 고 한명수 씨다. 부인은 김앤장법률사무소 진은정 변호사. 서울대 법대 선후배인 둘은 캠퍼스 커플이었다. 장인은 진형구 전 대전고검 검사장이다.
한 위원장은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본관인 충북 청주에서 살았다. 5학년에 올라갈 때 서울 강남으로 왔다. 이후 현대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한 위원장은 학창시절 줄곧 상위권 성적을 받으며 학업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반장을 도맡아 했다. 학교에서 이른바 ‘인싸’ 학생이었던 셈이다. 현대고에 진학해서도 전교 1~3등을 차지해 학교 ‘빌보드(전교 등수 10등까지의 학생 이름과 점수를 적어 붙이는 벽보)’에 늘 이름이 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은 1992년 서울대학교에 입학했다. 당시 서울대 법대는 2학년 때 사법학과와 공법학과로 전공이 분리된다. 사법학과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많아 학생들 사이에서는 사법학과가 우열반으로 인식됐다. 이때 한 위원장은 공법학과에 진학했다.
서울대 재학 중이던 1995년 제37회 사법시험에서 합격했다. 만 22세의 나이로 소년급제였다. 사법연수원을 마친 뒤에는 공군 제18전투 비행단에서 군법무관으로 3년간 복무했고, 2001년 서울지방검찰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2004년에는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에서 2년간 유학했고,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을 따고 귀국했다. 이후 한 위원장은 대검찰청, 법무부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한 위원장은 술을 마시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체질상 술이 몸에 맞지 않아 술자리에서 탄산음료를 마신다고 한다. 대학 동창들과 술집이 아닌 카페에서 주로 모임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배 검사들이 술자리에 불러도 술을 먹지 못한다며 참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2022년 6월 24일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검사 시절 윤 대통령이 회식하자고 제안해도 한 위원장은 ‘전 빠집니다’라며 거절하기 일쑤였다.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의 강단 있는 모습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취미는 음악 감상이다. 비틀스, 지미 헨드릭스, 레드 제플린 등 록 음악과 재즈 마니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플루트와 기타 연주에도 관심이 많다. 서울대 재학 시절 오케스트라 동아리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특수통으로 승승장구
한 위원장은 ‘특수통’ 검사로 경력을 쌓았다. 특수통은 특별수사부(현 반부패수사부)에서 활동한 검사를 지칭하는 말이다. 아무나 특수통으로 불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수부에서 성과를 내야 특수통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한 위원장은 굵직한 수사에서 실적을 내며 검찰 내부에서 ‘칼잡이’로 인정받았다. 2003년 검찰 핵심부서로 꼽히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로 발령됐다. 이때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일했다. 이 시기 두 사람은 최태원 회장을 구속한 SK그룹 분식회계 사건, 정몽구 회장 구속으로 이어진 현대차 비자금 사건 등의 수사를 함께했다. 2007년에는 부산지방검찰청 특수부 수석검사로 재직하며 뇌물수수 혐의를 받은 전군표 당시 국세청장을 구속기소 했다.
한 위원장은 2009년 1월부터 법무부 상사법무과에서 근무했고 같은 해 8월 서울서부지방검찰청으로 전보됐다. 이때 이명박 정부 민정수석실 민정2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임명됐다. 선임행정관직은 2010년까지 맡았다. 2013년에는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에 임명됐다. 이 직책을 거친 검사는 대부분 고위직으로 승진했다.
2015년 2월에는 새로 만들어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세조사부 초대 부장으로 발령됐다. 이 부서에서 불공정거래, 담합 등 공정거래법과 관련된 수사를 담당했다. 한 위원장은 SK건설 입찰 담합 의혹, 신세계 횡령 및 비자금 수사, 동부그룹 비자금 조성 등을 수사했다. 이때부터 한 위원장은 ‘대기업 저승사자’로 불리기 시작했다.
한 위원장은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을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특검팀)에 합류했다. 이때 한 위원장이 특검팀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히는 이재용 삼성 부회장 구속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한 위원장은 재계 1~3위 그룹(삼성, 현대차, SK)의 총수를 모두 구속한 경력을 가지게 됐다.
이처럼 강남 8학군-서울대 법대-소년급제 등 좋은 조건을 가졌고, 뛰어난 수사 능력을 보인 한 위원장을 자기 라인으로 끌어들이려는 선배 검사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한 위원장은 권력층이나 기업과 결탁한 검사들을 싫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검찰 내에선 한 위원장을 향해 반골 기질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예외였다. 권위적이지 않고 수사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은 공공연히 윤 대통령과의 친분을 자랑했다고 알려져 있다.
#좌천에서 법무부 장관까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승승장구했다. 2019년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이 됐고, 한 위원장은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자리에 올랐다. 문 정부와의 밀월관계는 오래가지 않았다. 한 위원장은 문 정부 초대 정무수석을 지낸 전병헌 전 의원을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하려다 문 정부와 갈등을 빚었다.
이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두고 완전히 척을 지게 됐다.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도 조 전 장관 수사를 두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빚었다. 그러다 직에서 물러났다. 윤 대통령 측근인 한 위원장도 부침을 겪었다. 2020년 1월 부산고등검찰청 차장검사로 좌천됐다.
그로부터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이른바 ‘검언유착’ 논란에 휘말렸다. 이 사건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한 위원장과 공모해 수감 중이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의 비위 정보를 제공하라고 강요했다는 의혹을 말한다. 이동재 기자는 지난 1월 해당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한 위원장은 2021년 2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좌천성 인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윤 총장이나 저나 눈 한번 질끈 감고 조국 수사 덮었다면 계속 꽃길이었을 겁니다. 권력의 속성상 그 수사로 제 검사 경력도 끝날 거라는 거 모르지 않았습니다. 그 사건 하나 덮어 버리는 게 개인이나 검찰의 이익에 맞는, 아주 쉬운 계산 아닌가요. 그렇지만 그냥 할 일이니까 한 겁니다. 직업윤리죠.”
좌천성 인사를 당한 다음에도 윤 대통령과의 관계는 끊어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2020년 2월에 부산고등검찰청 차장검사로 좌천돼 있던 한 위원장을 찾아가 격려했다. 대선후보 시절인 2022년 2월 7일에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A 검사장(한 위원장)에게 이 정권(문 정부)이 한 것을 보라. 이 정권에 피해를 많이 입혀서 (A 검사장이) 중앙지검장 하면 안 되는 것이냐”라며 “A 검사장은 거의 독립운동처럼 (수사를) 해 온 사람”이라고 말했다.
2022년 20대 대선에서 윤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한 위원장은 반전의 계기를 맞이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있던 한 위원장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수사와 재판 같은 법 집행 분야뿐 아니라 법무 행정, 검찰에서의 여러 가지 기획 업무 등을 통해 법무 행정을 담당할 최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취임 후 더불어민주당과 대립각을 세웠다. 민주당이 추진한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 사안을 두고 인사청문회에서부터 민주당과 한 위원장은 충돌했다. 이런 모습을 본 보수 진영에선 한 위원장을 향해 열광했다. 한 위원장을 차기 주자로 거론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이러한 인기를 등에 업고 한 위원장은 마침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전면에 나섰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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