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 입문 12년 만에 정치 고향서 신당 창당…지지자 vs 보수 유튜버 충돌, 경찰 80명 배치
#“모든 정치적 자산 포기”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이준석 전 대표는 “저는 오늘 국민의힘을 탈당한다”며 “동시에 국민의힘에 제가 가지고 있던 모든 정치적 자산을 포기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를 시작한 지 12년째 되는 오늘을 그날로 정해놓고, 지난 몇 달간 많이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을 자신의 정치적 고향이라고 했다. 그는 12년 전인 2011년 12월 27일 출범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총선에서 상계동이 있는 노원구병에 출마했지만, 세 차례 연속 낙선했다. 그는 “상계동에 출마하겠다는 생각을 버린 적이 없다”며 “(이번 탈당 선언이) ‘마포참숯갈비 선언’이라는 역사로 기록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 전 대표 기자회견은 40분가량 진행됐다. 회견장은 60여 명의 기자, 방송국 카메라, 일부 지지자들로 붐볐다. ‘천하인(천하람·허은아·이기인)’은 보이지 않았다. 기자회견 동안 기자회견장은 철통봉쇄됐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보수 유튜버들이 이 전 대표를 비하하는 소리가 방송국 카메라에 담길 수 있어 출입을 막았다고 전했다.
기자회견장 바깥은 소란스러웠다. 이 전 대표의 지지자들과 보수 유튜버들이 고함을 치며 대치하고 있었다. 약 10명 남짓한 보수 유튜버들은 ‘셀카봉’에 스마트폰을 장착해 현장을 촬영했다. 이들은 이따금 이 전 대표의 성 상납 의혹에 대한 구호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지자인 ‘개혁의 딸’을 비하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날 현장을 찾은 보수 유튜버인 김상진 신자유연대 대표는 일요신문 통화에서 “(이 전 대표가) 당을 분열시키고 분탕질하고 대통령에 대해서 말하는 것 등에 대해서 (불만이 있었다)”며 “그동안 (이 전 대표의) 동선이 파악 안 됐는데 이제 노출이 되니까 한 번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이 전 대표가) 이제 탈당했으니까 별 관심을 안 둘 것”이라며 “(오늘은) 혼자 개인 자격으로 왔다”고 덧붙였다.
지지자들은 김건희 여사를 구속하라고 외치거나 새로운 정치가 필요하다고 소리치며 맞섰다. 지지자들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라는 문구가 적힌 손 팻말을 들고 있었다. 중년 지지자부터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20~30대 여성은 눈에 띄지 않았다.
서울 마포구에서 왔다는 한 중년 지지자는 “우리는 국민의힘 당원”이라며 “(이 전 대표의) 탈당에 대해 좋게 본다. 정도의 길이라고 본다. 새로운 정치를 하니까 거기에 따라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여기 사람들은 따로 조직돼 있거나 지령이 떨어져서 모인 것은 아니다. 손 팻말도 자발적으로 제작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중년 남성도 “우리는 자발적으로 모였다”며 “손팻말도 누가 제작했는지도 모르고 모르는 사람한테서 받았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사인을 받기 위해 왔다는 한 고등학생 지지자는 “집 근처라서 왔다. 기자회견이 있는지 몰랐는데 SNS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경찰은 양측의 충돌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노원구 경찰서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배치된 경찰 인력은 1개 기동대다. 인근 파출소에서도 지원 인력이 나왔다. 총 80여 명의 경찰 인력이 배치됐다. 현장에 투입된 경찰은 특히 집회 신고를 하지 않은 보수 유튜버들을 제지하는 데 신경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보수 유튜버 일부는 이 전 대표의 지지자들과 충돌했다. 김상진 대표가 확성기를 들어 소음 허용 기준인 65dB(데시벨)이 넘는 큰 소리를 내다 경찰관에게 제지당하기도 했다.
#1월 중 창당 마무리
이 전 대표 측은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라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이 전 대표가 기자회견을 마치고 퇴장할 때 기자와 지지자들이 뒤엉켜 혼란이 발생했다. 이 전 대표에게 사인을 받기 위해 현장을 찾은 한 지지자는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이 전 대표의 수행원들은 현장을 정리했다. 앞서의 관계자는 “여기는 빌린 것은 아니고 브레이크 타임 때 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기자회견과 동시에 창당 신청을 했다”며 “1월 중으로 창당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창당 준비 최단 기간을 달성하려고 생각 중”이라고 귀띔했다.
국민의힘은 원론적인 논평을 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 전 대표님은 우리 당에서 오랫동안 당원으로 활동해 오셨다”며 “그동안의 활동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뜻하는 바 이루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
국민의힘, 추경호 재신임 두고 내홍…한지아, “추경호, 계엄 당일 혼선 책임져야”
온라인 기사 ( 2024.12.08 15:03 )
-
'탄핵 불참' 김재섭 지역구서 비판론…서명운동에 항의성 후원금도
온라인 기사 ( 2024.12.09 15:16 )
-
[단독] 충암파에 목줄 잡힌 사령관? 정보사 ‘선관위 상륙작전’ 동원의 비밀
온라인 기사 ( 2024.12.11 17: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