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후보의 무허가 사랑채. 최준필 기자 |
그럼에도 재산과 관련해 불씨가 남아있는 곳은 문 후보가 은퇴 후 살기 위해 마련한 경남 양산시 매곡동 자택이다. 이 집은 문 후보가 신고한 10억 8671만 원의 재산 가운데 토지와 건물을 합해 3억 7000여 만 원을 차지하고 있다. 덕계동에 위치한 한 부동산 업자에 따르면 “시골집의 거래가 워낙 들쑥날쑥하긴 하지만 요즘 양산도 땅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이 정도 규모의 집과 토지를 매입하려면 현금 5억~6억 원 정도는 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문 후보의 자택은 십수 년 경력의 택시기사조차 쉽게 찾지 못하는 깊은 산골짜기였다. 영락없이 시골의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이곳에 최근 외지인의 출입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매곡동의 한 주민은 “주변에 골프장이 많아서 도시 사람들을 많이 보긴 했지만 여기까지 들어오지는 않았는데 최근 기자들을 포함해서 외지인이 자주 보인다”라며 “전보다 불편해진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양산집에는 현재 서울에 머물고 있는 문 후보 부부 대신 딸인 다혜 씨(29)가 남편과 함께 살고 있다. 이들 부부는 이곳에서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면서 남편의 미국 로스쿨 진학을 함께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기자가 찾아간 날, 문 후보 소유의 주차장에는 소형차가 한 대 서 있었지만 건물에는 별다른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 자택의 초인종을 두세 번 눌러보았지만 응답이 없었고 문 후보 가족의 애완견인 ‘마루’만이 잠시 쳐다볼 뿐이었다.
길 건너편에 위치한 ‘문제의 사랑채’는 불법건축물로 규정돼 재산신고에 포함되지 않은 상태로 방치돼 있다. 원 소유주의 측량 실수로 인해 처마 부분이 인근 하천으로 삐져나왔기 때문이다.
사랑채는 하천을 통해서 가까이 접근해 볼 수 있었는데 외관상 보기에 상당히 낡은 모습이었다. 문제가 된 처마는 육안으로는 크게 돌출돼 보이지는 않았다. 양산시청은 총선 직후 사랑채 철거 명령을 내렸지만 문 후보 측에서 행정심판을 제기했고 지난 7월 기각당하자 곧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시 당국과 일종의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양산시청 웅상출장소의 한 관계자는 “(시의 철거 명령과 관련해) 시골에서 행정심판을 내는 경우는 잘 없고 행정소송까지 가는 경우도 처음”이라며 “시에서는 원칙대로 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모르고 있었다면 상관없겠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는데 철거하지 않고 둔다면 또 무슨 말이 나오지 않겠느냐”라고 반문했다.
문 후보 측은 “침범했다는 부분이 1평 남짓이다. 이를 수정해 합법화하려면 건물 전체를 부숴야 하는데 충분히 법적으로 다툴 만한 사안”이라고 전했다.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부산 측은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것 이외에는 말씀드릴 것이 없다”라고 전했다.
사유재산을 둘러싼 시와의 대립은 특별한 일이 아니지만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가 연루된 만큼 시 관계자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양산시청의 또 다른 관계자는 “문 후보 측에서 전부를 다 허물어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가서 보면 문제가 되는 처마 부분만 수정한다면 충분히 양성화 조치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 측에서) 왜 굳이 고집을 부리시는지 모르겠다”라고 전했다.
앞서의 웅상출장소 관계자 역시 “대통령 후보라면 자신의 티끌만한 불법도 과감하게 털고 가야 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 싶다”라고 전했다. 문 후보의 사랑채를 둘러싼 행정소송은 10월 8일 첫 번째 심리가 예정돼 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아들 때문에…’
▲ 안 후보 부친이 운영하던 범천의원. 최준필 기자 |
인근 서면 지역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과 비교해 범내골은 시간이 멈춰있는 듯 낙후된 모습이었고 범천의원 역시 과거의 명성과는 달라졌다고 한다.
범천동 주민이라고 밝힌 한 40대 남성은 “이 동네 사람들이야 범천의원에 관해 다 알고 있지만 그곳에서 특별히 진료를 받거나 한 적은 없었다”라며 “큰아들이 나랏일을 한다고 하니 아버지가 하던 일은 못 하게 된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길 건너편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한 노파 역시 “예전에 몇 번 주사 맞으러 갔었다. 원장님은 계속 운영하고 싶어 했는데 사람들이 자꾸 귀찮게 하니까 닫을 수밖에 없었다”라고 밝혔다.
범천의원은 현재 간판마저 모두 해체한 채 셔터가 굳게 닫혀져 있다. 취재 도중 한 노인이 범천의원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며 건물에 붙여진 폐원안내문을 바라보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 노인은 평소 병원에 자주 왔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안영모) 원장과 이야기도 나누고 그랬지. 내년까지는 하고 싶어 했는데”라고 말했다. 폐원이 원장님의 결정이 아니었냐고 재차 묻자 “건강한데 더 못할 이유가 있느냐”고 밝혔다. 그는 안철수 원장의 대선 출마에 관해서는 “아버지를 닮아 잘할 수 있다”며 가던 길을 재촉했다.
안철수 원장은 범천의원 3층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와 관련해 특별한 기억을 가진 이를 만날 수는 없었다.
근방에서 만난 택시기사 조 아무개 씨는 “아버지가 아들이 정치인이 되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는 거 아니냐. 개인적으로도 안 원장이 아직 젊고 기회가 있으니까 교육자로서 좀 더 활동해 주길 하고 바라는 마음이다. 자칫하다 유진오 박사처럼 되는 거 아닌가 싶다”라고 전했다.
현민 유진오 박사는 소설가이자 고려대에서 법학을 가르쳤던 유명한 교수였다. 대한민국 헌법을 기초한 것을 계기로 정치권과도 두루 인연을 맺었던 그는 1966년 민중당의 제6대 대통령후보 자리에까지 올랐다. 하지만 당시 분위기는 박정희 대통령의 독주를 막기 위해 후보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 대세였기 때문에 유 박사는 통합 대선후보 자리를 윤보선에게 넘겨줬고 윤 후보는 1967년 박정희 대통령에게 패퇴하게 된다. 후보를 양보할 당시 유 박사는 학자 출신으로 현실정치에 어두웠고, 일정한 세력이 없어 대선후보 자리를 넘겨주었다는 점에서 같은 교수 출신이자 ‘무소속’인 안철수 전 원장의 지금 상황과 묘하게 겹치는 부분도 있다.
한편 범천의원이 개원 이후 무료로 진료하거나 반값만 받아왔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과 달랐다. 2000년도 초 국민건강보험법이 적용된 뒤부터는 적정수가대로 금액을 받았던 것이다. 이에 관해 한 지방지 기자는 “아주 오래전에는 무료나 적은 돈만 받고 진료를 해 주기는 했었다고 한다. 안영모 원장이 돈벌이에 나섰다기보다 법을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던 것 같다. 안 원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도 개인적 인연이 있는 보수 성향의 인사로 평가된다”라고 전했다.
인근 H 부동산에서 만난 한 남성은 “범천동의 명물이자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추억할 만한 공간이 사라진 것이 아쉽지만 (안철수 원장 대선 출마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느냐”라고 전했다.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