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 직원이 불법파견 소송 걸자 신고 ‘안전불감증’ 정황…셀트리온 “과태료 납부 후 철저히 관리”
셀트리온 측이 어떤 논리로 1심 판단을 뒤집으려 할지 주목된다. 앞서 셀트리온은 1심에서 사실상 완패했다. 1심 재판부는 셀트리온과 프리죤의 용역 도급계약이 실질적으로 근로자 파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 근로자 파견 기준 5가지를 모두 충족한다고 조목조목 판시했다.
#2019년 7월 소송, 8월 '안전교육'
이런 가운데 셀트리온은 2019년 7월 불법파견 소송이 시작되기 전 4년 넘게 환경부에 프리죤에 대한 유해화학물질 취급 도급 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셀트리온은 2005년부터 프리죤과 용역 도급계약을 체결해 근로자 파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정작 법적으로 필수적인 유해화학물질 취급 도급 신고는 하지 않았다. 1심 판단과 별개로 위장도급 의혹이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유해화학물질 취급 도급 신고 제도는 2015년 1월 1일 시행됐다. 2012~2013년 불산, 염산 등 화학물질 누출 사고가 잇따르며 화학물질관리법이 전면 개정되면서다. 도급 과정에서 화학사고가 빈번히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도급 행위에 대한 관리 필요성이 제기됐다. 유해화학물질 취급 도급 신고를 할 때는 도급 사유 등을 담은 도급계획서와 함께 화학사고 위험성과 예방대책, 개인보호장구 사용계획 등을 담은 안전관리 계획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의약품 공장 생산 시설 방역 작업에는 이소프로필알코올, 과산화수소 등 유해화학물질이 사용돼 사전에 환경부에 신고해야만 도급을 줄 수 있다. 도급 신고를 하지 않으면 1차, 2차 위반 시 경고에 그치지만 3차 위반 시 영업정지 5일, 4차 위반 시 영업정지 1개월 처분이 내려진다. 과태료는 1차 위반 600만 원, 2차 위반 800만 원, 3차 이상 위반 1000만 원이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프리죤 측은 불법파견 소송 직후 2019년 8월 직원들에게 유해화학물질 취급자 안전교육을 이른 시일 안에 받으라고 요구했다. 유해화학물질 취급 도급 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수급인의 안전교육 이수증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셀트리온은 프리죤 직원들이 안전교육을 모두 이수한 뒤에야 유해화학물질 취급 도급 신고를 했다.
도급 신고를 하지 않은 것이 단지 실수라고 하기에는 그 기간이 무려 4년이 넘는다. 더군다나 프리죤 측이 기준치를 초과하는 유해화학물질을 사용한 정황이 나타났다. 안전불감증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프리죤이 셀트리온 업무를 맡은 지는 10년이 훌쩍 넘었다. 프리죤은 2005년부터 셀트리온 본사와 1공장의 청소·미화, 차량·시설물·조경 관리 등 업무를 맡았다. 2011년 준공된 셀트리온 2공장에 대해서도 같은 업무를 맡았다.
프리죤 측 중간관리자는 2019년 8월 직원들을 모아놓은 자리에서 "저번에 측정한 (유해화학물질) 수치가 되게 안 좋게 나왔다. 2공장이 너무 높게 나왔다. 솔직히 이 수치가 사람한테 진짜 해롭다는 건 아니다. 나라에서 정해놓은 거니까 문제가 되는 거다.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유해화학물질 수치를) 너무 심하지 않게 하는 선에서 보고를 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환경부, 노동부에서 와서 참관하면 귀찮다.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프리죤 측은 방역 작업이 실제로 이뤄지는 실내에서 유해화학물질 수치가 높게 나오면 바람이 통하는 실외에서 수치를 다시 재는 등 '꼼수'를 쓴 것으로 전해졌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2015~2018년 유해화학물질 취급 도급 미신고와 관련해 "해당 누락 건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에 따라 과태료 납부를 완료했다"며 "그 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전문 인력을 배치하고 도급 신고를 비롯한 각종 업무 전반을 철저히 관리하고 감독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측 불법파견 항소심 준비 주력
프리죤 직원들이 셀트리온을 상대로 제기한 불법파견 소송 항소심은 2024년 2월 법관 정기인사 이후 본격화할 전망이다. 셀트리온 측 항소심 변호인단은 항소이유서 제출기한 연장을 신청하는 등 심혈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현행법상 민사소송에서 항소이유서 제출 의무는 없다.
셀트리온 측 항소심 변호인단은 양시훈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가 이끌고 있다. 양시훈 변호사는 2019년부터 2023년 초까지 서울고등법원에서 고법판사를 지냈다. 고법판사는 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승진하는 대신 고등법원 대등재판부 배석판사를 맡는다. 고법판사는 공직자윤리법상 취업 제한을 받지 않는다.
양 변호사는 노동전담부에 장기간 근무하면서 현대자동차 하청업체 직원들의 불법파견 소송 항소심을 여러 건 맡았다. 법무법인 화우는 2023년 3월 양 변호사 영입 보도자료에서 "자동차 회사 불법파견 사건과 관련해 대부분 불법파견을 인정하던 법원의 실무례에 반해 공정별로 나눠 구체적인 판단을 다르게 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며 "하나의 사건에서도 적법도급과 불법파견을 공정별, 당사자별로 면밀히 나눠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을 밝혔다"고 강조했다.
양 변호사는 서울고법 15민사부 재직 시절인 2020년 12월 현대차 공장에서 생산이 완료된 차량을 수출선적장에서 야적장까지 옮기는 업무를 맡은 하청업체 직원들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현대차에 직접 고용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서울고법 15민사부는 소송을 제기한 하청업체 직원 업무에 대해 "생산 후 공정 내지 생산 후 업무"라며 "직접생산공정과 명확히 구분되고 간접생산공정과도 차이가 있다"고 판시했다.
2016년 국정농단 특별검사팀 부대변인을 맡았던 홍정석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도 셀트리온 측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다. 홍 변호사는 2022년 국민의힘 소속 김진태 강원도지사 선거캠프 대변인을 맡기도 했다.
프리죤 직원은 항소심에서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변호사를 변호인단으로 추가 선임했다. 김 변호사는 현대차 하청업체 직원의 불법파견 소송을 여러 차례 맡는 등 노동 전문이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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