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GC 오세근(왼쪽)과 김태술이 지난 4월 4일 열린 원주 동부와의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80-72로 경기를 마친 뒤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사진제공=KBL |
▲ 김태술과 오세근. |
# 개막전 징크스
▲ 김태술. 사진제공=KBL |
김태술(술): 전 오히려 개막전에서 원주 동부를 만나는 게 더 잘 됐다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강팀과 붙어야 우리 팀 전력도 체크해 볼 수 있고, 문제점이 무엇인지 찾아갈 수도 있잖아요. 올해 동부의 전력이 더 좋아졌다고 들었어요. 분명 좋은 매치업이 될 겁니다. 물론 우리가 승리할 것이고요(웃음).
오세근(근): 지난 해 프로 첫 시즌, 첫 게임에서 동부랑 붙어 오반칙 퇴장을 당하고 2점차로 패한 게 생각나네요. 나름 큰 충격이었습니다. 속도 많이 쓰렸고요. 이번에는 그 쓰라림을 반드시 되갚아주고 싶어요. 자신있습니다.
# 부상, 몸보다 마음이 더 아파
근: 운동 생활을 길게 한 건 아니지만 농구 시작한 이래 이렇게 오랫동안 쉬어본 적이 없어요. 외부에는 제가 단순히 족저근막염으로 뛰지 못하는 걸로 알려졌는데 실제 그 부상은 이미 완치됐고 오른 발목 안쪽의 인대가 손상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무엇보다 런던올림픽 대표팀에 합류해 제대로 된 활약도 펼치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다는 사실이죠. 시즌 때의 몸 상태만 됐더라도 어느 정도 해낼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있었을 텐데…. 올림픽 본선에 나가지 못한 부분이 굉장히 아쉬워요. 부상을 당해보니 이게 몸보다 마음이 더 아픈거더라고요.
술: 저도 부상을 당했을 때 뛰지 못하는 답답함을 알기 때문에 세근이가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편하게 쉴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나름 배려하려고 했는데 선수 자신은 그 배려조차 부담스러웠을 거예요. 저도 허리 부상으로 고생을 했거든요. 감독님의 마음 고생이 심하셨을 거예요. 뛰어야 할 선수들이 벤치만 달구고 있었으니까. 계속 훈련을 못하다가 얼마 전부터 연습경기에 나가고 있습니다.
# 얄미운 선배, 대단한 후배
▲ 오세근. 사진제공=KBL |
술: 세근이가 드래프트에 나왔을 때 제가 공익근무요원으로 복역 중이었어요. 인터넷에서 드래프트 상황을 생중계해주는데 안양 KGC가 오세근을 뽑았다는 소식이 들리는 거예요. 순간 “심봤다!”를 외치며 만세를 불렀습니다.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괴물 센터로 불리던 오세근이잖아요. 그런 선수를 우리가 데려오다니, 와! 진짜 기분 좋았죠. 세근이가 합류하고 저랑 (양)희종이가 제대하면 2011-2012시즌 멤버들이 대형 사고를 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탐나고 가지고 싶었던 세근이를 우리 팀에서 만나게 됐다니, 그 자체로 설렘과 흥분이 공존했었습니다.
근: 저도 기분 좋았어요. 제가 고등학생일 때 대학팀과의 연습 경기를 통해 만난 태술 형은 몰래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얄밉게 플레이를 했거든요. 센터 골려 먹는 걸 정말 잘 하더라고요. 혼자서 씩씩대며 ‘저 형을 어떻게 하지?’ 하고 기회만 노렸던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 형과 한 팀에서 뛰게 된 거예요. 더 이상 형을 미워하지 않아도 돼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웃음).
술: 전 가끔 세근이보다 일찍 태어나게 해주신 부모님께 감사함을 느낍니다(웃음).
만약 같은 시대에 태어나서 서로 다른 팀으로 만났더라면 정말 힘들었을 거예요. 가끔 연습할 때 세근이랑 부딪히다보면 마치 거대한 암벽이 가로막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거든요. 세근이보다 일찍 태어났고, 지금 같은 팀이라는 사실이 축복인 셈이죠. 지난 시즌 제대 후 팀에 합류했지만 시즌 내내 부족한 부분을 많이 노출시켰어요. 그때마다 세근이가 제 부족함을 커버해주면서 코트를 휘젓고 다녔죠. 그런 세근이를 볼 때마다 전 참 복이 많은 놈이라고 생각했습니다(웃음). 그래서 세근이한테 종종 애교도 부리고 예쁜 짓도 많이 해보입니다.
근: 형이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이상하잖아요. (선배한테 애교 안 부리느냐는 질문에)에이, 이 덩치에 그런 짓 하면 징그럽죠. 그저 절 (태술 형이) 이성으로만 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웃음).
# ‘바디’의 품격
김태술과 오세근은 프로농구 선수들 사이에서도 ‘몸짱’으로 소문 나 있다. 어느 선수보다도 몸의 근육이 잘 발달돼 있고, 같은 남자가 봐도 섹시한 이미지를 풍기고 있다는 얘기를 자주 들을 수 있었다.
근: 태술 형 몸이 은근히 멋있어요. 형은 농구 선수의 몸을 안 만들고 남한테 보여주려는 듯 ‘몸짱’ 되는 데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아요. 근육들이 골고루 잘 발달돼 있어요. 알이 꽉 차 있다니깐요.
술: 어휴, 여기서 누구 몸을 논할 수 있겠어요. 세근이 몸은 앞으로 향후 100년간은 나올까말까한 몸매 종결자입니다. 한 마디로 ‘끝나!!’. 농구를 하기 위해 몸을 만들려다 한쪽 구석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있는 세근이를 보며 자극 받고 무게를 올리는 등 ‘뻘짓’을 많이 합니다. 그러다 담에 걸리기도 하고(웃음). 세근이 따라잡으려다 저도 근육이 올라온 셈이죠. 하지만 이 친구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어요.
근: 제 몸은 그저 큰 편이고 태술 형 몸은 진짜 예뻐요.
술: (오세근을 바라보며) 내 몸이 그렇게 탐 나?(웃음)
# ‘상범바라기’들의 메시지
술: 지난 시즌 공익 마치고 합류했을 때 감독님이 수시로 제 플레이에 대해 지적을 하셨어요. 그런데 올해는 별다른 말씀이 없으세요. 선수들은 제 플레이가 올라설 대로 올라서서 감독님이 지적을 안 하시는 거라고 위로해주지만 은근히 불안해지더라고요. 제 포지션에 자꾸 다른 선수를 훈련시키시는 것도 같고. 반면에 세근이한테는 얼마나 친절하신지. ‘세근이 세근이 우리 세근이’를 입에 달고 사실 정도예요. 오죽했으면 선수들 사이에서 ‘오세근’이 ‘이세근’이란 소문이 나돌까요.
근: 와, 이거 정말 너무하시는 데요. 감독님은 저보다 태술 형을 더 예뻐하세요. 코트의 ‘야전사령관’이란 말이 달리 나왔겠어요. 감독님이 그만큼 형을 믿고 신뢰하신다는 뜻이죠. 물론 저에 대해서도 애정을 보여주시지만 태술 형만큼은 안 될 걸요? 전 프로 데뷔 세 번째 경기였던 삼성전에서 시즌 첫 승을 거뒀는데도 불구하고 경기 후에 감독님으로부터 크게 혼났어요. ‘안양이 네 개인 팀이냐?’시면서. 전 개인 플레이한 게 아닌데 감독님 눈에는 그렇게 보이셨던 것 같아요. 내심 억울한 면도 있었지만 감독님의 진심을 알기 때문에 좋은 경험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 이후로 감독님이 더 잘 대해주시더라고요. 다독여주시기도 하고요. 그러고 보면 선수들은 감독님의 애정을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이렇게 덩치가 큰 사내들이 감독님을 두고 시기와 질투를 벌이는 걸 보면.
술: 그런데 안양 선수들은 세근이는 제외시켰어요. 감독님의 애정빈도를 비교했을 때 세근이한테는 따라갈 자가 없거든요. 하하….
# 디펜딩 챔피언
근: 올해는 디펜딩 챔피언이란 타이틀을 안고 치르는 시즌인 만큼 부담이 커요. 올시즌도 지난 시즌처럼 프로농구의 돌풍을 일으킬 수 있도록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어요. 제 몸만 제대로 회복된다면 지난 시즌보다 더 탄탄한 팀워크를 자랑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술: 감독님이 저한테 애정만 주신다면 힘내서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손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해보이며)감독님, 제 능력을 펼칠 수 있게끔 도와주세요.
근: 이러니 여자들이 태술 형한테 넘어가죠.
인터뷰 말미에 이상형에 대한 질문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최근 연애를 해본 경험이 있는지, 언제인지를 묻자, 김태술은 “두 달만 일찍 오셨더라면 연애 중이었을 것”이라고 대답했고, 오세근은 “최근 연애요? 어휴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라고만 답하고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다비치의 강민경이 이상형이라는 오세근, 그리고 에프엑스의 셜리, 시스타의 다솜이 이상형이라는 김태술, 두 사람은 자신의 이상형들이 농구장으로 공연을 오거나 시구를 했으면 좋겠다며 옆에 있던 구단 관계자를 의미심장한 눈길로 바라보기도 했다.
성적은 선수도 춤추게 한다? 안양 KGC 선수들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만년 하위팀에 머물다 오세근, 김태술이 합류하며 챔프전 우승팀으로 거듭난 이 팀이 올시즌 선수들의 바람대로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